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팝인터뷰③]김수용 "악역의 풍년, 이제 선한 역할 하고 싶다"

입력 2017-06-27 06: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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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김은정 기자](인터뷰②에 이어)

뮤지컬을 시작한 2002년부터 김수용은 꾸준히 1년에 최소 2편 이상의 작품에 참여했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더 바쁠 예정이다. '광염소나타'가 끝나기도 전에 차기작 두 편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도 악역이다.

지금의 김수용은 악역을 잘 소화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가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을 맡은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일부러 강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서 인터뷰를 통해 "악역을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던 그가 이제 다시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제는 선한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

"언젠가부터 악역 이미지가 굳어진 것 같다. 아마 뮤지컬 '모차르트'(2014) 때부터 인 것 같다. 콜로레도 대주교 역을 맡았는데, 내가 누구 위에 군림하거나, 시키거나, 싫은 소리를 잘 못 한다. 그런 걸 정말 싫어한다. 당시 캐스팅 전화가 왔을 때도 '연기하기에 힘들지도 모른다'면서 조심스럽게 제안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강한 역할이 잘 어울린다고 해주신다. 칭찬해 주시는 건 감사한 데, 사실 나는 정말 어렵다. 결정적으로 성향이 안 맞고, 무턱대고 화내고 이유 없이 악한 것도 있을 수 없으니 이유를 만들어야 하고, 캐릭터의 성향도 만들어야 하니까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지금 나는 악인의 풍년이다. 너무 고맙지만 이제는 착한 것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관객의 눈물을 불러일으키는 역할도 잘할 수 있다. 내 주특기가 원래 그거다. 아역 때부터 불쌍한 역을 많이 해서 우는 연기 잘한다. 자신 있다. 슬프고 불쌍한 캐릭터 좋다. 두루마리 휴지 돌리면서 엉엉엉 울게 만들 수 있다(웃음). 캐스팅할 때 김수용은 '악역' 이런 레이어를 만들지 않으면 좋겠다."

차기작인 뮤지컬 '나폴레옹'과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김수용은 분명 '악역' 카테고리에 속할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그가 보여줄 두 캐릭터의 성격과 매력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그에게 차기작 준비가 잘 되어가고 있느냐는 질문의 답을 듣고 확신할 수 있었다.

"'나폴레옹'에서는 탈레랑을 연기한다. 높은 위치의 정치인인데, 역사적으로 봤을 때 가늘고 길게 살아온 인물이다. 모셔온 군주가 7명이다. 수많은 정권이 바뀌는 동안 버텼다는 것은 참 능수능란하게 변했다는 증거다. 악인이면서, 또 아닌 것 같은 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을 수밖에 없는 '등가 교환의 법칙'이다. 탈레랑의 입장에서는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고 보지만, 올바른 방향을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 분명 반대되는 곳에 있는 인물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조차도 나라를 위함이라고 자기 합리화할 지언정 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걸 내가 느끼기 때문에, 그런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는 김태원 역을 다시 한번 맡았다. 초연 때도 많이 고민했었다. 원작 만화도 있고, 또 영화는 손현주 선배님이 김태원 역을 하셨기 때문이다. 보는 분들이 신경을 안 쓰셔도 내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몸도 왜소해서 군인 같은 느낌이 안 든다. 이제 나한테 군복 입혀봤자 카리스마가 아니라 예비군 느낌 밖에 나오지 않는다(웃음). 정말 고민해서 미동도 안 하는 걸로 디테일을 선택했는데, 정자세로 노래하고 연기하면 '쟤 진짜 독한 놈이구나'라고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배우들은 본능적으로 어느 정도 움직여야 안 어색한데 모험을 해본 거다. 롱 코트 의상으로 역할에 무게감이 실린 것도 있다."

김수용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두 작품을 같은 기간에 하는 것이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관해 물었더니 "그렇게 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힘들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이렇게 결정하게 된 이유는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의 믿음이 바탕에 자리하고 있었다. "우선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급하게 연락을 받았다. 그 전에 '나폴레옹'의 모든 사안이 먼저 결정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동시에 출연하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두 작품 다 트리플 캐스팅이니 주 2~3회 정도 무대에 서게 되니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에게도 모험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나는 동선이 별로 없고, 해봤던 작품이니까 추정화 연출과 허수현 감독을 믿고 가는 거다. 모든 창작 작품이 그렇지만, 초연 멤버들은 죽어나갈 정도로 열심히 연습한다. 그러다 보니 '그때 고생해서 만들어놨으니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신뢰해주신 것 같다."

