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믿고 보는 뮤지컬 배우' 이창용. 2007년 '알타보이즈'로 데뷔 후 어느새 11년 차 배우가 됐다. 청명한 목소리와 흡수력 높은 연기력은 무대 위의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한때 무대 위에 오르지 않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 시간 덕분에 이창용은 무대에 서는 즐거움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최근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는 헤럴드POP과 이창용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무대 아래에서의 그는 예의 바름이 몸에 밴 모습이었다. 화사한 핑크색 의상의 이창용과의 인터뷰는 따뜻해진 봄 공기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이창용은 현재 뮤지컬 ‘쓰릴미’에 나(네이슨)로 출연 중이다. 나는 차갑고 삐뚤어진 욕망이 가득 찬 캐릭터인 그(리차드)를 사랑하는 역할이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쓰릴미’(연출 박지혜)는 지난 1924년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전대미문의 유괴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2007년 한국에서 초연됐다. 나(네이슨)과 그(리차드)는 19살에 시카고 법대를 졸업하고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을 앞둔 수재들. 두 사람의 심리 게임을 방불케 하는 관계와 밀도 높은 감정 표현의 갈등 구조는 많은 관객의 지지를 받으며 10년 동안 이어져 왔다.
이창용은 2008년 뮤지컬 ‘쓰릴미’를 처음 만났다. 그 후 9년이 지나 ‘쓰릴미’ 무대에 나(네이슨)로 다시 올랐다. 10주년을 맞이한 2인극 ‘쓰릴미’에는 추억의 페어들이 다시 돌아와 눈길을 끌었다. 그 가운데 이창용과 함께하게 된 배우는 송원근(그 역). 이번 작품에서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됐다.
“(송)원근 형과는 지나가다 인사만 하던 사이다. 오히려 처음 호흡을 맞추는 배우라 다행이었다. 사실 ‘내가 왜 이걸 다시 한다고 했지?’ 생각하기도 했다. ‘쓰릴미’에는 간지러운 대사나 상황이 있어서, 아예 잘 모르는 사람과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물론 장단점이 있다. 한 번 호흡을 맞춰본 배우들은 합이 좋다. 나랑 원근이 형 같은 경우에는 연습 초반에 힘들었다. 역할 안에서의 관계가 있는데 가까워 보이지 않았다. 연출 지시가 ‘좀 더 가까워 보이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였다. 지금은 사이가 좋다. 나도 수다쟁이에 속하는데 원근이 형은 한 수 위다. 대기실에서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준다.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가까워졌고, 연기하면서도 둘이 약간의 작전만 사용하고 있다. 재미있게 하는 중이다.”
‘쓰릴미’를 다시 할 생각이 없었다는 이창용은 기념할만한 10주년이기도 하고, 전에는 신인이라 놓쳤던 여러 가지 부분을 무대에서 다시 펼쳐보고 싶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창용-송원근 페어는 매번 다른 느낌의 공연을 펼치는 것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그만큼 무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
“후반부에 들어서 무대에 변화를 많이 시도하는 중이다. 이제 우리 페어가 무대에 서는 날이 몇 회 남지 않았다. 2인극이다 보니 그날 느껴지는 것에 대한 반응으로 연기하게 된다. 최근에는 원근이 형과 약간의 약속 정도만 하고 무대에 선다. 너무 약속을 많이 해놓으면 생각보다 잘 안 풀리더라. ‘쓰릴미’의 매력은 할 때마다 새롭다는 것 같다. 그래서 무대에 오르기 전에 ‘오늘은 어떻게 하지?’ 고민한다.”
완벽한 약속을 하지 않다 보니 어떨 때는 미리 상의 되지 않은 일도 무대에서 벌어진다. 송원근이 갑자기 던지는 연기에 이창용은 흐름을 약간 바꾸기도 했다.
“언젠가 한 번은 원근이 형이 정말 강하고 차갑게 다가왔다. 학교를 졸업하고 오랜만에 만나서 그가 나에게 차갑게 대하는 부분이었다. 그의 말투 하나하나가 상처로 오는 듯한 연기를 하면서 똑같이 세게 반응을 해봤다. ‘리차드(그)가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가 있지?’라는 감정을 타는 부분인데, ‘내가 오히려 눌러 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연기를 펼쳤다. 원근이 형이 당황했는지 아닌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형의 액션들도 강해지더라. 공연 끝난 후 이야기를 나누는데, 원근 형이 '너 점점 얄미워져'라고 말하더라(웃음). 돌아가면서 다양한 패턴으로 시도해보고 있다.”
관계성을 드러내며 심리적인 상태에 대한 묘사가 많은 ‘쓰릴미’에는 주옥같은 장면들이 많다. 이창용에게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물었더니 “때에 따라 다르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매번 공연 때마다 확 와 닿는 시점이 다르다. 리차드가 나에게 주는 대사들 ‘우리라고? 아니 너’ ‘안경을 떨어뜨린 건 내가 아냐’ ‘경찰한테는 절대로 내 얘기는 하지마’ ‘나는 이 일에 엮이면 안 돼’ 등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쌓이면서 나에게 상처가 된다. 그럴 때마다 나도 ‘그냥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되겠다’ 하면서 상대방에게 준다. 그 타이밍이 조금씩 다르다. 나에게 상처 주는 장면이 좋다.”
리차드와 네이슨 두 캐릭터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이창용은 두 사람의 기반을 ‘사랑’으로 정의했다. 이어 ‘쓰릴미’를 ‘인기 드라마 같다’고 표현했다.
“내 생각에 네이슨은 리차드를 정말 사랑한다. 기본적으로 그렇지 않으면 벌어지기 힘든 일들이다. 초반에는 순정적으로 다가가서 상처를 다 받고 반응을 했다면, 지금은 조금 다르게 나타내기도 한다. 더 재미있어졌다. ‘쓰릴미’는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인기 드라마가 일주일의 5일을 기다려서 찾아왔는데 2일 만에 훅 가버리지 않는가. 그런 느낌이다.”
9년 만에 네이슨을 표현하면서 이창용에게 어려웠던 점이 있었는지를 물었더니 시간을 들여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2008년 '쓰릴미' 공연 후에 두 번 정도 다른 배우의 무대를 봤다. '아 내가 저런 것들을 놓치고 갔구나. 섬세한 면이 부족했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하고 싶었던 작품은 아닌데, 아쉬움이 많이 남아서 돌아온 부분도 있다. 한 번 해봤던 역할이기 때문에 지금 어려움은 딱히 없는 것 같다. 결코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신인 시절 때는 너무 긴장만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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