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노윤정 기자] ‘자체발광 오피스’가 ‘N포세대’의 설움을 대변했다.
MBC 수목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연출 정지인, 박상훈/극본 정회현)가 유쾌하면서도 현실적인 오피스 스토리로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하고 있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할 말 다 하며 ‘갑질’하는 슈퍼 을로 거듭난 계약직 신입사원 은호원(고아성 분)의 일터 사수 성장기를 그린 작품.
‘자체발광 오피스’는 101번의 면접 끝에 계약직 신입사원으로 채용된 은호원을 중심으로 20·30세대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오피스 스토리를 그린다. 취업준비생이 넘쳐나는 암울한 현실과 병으로 인한 시한부 등의 소재를 내세우면서도 무겁지 않고 가벼운 색채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는 시청자들이 웃으며 볼 수 있는 작품을 지향하고 있는 것.
하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대사들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가슴에 남는다. 바로 이 점이 ‘자체발광 오피스’가 호평을 이어가고 있는 힘이다.
현재 20·30세대를 가리켜 ‘N포세대’라고 한다. 사회·경제적인 압박으로 인해 연애, 결혼, 내 집 마련 등 많은 것을 포기한 세대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처럼 구직난은 심각하고, 취업이 된 후에도 회사 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감내해야 한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이 같은 현실을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고발한다.
은호원은 자신이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고 찾아온 서우진(하석진 분)에게 “누가 제 꿈을 물어보면, 8년 동안 꿈이 취직하는 거였다”며 “전 지금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다. ‘내일은 나아지겠지, 조금만 견디면 좋아지겠지’ 평생을 그렇게 살았는데 하나도 달라지는 게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늘만 행복하게 아주 열심히 잘 살고 있다. 남들처럼 출근하고, 퇴근하고, 월급도 받고, 동료도 생겼다. 제 인생에서 최고로 행복한데, 제발 깨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직장에 들어가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운 현 세태를 고스란히 반영한 대사로, 취업준비생 시절을 거친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했다.
은호원과 도기택(이동휘 분)을 골탕 먹이기 위해 카탈로그 내 제품 가격을 일부러 잘못된 정보로 수정한 오재민(김희찬 분)은 그 사실이 들통 나 회사에서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오재민은 그 일로 문책을 당하던 중 ‘기본도 안 된 새끼’라는 말을 듣곤 “기본도 안 된 새끼요? 그러는 회사는 기본이 돼 있나? 뽑을 때는 만날 일류, 일류 하면서 정작 회사는 일류 인재 뽑을 수준이 되느냐. 회사 수준에 맞는 사람을 뽑으라. 이 새끼 저 새끼 하지 말라, 제가 부장님 새끼냐. 아침마다 목표 실적 맞추라고 깨지고, 나가서는 점주들 깨고. 회사냐, 깡패냐. 부장, 과장, 대리 비위나 맞추자고 제가 도합 16년을 죽어라 공부만 한 줄 아느냐”며 일갈했다. 분명 얄밉고 철없는 캐릭터이나 해당 장면만은 속 시원하고 통쾌했다는 평. 상사에게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말을 모두 쏟아내는 오재민 모습에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꼈다.
사내 차별 대우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은호원은 구매부 과장과 인턴이 함께 교통사고 당했으나 회사 처우가 다른 것을 보고는 “직급에 레벨 있다고 목숨에도 레벨 있냐. 누구는 아프다고 돈도 걷어주고 ‘후유증 없어야지’ 걱정해주는데, 누구는 쓸모없다고 잘라? 뭐 이런 경우가 있느냐”며 분노했다. 정직원에게는 건강을 먼저 걱정해주면서, 인턴 직원에게는 얼마 되지 않는 계약 기간 안에서 일을 못하게 됐으니 알아서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 것.
이처럼 ‘자체발광 오피스’는 현 20·30세대가 겪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따뜻하고 애정 어린 시선을 유지하고 있어, 극 전반적인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든다. 이 같은 온기가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힐링을 전하고 있다. 이 점이 ‘자체발광 오피스’가 꾸준히 호평을 이어가는 이유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