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1987’에서 우현과 문성근이 펼치는 악역 연기는 강렬함 그 자체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1987’이 개봉 6일째인 지난 1일 2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신과 함께-죄와 벌’이 천만 관객을 향한 빠른 흥행질주를 하고 있는 사이, ‘1987’ 역시도 흥행세를 놓치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과연 ‘1987’의 어떤 점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1987’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의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냈던 사람들의 가슴 뛰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과 故 이한열 열사의 최루탄사망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역사적인 민주항쟁의 순간을 가깝게 들여다보고자 한 영화 ‘1987’은 왜 시민들이 광장에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당시의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며 2017년이 가지는 광장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만든다.
실화가 가지는 힘. ‘1987’은 이 힘을 이용해 영화가 실제 상황과 이어지는 순간을 마련하며,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자 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것에는 실제의 사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실제 6월 민주항쟁과 많은 연관을 가지는 배우들의 힘이 작용하는 것. 그 중심에는 배우 우현과 문성근이 있다. 특히 우현의 경우에는 영화 ‘1987’과 가지는 연결고리가 가장 큰 인물이기도 하다. 우현은 1987년 당시 故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과 49재 행사를 이끌었던 인물 중 한 명이기 때문.
87년 당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사회부장을 맡았던 우현은 친구인 배우 안내상과 총학생회장이었던 우상호 의원과 함께 민주화 운동에 앞장 선 것으로 알려졌다. 문성근의 경우는 아버지 문익환 목사를 통해 ‘1987년’과 각별한 인연을 가졌다. 문익환 목사는 당시 민주화 투쟁에 앞장 선 인물로 영화 ‘1987’의 엔딩 영상에서 “박종철 열사여, 이한열 열사여”를 오열하며 외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처럼 실제의 현장가 인연이 깊은 우현과 문성근의 출연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1987’과 실제 사건과의 그 결속력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눈길을 끄는 것은 이러한 우현과 문성근이 극 중에서는 민주항쟁의 대척점에 서는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이다. 극 중 우현이 맡은 역할은 당시 경찰 총수인 치안본부장. 정권 밑에서 어떻게든 공적을 쌓기 위해 사건은폐에 힘을 쓰는 인물이다. 문성근은 정권의 실세였던 안기부장 역을 맡아 극 중 강렬한 카리스마를 쏟아낸다. 그의 매서운 눈빛 연기는 스크린을 뚫고 나와 관객들에게 한기가 들게 만든다.
이처럼 실화와 인연이 깊은 인물들이 악역을 연기하는 것은 영화 속에서 색다른 감정이 들게 만든다. 단순히 실화가 가진 힘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가질 수 있는 힘을 스스로 부여하는 것. 이에 ‘1987’은 단순히 사건이 주는 의미로만 관객들에게 감정을 전달하지 않고 영화 그 자체로서 감정의 힘을 만들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