[헤럴드POP=이소담 기자]대상 배우 한석규, 손현주와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에 빛나는 김민희가 스크린서 격돌한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한날 한 시 맞붙는다. 연기 대상을 거머쥐며 자타공인 믿고 보는 배우로 관객에게 신뢰감을 주는 한석규, 손현주 그리고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국제영화제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김민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먼저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낭만닥터 김사부'로 2회나 연기대상을 수상한 한석규가 영화 '프리즌'(감독 나현/제작 큐로홀딩스)으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구타유발자들'(2006) 이후 가장 강렬한 악역으로 변신한 한석규의 미친 열연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으로 벌써부터 주목 받고 있는 '프리즌'이다.
'프리즌'은 감옥에서 세상을 굴리는 놈들의 절대 제왕 익호(한석규)와 새로 수감된 전직 꼴통 경찰 유건(김래원)의 범죄 액션 영화다. 한석규가 맡은 익호는 숟가락으로 상대의 눈을 파내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것은 물론, 폭행과 살인에 있어서 거침이 없다. 그에게 중요한 건 돈과 자존심이다. 때문에 수족처럼 부리는 범죄자들을 챙기면서도 그들이 기어오르지 못하게 견제하고 찍어 누르는 무시무시한 인물이다.
그런 익호의 눈에 들기 위해 제 한 몸을 내던지는 유건이지만, 곁을 내준 뒤에도 유건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는다. 영화 속 긴장감을 팽팽하게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은 나쁜 놈, 극악무도 악역을 연기한 한석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서 열연을 펼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한석규. ‘프리즌’에선 지금껏 보지 못했던 한석규의 얼굴을 볼수 있으니 기꺼이 지갑을 열어도 좋다.
스릴러 흥행킹에서 다시금 소시민으로 돌아온 손현주도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SBS 드라마 ‘추적자’를 통해 눈물겨운 부성애와 몸을 내던진 열연으로 연기대상을 거머쥔 손현주는 이어 영화 ‘숨바꼭질’ ‘악의연대기’ ‘더 폰’을 연이어 히트 시키며 새롭게 스릴러 킹 수식어를 얻었다.
하지만 원래 손현주는 소시민의 삶을 그 누구보다 잘 연기내기로 정평 난 배우였다. 최근 스릴러 장르로 관객을 만났던 그는 이번엔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제작 트리니티엔터테인먼트)을 통해 1980년대 보통의 삶을 연기한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손현주의 사람 냄새 나는 연기를 엿볼 수 있는 것.
‘보통사람’은 1980년대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과 관련한 안기부 실장 규남(장혁)의 은밀한 공작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손현주는 아픈 아들의 다리를 고치기 위해 안기부의 제안에 응했다가 위기에 빠지는 가장 성진을 연기했다. 아내와 아들에게 바나나 알맹이를 나눠주고 자신은 껍질만 긁어 먹는 그 시절 아버지의 모습을 정감 있게 그려내는 한편,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의 딜레마 그리고 지독한 고문연기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소화해낸 손현주다.
이렇듯 대상 배우 한석규, 손현주와 맞붙는 여성 배우가 있으니 바로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감독 홍상수/제작 영화제작 전원사)로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민희다.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 스캔들과는 별개로 김민희의 연기만큼은 토를 달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영화로 유부남인 영화감독 상원(문성근)과 부적절한 관계에 빠진 여배우 영희(김민희)가 진정한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며 불륜 관계를 인정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모습이 투영된 극 중 인물들. 이를 통해 김민희는 현실인지 영화인지 모를 ‘홍상수월드’에서 술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화도 내고 노래도 하고, 그야말로 하고 싶은 건 다 한다.
홍상수 감독 작품 특징답게 ‘밤의 해변에서 혼자’ 또한 롱테이크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김민희는 혼란스러운 영희의 속내를 덤덤하게 고백하듯 풀어내는가 하면 때론 신경질적으로 화도 내는 등, 부적절한 관계에 빠진 영희를 대변하며 극을 이끈다. 화려하지 않은 의상에 화장기 전혀 없는 얼굴, 대충 동여 맨 머리칼에선 배우 김민희보다 오히려 인간적인 김민희의 매력이 묻어나온다. 다만 자꾸 현실 속 김민희, 홍상수 감독의 불륜 스캔들이 겹쳐 보여 작품 자체에만 온전히 집중하기 힘든 것이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