하나 둘 씩 무대 위로 아이돌이 올라오더니 이제는 웬만한 작품에는 아이돌 혹은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이 자리를 차지한다. 물론 그들도 쉽게 무대에 선 것은 아니다. 작게는 팬들, 넓게는 대중들에게 가창력을 인정받은 '실력파' 아이돌이 연기와 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뮤지컬에 도전하고 있다. 김수용의 차기작인 아시아 초연 대작 '나폴레옹'에도 두 명의 아이돌이 출연한다. 16년간 무대를 지켜온 김수용이 보는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에 대한 의견이 궁금했다.

"사실 굉장한 화두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입장은 반대하지 않는다. 단, 그들이 정말 진지하게 무대를 대한다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무대에 서는 작업을 그들이 가수 활동을 하는 것만큼 진지하게 참여해서 재미있게 잘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면 상관없다. 무대 위에서 보여주고 평가 받는 건, 음 평가라는 건 웃기지만, 반응을 받게 되는 건 다른 문제인 것 같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팀을 구성할 때, 포지셔닝을 하는데 배우든, 아이돌이든, 가수든, 정말 여기에 필요한 친구고, 잘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결국, 출연에 따른 모든 책임은 본인이 질 수밖에 없다. 그 친구가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안 좋다면 애석한 부분이지만, 열심히 하지도 못했는데 결과가 나쁘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건 아이돌뿐만이 아니라 배우도 마찬가지다."

창작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뮤지컬 '인터뷰'를 빼놓을 수 없었다. 트라이아웃부터 초연까지 싱클레어 역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던 김수용은 다시 돌아온 '인터뷰' 재연 캐스트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쉬웠다고 말하니 그는 책상을 탁 치며 목소리를 높여 "김수로 형이 '김수용 너는 성공했어, 게시판에 김수용이 연기로 나이를 이겼다는 말이 있었어, 이거 대단한 거야!'(성대모사)라고 칭찬해 놓고 나를 안 불렀다"고 폭로했다.

"싱클레어는 내 자식 같은 캐릭터다. 내 연기 인생을 걸고 만들었고, 고생도 많이 했다. 트라이아웃 때 연습 기간이 한 달이었는데, 처음 만들다 보니 노래-대본이 계속 바뀌었다. 인격이 중간에 막 튀어나오는 장면에서 다들 감을 못 잡고 있을 때, 시간이 없으니까 동작을 쓰자고 제안했다. 팔 동작을 다 만들어가서 공유했다. 초반에 지킬앤하이드 같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초연 때는 팔 동작을 많이 뺐다. 정말 싱클레어를 다시 하게 된다면 인격이 막 부딪히는 장면에서 손을 안 쓰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손을 아예 안 쓴다면 힘들겠지만, 변화를 주고 싶다. '인터뷰' 처음 제안이 왔던 건 유진 킴 역이었다. 그런데 대본을 보고 싱클레어가 너무 매력적이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기회를 주셨고, 믿어주셔서 할 수 있었던 거라 배우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웠다. 그때 함께 고생한 동료들과 추정화 연출도 나에게 '고생했다'고 말할 정도인데 제작자인 (김)수로 형이 안 부르더라."

김수용에게는 'FM배우'라는 수식어가 있다. 관계자 평도 좋고, 연기도 잘하고, 후배와도 잘 어울리고, 팬도 잘 챙기는 배우. 이렇게 완벽하게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담담한 대답이 돌아왔다.

"나한테는 당연한 일이다. 특별한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공연을 FM으로 준비한다? 당연한 것 아닌가.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제대로 못 하면 내가 욕을 먹게 된다. 절대 연출자나 다른 이들이 욕먹는 것이 아니다. 배우의 몫이다.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공연이나 영화를 보고 내 마음에 안 들면 속상하다. 그러니 속상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아역부터 활동했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유년 시절 부모님이 굉장히 엄하셨다. 기본을 강조하셔서, 방송국에서 마주치는 어른에게 인사를 안 하면 혼났다. '세상에 너보다 못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말씀도 하셨던 기억이 있다. 내가 어렸을 때 그렇게 장난을 많이 쳤다는데, 그런 정신없는 면을 눌러주신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후배와 잘 어울리는 것도, 앙상블이건 메인이건 같은 배우고 함께 연기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나보다 잘하는 것도 분명 있을 거고, 나보다 못하는 게 있으면 도와주면 된다. 당연한 부분을 좋게 해석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내가 하는 일에 책임을 지는 것'은 내 기준에 당연하다. 나도 연기 외에는 못하는 게 정말 많다."

(인터뷰④로 이어짐)

(사진=서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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