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팝업리뷰]'채비', 언젠가 겪을(은) 우리 모두의 이별 향한 위로

입력 2017-11-10 19: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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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채비' 포스터
영화 '채비' 포스터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특별한 모자관계로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리며 마음에 온기를 꽉 채워 넣는다.

‘채비’는 30년 내공의 프로 사고뭉치 아들을 24시간 케어하는 프로 잔소리꾼 엄마가 이별의 순간을 앞두고 홀로 남을 아들을 위해 특별한 체크 리스트를 채워가는 과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

이 영화는 처음부터 엄마 ‘애순’(고두심 분)이 시한부 인생이라는 걸 노출시킨다. 이에 오히려 예측 가능한 전개에 대한 아쉬움이 생기지는 않는다.

‘애순’에게는 딸 한 명과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 한 명이 있다. 아들은 30세지만, 7세 지능으로 케어가 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엄마에게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주어지고, 엄마는 홀로 남을 아들이 혼자서도 지내는 법을 알려주려는 게 ‘채비’다.

영화 '채비' 스틸
영화 '채비' 스틸

떠날 엄마와 남을 아들이라는 설정 하나만 들으면 슬픈 분위기만 가득할 것 같지만, 결론적으로는 아니다. 체크 리스트를 채워가는 과정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려냈다. 엉뚱한 아들과 잔소리하는 엄마 사이 벌어지는 상황들은 웃음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하는 아들의 모습에 응원도 보내게 된다.

그렇다고 가볍게만 다룬 것은 결코 아니다. 엄마와 남들보다 조금 느린 아들의 이별 과정을 생활과 밀접한 에피소드들로 구성해 누구나 겪을 일이지만, 차마 상상조차 하기 싫어 외면했던 채비의 과정에 보다 따스하게 접근 가능하게 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보편적인 감정을 일으키며 눈물을 울컥 쏟아내게도 만든다.

이와 같이 ‘채비’는 전형적인 웃음과 감동이 적절하게 조화돼 있다. 예상 그대로 흘러가는 전개에도 불구 웃음이 나고, 눈물이 나는 건 구멍 없는 연기력의 소유자 고두심, 김성균, 유선 등의 열연 덕분이다.

수많은 작품에서 엄마 캐릭터를 맡으며 ‘국민엄마’로 불리고 있는 고두심은 이번 작품에서는 어느 때보다 엄마의 단단함을 보여주고자 신경 썼다. 민낯에 가까운 얼굴로 등장, ‘애순’ 그 자체로 거듭나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 '채비' 스틸
영화 '채비' 스틸

김성균 역시 지적장애 아들 연기를 훌륭하게 해냈다. 여러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지만, tvN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소시민적 모습까지 보여준 김성균은 ‘채비’에서 색다른 변신을 꾀했다. 더욱이 캐릭터의 행동들이 웃음 장치로만 이용되지 않게 진심을 다해 연기한 만큼 진정성이 돋보인다.

유선은 아픈 동생에게만 정성을 쏟는 엄마로부터 상처 받은 딸의 아픔을 잘 표현했다. 특별출연한 신세경 역시 이 영화 고유의 따뜻함을 배가시킨다.

이처럼 ‘채비’는 요즘 영화들과는 다른 결을 갖추고 있어 올드하게 받아들여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에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끔 한다. 또 감정이입을 언제 하느냐에 따라 웃는, 우는 순간이 다른 매력이 있다. 조영준 감독은 “결국 이 세상 모든 부모와 자식은 언젠가 닥칠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조영준 감독의 의도대로 ‘채비’는 우리 모두의 이별에 건네는 위로다. 현재 절찬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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