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POP초점]'혼술' 故 이한빛 PD 죽음, 6개월 만에 알려진 이유

입력 2017-04-25 17: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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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페이스북 페이지 'TvN 혼술남녀에서 신입조연출이 죽었다'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TvN 혼술남녀에서 신입조연출이 죽었다'

[헤럴드POP=박수정 기자]"‘어차피 안 바뀔 거다. 잠깐 좋아졌다가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란 냉소를 녹이고 싶다." "'방송업계가 원래 그렇다' 라는 말로, 얼마나 많은 청춘들이 오늘을 고통 속에 보내야 합니까."

tvN '혼술남녀' 신입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고(故) 이한빛 PD의 죽음을 6개월이 지나서야 알린 이유에는 이한빛 PD 죽음에 관한 억울함 뒤에 자리한 꼬이고 꼬인 시스템의 모순을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서였다.

지난 24일 대책위는 서울 신촌 모처에서 ‘고 이한빛 PD 어머니와의 대화’를 마련했다. 이날 대화 자리에서 이한빛 PD 어머니는 지난해 10월 이한빛 PD의 죽음부터 지난 1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처음 이를 알리기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는 “한빛에게 누가 가해 행위를 했는지 알아내는 것보다 제2의 한빛이 생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빛의 죽음을 언론에 알린 이유를 밝혔다.

이한빛 PD는 자신의 월급을 여러 사회단체에 기부했을 정도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CJ E&M은 그런 그를 두고 이한빛 PD가 근무를 불성실하게 했으며, 비정규직 직원들과 불화가 있었다며 그의 희생을 폄훼했다. 누구보다 이한빛 PD의 선함을 알고 있던 유가족은 분노했으며, 방송업계의 문제점을 알았다. 이 PD의 죽음이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방송계 구조적 문제라는 걸 세상에 알리는 데에 결심했다.

유가족을 돕고 있는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세상에 알리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전화 한 통과 문자 한 통에도 스스로 ‘이게 최선인가?’ 스스로 되물었다”며 “방송업계가 정말 오래됐다. 이한빛 PD의 죽음에 함께 분노하는 분들도 ‘잠깐 회자됐다가 금방 사라질 것이다’, ‘원래 그랬다’, ‘어차피 안 바뀔 거다’라고 냉소했다. 그 냉소를 녹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싸워서 이긴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거대한 기업과 맞서 '이긴다는 것'을 목표로 두지 않고, 방송업계의 오랜 관행 속 문제점을 환기하고, 시스템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방송업계의 오래된 관행은 이한빛 PD의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서부터 드러났다. 방송업계가 아닌 사람은 “군대 갔다 왔어?”, 방송업계 종사자는 “예술대생 아니지?”라고 반응했다는 것. 모두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생각했다. ‘원래 그랬’기 때문에 개인이 버텨야 한다는 것. 오히려 시스템을 지적한 개인을 잡음을 내는 불순분자로 낙인 찍는 풍토도 엿볼 수 있다.

지난 19일부터 드라마제작현장 노동 실태와 폭력에 대한 제보센터 운영하고 있는 대책위는 "짧은 시간에도 110건가량의 제보가 들어왔다"며 "촬영, 조명, 연출, 데이터 매니저 등 다양한 직군의 사연을 봤다. 하루 평균 18.9시간을 노동하고 있더라. 폭언에 대해서는 차마 다 읽지 못할 정도"라고 실태를 전했다.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TvN 혼술남녀에서 신입조연출이 죽었다'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TvN 혼술남녀에서 신입조연출이 죽었다'

이날 이한빛 PD 어머니와의 대화 참석자들은 “나도 어느 순간 후배들에게 ‘원래 그렇다’라며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더라”며 눈물을 흘리며 공감했다. 선생님인 어머니의 제자가 찾아와 편지를 드리는 감동적인 순간도 있었다. 페이스북 페이지 ‘TvN 혼술남녀에서 신입조연출이 죽었다’에는 이한빛 PD 어머니의 제자들이 응원 댓글도 눈길을 끈다. 참가자 모두가 용기를 내어 자신의 생각을 전하며 서로에게 용기를 전달했다. 이한빛 PD 어머니는 “젊은 사람들, 행복하셔야 한다”고 함께 눈물 흘렸다. 대책위는 지난 18일 첫 번째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이한빛 PD의 죽음을 세상에 알렸고, CJ E&M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CJ E&M은 같은 날 “당사 및 임직원들은 경찰과 공적인 관련 기관 등이 조사에 나선다면 적극 임할 것이며, 조사결과를 수용하고 지적된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등 책임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책위가 요구하는 것은 보도자료로 배포되는 입장이 아니라 대책위의 조사 결과에 대한 CJ E&M의 입장. 이미 고용부가 CJ E&M의 내사를 시작하며 공적 기관은 개입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공적 기관의 조사와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별개”라며 CJ E&M이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할 것을 요구했다.

이 사건은 "원래 그렇다", "우리 때는 더 심했다"는 말로 잘못된 관행이 축적된 사회적 문제다. 대책위 관계자는 "'원래 그렇다'는 것은 없다. 원래 그렇게 만든 것은 사람이기에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사람이다"며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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