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박수정 기자] 가수 이효리가 정규 6집 ‘블랙(BLACK)’으로 돌아왔다.
이효리는 지난 4일 ‘블랙’을 발표하고 10곡의 수록곡을 공개했다. 이번 앨범에는 제주 생활을 통해 얻은 수많은 음악적 영감이 곳곳에 담겼다. 이효리는 작곡가 김도현과 함께 이번 앨범을 공동 프로듀싱하며 10곡 중 9곡의 작사와 8곡의 작곡에 참여했다.
이효리는 이날 열린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시간 동안 밥 먹고 슬리퍼 신고 돌아다니니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이제 내가 최고가 아닌데 무슨 음악을 할까 기다리니까 하고 싶은 말이 조금씩 생겼다. 나에 대한 이야기보다 '여러분, 이런 이야기 아세요?' 같은 마음이다”며 전했다. 이효리는 이날 각 트랙별로 작업기를 자세히 전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녹였다.
01. ‘서울’(Feat. 킬라그램) 작사 이효리/작곡 이효리, 김도현/편곡 김도현
“선공개곡이다. 반응을 보니 ‘그 전과 다르다’, ‘우울하다’, ‘몽환적’이라는 표현이 있더라. 그전에 밝은 노래를 많이 했다. 이 노래를 작사 작곡을 할 때가 서울이 가장 어두웠던 때다. 광화문에 촛불시위가 있을 때 이 곡을 썼다. 서울을 떠나 서울이 화려할 때는 잘 몰랐는데 서울이 요동치는 것을 보니까 내가 살던 고향이 안쓰럽고 아련한 느낌이 들더라. 멀리 있는 별에 서울을 비유해 가사를 쓰고 곡을 붙였다. 서울이 밝았으면 밝은 곡을 썼을 것 같다. 그때 느낀 것을 썼다. 외국엔 도시를 찬양하는 곡이 많다. 도시를 찬양하는 곡도 좋지만, 도시의 다른 단면이나 살아가는 사람의 우울함도 담아내는 곡도 어떨까 싶어 썼다.”
02. ‘블랙’ 작사 이효리/작곡 이효리, 김도현/편곡 김도현
“저를 설명하는 수식어를 보면 컬러감이 많다. 정열의 빨간색부터 상큼한 오렌지도 있다. 나도 무대에서 색깔을 많이 사용했고, 머리 염색이나 메이크업도 화려했다. 그런 것들을 걷어냈을 때 나는 어떨까. 그래도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나를 봐줄까 의문점이 생겼다. 항상 밝게 웃고, 밝은 모습을 보여줬다. 사람들이 항상 밝은 모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 어두운 면이 있다. 밝은 면만 사랑받는 것이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용기 있게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진짜 저를 한 번 내던져 볼까 그런 생각으로 만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어두운 단면이 있다. 그런 것들도 음악에 녹여내고 싶다.”
03. '화이트 스네이크'(Feat. 로스) 작사 이효리/작곡 이효리, 김도현/편곡 김도현
“이번 앨범에서 사운드가 가장 강렬하다. 로스라는 신예 래퍼가 참여했다. 랩을 정말 잘하더라. 백사는 희귀하지 않나. 그것처럼 제 스웩을 담았다. 예쁘고 잘났음을 넘어 여러분을 구원한다는 가사다. 노래에는 기쁨과 슬픔, 사랑을 담지만 이 노래는 스웩을 담았다. 그루브도 섹시하다. 음악방송에 이 노래를 같이 보여줄 예정이다.”
04. '언노운 트랙'(Feat. 앱신트) 작사 이효리/작곡 김도현, 김주현/편곡 김도현
“앨범이 전체적으로 많이 어두워서 편안하게 들을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만들었다. 가사만 참여했다. 다른 곡에 비해 편안하다. 이번 앨범엔 피처링이 많다. 제가 선배고 유명세가 있으니까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끌어주고 싶다. 잘하는 친구들이 기회가 없으면 제가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도 도움을 받았으니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워낙 잘해서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았다. 젊은 친구들과 협업하는 시간이 제가 감을 잊지 않게 도움을 준다.”
