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배우 설경구가 변했다. 수더분함을 벗고 스타일리시함을 입었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감독 변성현/제작 J엔터테인먼트, 폴룩스(주)바른손)을 향한 관심이 심상치 않다.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액션드라마다. 일 년에도 몇 편씩 나온다는 그 장르, 느와르다.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관객들의 피로감이 높은 장르이기도 하다.
그런데 '불한당'을 향한 분위기는 꽤 호의적이다. "또 남성 투톱의 영화냐"며 지겹다는 반응도 있지만, 기대감 역시 높다. 제70회 칸 영화제에 초청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한국 시장에서 널리고 널린 게 느와르인데, '불한당'의 무엇이 칸을 사로잡았을까. 뭐가 그리 다를까. 가장 큰 차별점은 스타일리시함이다. 연출을 맡은 변성현 감독은 "일 년에도 이런 장르의 영화가 여러 편 제작된다는 걸 알고 있다"라며 처음부터 미장센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려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불한당'이 소위 말하는 때깔 좋은 영화로 불리는 이유다.
이 스타일리시함의 가장 큰 수혜자는 설경구다.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지만 패셔너블과는 거리가 멀던 그다. 하지만 '불한당' 속의 그는 번듯하다 못해 윤기가 흐른다. 가르마를 타서 곱게 빗어넘긴 머리와 타이트한 셔츠 사이로 보이는 터질듯한 근육은 섹시함 그 자체다. 이는 변성현 감독의 요구 사항이었다고. 설경구는 "감독님이 가슴골과 팔근육을 요구하셨다. 영화 속에서 벗는 것도 아닌데 왜 만들어야 하냐고 하니까 옷을 입을 때도 티가 난다고 하더라"며 남다른 수트핏의 탄생 과정을 밝혔다.
설경구의 꽉 끼는 수트핏은 재호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모든 것을 갖기 위해 불한당이 된 남자다. 특유의 카리스마와 정치적 판단력으로 교도소는 물론, 오세안 무역의 실세로 등극한 인물이다. 욕망에는 노골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의뭉스러운 구석도 있다. 빨간 스포츠카에 드러누워 출소하는 현수를 맞이하는 느물느물한 설경구의 모습은 재호란 인물 그 자체다.
여기에 임시완과의 끈적한 케미스트리가 더해졌다. 브로맨스라고만 요약하기엔 너무나도 진하고 징한, 멜로를 방불케 하는 관계다. 변성현 감독의 말을 빌자면 "멜로, 혹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우스갯소리 같겠지만 진짜다. 서로 믿는 타이밍이 어긋난 두 남자의 이야기라서 가능한 일이다. 스타일리시하게 변신한 설경구, '불한당'의 재호는 최근 연이은 흥행 실패로 쓴맛을 본 그의 전성기를 되찾아줄 캐릭터로 점쳐지고 있다. 오는 18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