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허철 감독의 시선은 날카로웠다.
2011년 영화 ‘영화판’으로 한국영화계에 대한 날선 시선을 드러냈던 허철 감독이 2017년 영화 ‘돌아온다’로 첫 극 장편 데뷔를 이뤄냈다.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한 ‘돌아온다’는 가슴 속 깊이 그리운 사람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어느 막걸리집 단골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제41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작업하다 첫 극 장편영화를 발표하게 된 허철 감독. 최근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로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허철 감독은 이러한 작업에 대해 “개인적으로 어렵기보다 재밌었다”며 “호흡이 길게 가는 장편이다 보니 공간을 쓰고 배우들을 쓰는 데에 있어서 동선을 만들고 공간을 창출하는 게 재밌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허철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특히 음악과 사운드 디자인에 핵심을 뒀다”고 얘기했다. 허철 감독은 “기존의 극 영화와 달리 다큐멘터리는 실제 사운드를 써야한다는 강박이 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사운드 디자인을 의도대로 할 수 있으니깐 너무 재밌었다”고 말했다. 또한 허철 감독은 기존 한국 영화들의 문제점을 짚으며 ‘돌아온다’를 통해서는 그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보통 한국영화는 시나리오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글로 쓰인 시나리오대로 잘 찍기만 하면 영화가 된다는 잘못된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그게 관습화 되어서 어떤 배우를 출연시키느냐, 또 어떤 내용이냐만 신경을 쓰지 음악과 색채, 영상에서 주는 충격, 이런 것들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저는 스토리는 대본이라는 내러티브에서 오는 게 아니라 영상의 색채, 사운드, 배우의 퍼포먼스가 겹쳐지며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영화판’으로도 한국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짚어냈던 허철 감독. 이에 허철 감독은 이번 ‘돌아온다’를 만드는 것에 대해 “내가 한 번 보여줄게라는 생각도 있었다”고 얘기했다. 이어 허철 감독은 자신의 작품 ‘영화판’을 예로 들며 최근 한국 영화계에 대한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영화판'에서 던지는 큰 핵심은 한국영화가 어떻게 현재에 왔느냐다. 한국영화는 왜 이런 식으로 만들고 있나를 큰 질문으로 하고 과거에는 정치 검열의 시대를 살았고 이제는 대기업 자본이 검열을 한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 소위 말하는 영화 예술가들은 지금 그 두 가지를 다 가지고 힘들어하고 있다. 지난 두 정권을 거치면서 영화판에서 자본검열과 정치검열을 다 받는 상황이었다보니 많은 영화감독들이 이거를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안타깝다.”
이어 허철 감독은 “지금 극장가를 보면 범죄 스릴러 왕국이 된 것처럼 보인다”며 “가학적인 영화라든지 조폭 얘기라든지 이런 스토리가 평균화 됐다. 요즘은 스타와 이미 안전이 보장이 되어있는 시나리오만 있으면 되는 시대다”라고 한국 영화계를 짚어냈다. 허철 감독은 “그런 의미에서 '돌아온다'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하며 ‘돌아온다’를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 밝혔다.
“순수하게 연극을 보고 왜 이 연극에 빠지지, 큰 얘기도 없는데 왜 감동을 먹을까 그게 신기했다. 그냥 사람 사는 얘기인데 감동이 오는 거였다. 저는 여기서 한국의 시대감성을 봤다. 2014년부터 이어져 온 사건들이 있었다. 정치현실 때문에 답답했고 자식들을 수장시켜서 슬퍼하는 수백 명의 부모와 가족들이 있었고, 강정마을은 백년 넘게 살아온 마을을 뺏겼다. 그런 것에서 오는 상실감을 다루는 영화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허철 감독은 “이런 식으로 만드는 게 정답이라는 게 아니다”라는 것을 정확하게 밝혔다. 허철 감독은 “'돌아온다'를 통해서 새로운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새로운 시도가 정답이라는 게 아니다. 이런 방법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그런 허철 감독의 생각과 함께 태어난 영화 ‘돌아온다’. 허철 감독은 ‘돌아온다’를 통해 한국영화가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데 충분히 성공한 모습을 보인다. 현재 절찬 상영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