05. '러브미'(Feat. 킬라그램) 작사 이효리/작곡 이효리, 김도현/편곡 김도현
“이 노래도 밝은 노래다. 관계자분들이 타이틀곡으로 추천했다.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다. 레게리듬의 신나는 곡으로 킬라그램이 피처링했다. 남녀간의 밀당을 담은 가벼운 곡이다. 제가 대중가수니까 전 연령에 맞출 수 있는 부분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앨범에 넣었다. ‘러브미’를 타이틀곡으로 하면 '유고걸'처럼 상큼하고 예쁘지만, 그 다음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면서 한 단계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유고걸'은 8년 전이다. 똑같은 느낌으로 하면 아티스트로서 도약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06. '비야 내려' 작사 이효리/작곡 김도현/편곡 윤우석 “피아노 하나로 노래를 한 적이 없다. 엄청난 가창력을 가진 것도 아니라 그런 장르를 피했는데 그냥 담담하게 마음 있는 그대로 표현해 보고자했다. 다른 악기를 배제하고 만들었다. 가사를 평소에 많이 메모해놓는다. 세상이 어두울 때 가뭄 같을 때 시원하게 비가 내리면서 기우제 같은 걸 지내고 싶었다. 마침 비가 오는 날에 작곡가 김도현이 데모를 만들었다. 가사와 어울려서 거의 10분 만에 만들었다. 흐름이 맞을 때 의외로 좋은 노래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07. '뮤트' 작사 김이나/작곡 이효리, 김도현/편곡 김도현
“이 곡만 가사가 나오지 않더라. 아무리 생각하고 녹음 일정이 가까이 와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럴 때 항상 SOS를 청하는 사람이 김이나 작사가다. 빨리 쓰고, 좋은 가사를 쓴다. 좋은 가사를 받아 녹음했다.”
08. '예쁘다' 작사 김이나/작곡 이효리/편곡 이효리
“바쁘게 살았지만 외로웠던 20대에 편지를 쓰듯이 곡이랑 가사를 썼다. 가사를 쓰면서 굉장히 위로를 받았다. 그렇게 잘나가고 돈도 많이 벌었는데 뭐가 어렵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모두가 자기 위치에 힘든 게 있다. 잘나갔기 때문에 부모님과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것을 39살이 돼 그때를 돌아보니 안쓰럽더라. 노래로 나를 위로해보자. 이 노래를 듣는 분들도 자신의 20대를 돌아보면서 위로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20대 때 제일 듣고 싶은 말이 '예쁘다'였다. 외모가 예쁘다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예쁘다는 말을 안 한 것 같다. 난 다리가 짧고, 피부가 까맣다고 스스로를 타박했다.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저에게 예쁘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09. '변하지 않는 건'(Feat. 로스) 작사 이효리/작곡 이효리, 김도현, 로스(랩 메이킹)/편곡 김도현
“영원한 건 없고, 다 변하고, 다 죽고, 지금 내 괴로움도 시간이 지나면 없어진다는 걸 왜 몰랐을까. 그게 영원하지 않다는 걸 제주도에서 많이 생각했다. TV에 몇 년 안 나오니까 동네 초등학생은 나를 모른다. 저희 집에 아이유가 놀러오면 난리가 나더라. 이모도 연예인이라고 하니까 요가 선생님이나 시골 아줌마인 줄 안다. 한때 잘나갔어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생각해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것을 매력 있게 말하고 싶었다.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있는 순간, 괴로움이 시작된다. 미모나 남편의 사랑이나 영원한 건 없고, 죽으면 끝이다. 그런 상태를, 내 자신을 인정하고 싶다.”
10. '다이아몬드'(W/이적) 작사 이효리/작곡 이효리/편곡 이효리
“데모로는 어설펐는데 김형석 오빠가 피아노로 치니까 다르더라. 혼자 부르기 심심한 것 같아 이적 오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너무 감사하게 잘 만든 곡이다.” (이효리는 JTBC ‘뉴스룸’에서 “위안부 할머니가 돌아가신 기사를 보다가 가사가 떠올랐다. 거창하게 할 수는 없고 돌아가신 분들에게, 꼭 위안부 할머니가 아니더라도 권력이나 기업에 맞서 싸우다 힘없이 포기하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지 않나.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그분들께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싶은 마음이 큰데 어떻게 할까 하다가 음악을 하는 사람이니까 곡으로 표현해보자 싶었다”고 말했다.)
10곡 중 이효리가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서울’이다. 이효리는 “'서울'이란 곡이 가장 애착이 갔다. 앨범을 만들며 가장 첫 번째로 썼던 곡이다. 내 상황을 표현했다. 이쪽도, 저쪽도 확실히 정하지 않은 마음과 가수로 상황 등이 담겼다. 많이 듣기 보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곡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