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뮤지컬 ‘쓰릴미’가 10년 동안 이어져 온 배경에는 배우들의 힘이 컸다. 2007년 초연 당시 센세이셔널한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그것을 이끌어 온 실질적 힘은 많은 배우의 고민과 노력 끝에 펼쳐진 연기다. 류정환 김무열 강필석 강하늘 오종혁 이지훈 지창욱 등 ‘쓰릴미’를 거쳐 간 배우들의 이름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9년 만에 다시 ‘쓰릴미’ 무대에 선 이창용은 관객들의 기대감을 느낀다. 관객들은 배우들이 시도하는 디테일의 변화, 감정 표현의 다른 점 등을 놓치지 않는다. 그 매력에 다시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도 있다. 그 기대를 업고 이창용은 무대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쓰릴미’가 왜 인기가 있는지 알 것 같다고 전했다.
‘쓰릴미’는 단지 스토리나 배우 페어로만 인기를 끈 것은 아니다. OST CD가 발매될 정도로 넘버 또한 많은 사랑을 받는다. 이창용에게 좋아하는 넘버를 물었더니 ‘Way too far’와 ‘Why’를 꼽았다.
“‘Way too far’와 ‘Why’는 노래를 부르기 쉬운 곡이다. OST CD에 ‘Way too far’가 페어별로 나뉘어있다. 그래서 우리 페어가 중간 파트를 담당하게 된 부분도 있다. OST를 만들게 된 과정에서, 연기로 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가사 속의 대사가 강하기 때문에 노래처럼 하기도 난감해서 중간지점 찾기가 어려웠다. ‘Way too far’처럼 잔잔한 노래를 좋아한다. 차분하게 부르는 넘버를 좋아하는 편이다.”
평소에도 클래시컬한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창용은 기본적으로 음악을 다 좋아해서 어떤 장르라도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한 음악 감독은 그에게 ‘정말 대중적인 음악을 만나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창용은 아직도 목마르다. 할 수 있는 장르도 많고 더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기에 갈 길이 먼 것 같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하고 싶다는 그가 지금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던 작품이 있다. 바로 ‘트레이스 유(Trace U)’다.
“내가 작품을 하면서 목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한 공연은 없었는데, ‘트레이스 유’는 정말 힘들었다. 즐겁고 신나게 공연하기는 했는데, 락(Rock)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목에 무리도 왔었다. 관객도 앙코르을 많이 외쳐주시니까, 목 회복이 느려져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쓰릴미’를 비롯해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트레이스 유’ ‘올드위키드송’ 등 이창용의 연기는 2인극에서 유난히 더 빛을 발한다. 그래서인지 2인극 작품 제안도 많이 받았다.
“2인극의 매력은 관객이 무대 위 두 사람만 보고 집중을 해준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한다. 디테일을 살려 해볼 수 있는 것도 많아서 보여줄 수 있는 것도 많고, 새로운 면을 보여드릴 기회도 주어진다. 더불어 몰입할 수 있는 시간도 많다. 대극장이나 퇴장이 많은 작품이 훨씬 힘들다. 연기하다가 나갔다가, 다시 다음 장면에 집중하고 에너지 쏟고 나가야 한다. 그에 반해 계속 무대 위에 있으면 막이 내려간 뒤 힘들면 된다. 2인극 같이 퇴장이 없는 작품은 힘든 것 모르고 하게 된다. 2인극을 몇 작품 하다 보니 2인극 제안이 몰려 들어왔다. 제안에 응하지 않은 이유는 조금 더 재미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창용이 말하는 ‘재미있는 작품’은 코미디 장르였다. 가끔 그의 토크 실력이 드러날 때가 있는데, 한 마디만 던져도 폭발적인 웃음을 끌어내는데 재주가 탁월하다. 그런 이창용이지만 코미디 장르에 대해서는 ‘어렵다’고 말한다.
“코미디가 정말 어려운 장르다. 그런데 ‘꽃의 비밀’을 해보고 나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전에는 관객을 재미있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에 자신이 없었다.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쓰릴미’ 전 이창용이 출연했던 작품은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브’다. 현재 ‘쓰릴미’가 공연 중인 백암아트홀에서 지난 2016년 12월 6일부터 올해 2월 5일까지 공연됐다. 그는 이 작품을 ‘인생작’이라고 표현했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도 사실 매니아 작품 중 하나다. 내용을 모르고 오는 일반 관객은 정말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지루해할 수 있다. 사실 처음 보는 관객들에게 이해를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알고 보면 주변과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다. 내가 앨빈 같을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토마스 같은 삶을 살았을 때도 있을 것이다. 결국 사람 이야기기 때문에 공감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음악도 말할 것 없이 좋다. 4, 5년 만에 다시 만난 작품인데, 오랜만에 하면서도 내 가슴을 건드리는 작품이었다. 예전에 두 시즌 연속으로 하면서 회차를 워낙 많이 뛰다 보니 ‘힘들다. 이제 좀 앨빈과 떨어져도 좋겠다’ 생각해서 쉬었다. 돌아와 보니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늘 해도 좋은 작품’이라고 항상 머릿속에 있을 정도로 나에게는 ‘선생님같이 나를 잡아주는 작품’이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가 없는 겨울은 상상할 수 없다. 그 정도로 따뜻한 영향력을 선사한다. 이창용은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늘 내 작품이라 생각한다”면서 언제든 출연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가 보여준 앨빈은 너무나 빈틈없이 완벽했었기에 다시 한번 앨빈으로 돌아오는 건지 물었다.
“사실 토마스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다. 그런데 이번에 무대에 오르면서 ‘그래도 앨빈이 좋다’고 느꼈다. 나중에, 정말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토마스도 해보고 싶다. 앨빈을 연기하면서 스스로 선을 정했다. 더 재미있게, 다른 것도 시도해볼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돌아보면 충분히 오버해서 했던 것 같다. (이창용에게 ‘앨빈 그 자체’처럼 보였다고 말하자) 그렇게 좋은 얘기를 해주시는 것처럼 딱 그 정도가 좋은 것 같다. 지금 이상으로 재미있게 하려고 만들면 안 된다. 우선 앨빈은 뭐를 하려고 만들면 안 되는 것 같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창용은 한순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오는 5월 배우 윤소이의 남편이 될 뮤지컬 배우 조성윤과 함께했던 무대를 회상하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 것이다.
“나는 무대에서 현실성이 나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 조성윤 같은 애들(?)이랑 장난치고 싸우게 되면 현실적인 모습이 나온다. 성윤이 본인은 아니라고 하는데 그 친구는 진짜다. 눈싸움 하는 장면에서 음악감독과 연출이 장난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앨빈은 캐릭터상으로 당해주고 눈을 맞아주고 할 수 있는데, 한 번은 너무 장난을 치길래 나도 종이를 말아서 성윤이를 잡고 종아리부터 허벅지를 계속 때렸다(웃음). 조성윤한테 ‘아 장난치지마’라고 말하는데, 그러면 그 친구는 ‘이제 힘들어서 못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또 한다. 결론적으로는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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