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정진영의 손에서 '조항리'는 단순한 악인을 넘어 현실의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인물로 태어났다.
조선 최고의 권력 가문인 광양 조씨의 병조판서, 조선을 가지려는 야심가 그리고 ‘흥부전’ 속 놀부의 실제 주인공. 영화 ‘흥부’ 속, 배우 정진영이 연기한 인물 조항리를 가리키는 수많은 설명들이 있다. 하지만 어떠한 설명도 ‘흥부’ 속 조항리를 막연하게 설명하기는 힘들다. 자신은 왕이 될 꿈을 꾸지만, 타인에게는 “꿈을 꾸는 것도 죄가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중적인 태도를 가지기에 조항리는 더욱 쉽게 정의 내릴 수 없게 된다.
특히 이런 복층다단한 인물로 분한 정진영의 연기 덕에, 조항리는 단 한 번도 속을 알 수 없고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흥부’ 속 조항리는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다. 그렇다면 허구의 인물 조항리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이에 대해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길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정진영은 “처음 역을 의뢰받았을 때는 묵직한 야심가로만 있는 건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며 “때로는 용의주도하고 때로는 교활하고 때로는 천박한 그런 것들이 같이 어우러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캐릭터를 구상하는 데 들였던 공을 얘기했다.
이어 정진영은 “우리는 지난 2년 사이에 여러 가지 일을 봐왔다”며 “그런 (사회적 문제와 정치적) 문제가 하나로 묶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조항리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에는 그간 한국사회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가장 큰 모티브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정진영이 탄생시킨 조항리는 막연히 비현실적이지 않고 꽤나 현실적이다. 현실적인 악인. 정진영은 “제일 처음에 감독님을 만나서도 인상만 쓰면 매력을 못 느낄 것 같다고 좀 더 여러 가지 요인을 섞는 것을 추천드렸다”며 “감독님도 그 부분이 재밌겠다고 하셔서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조항리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 비화에 대해 얘기했다.
이처럼 조항리는 현실 문제 자체를 종합적으로 끌어안고 있는 인물. 그렇기에 혹여나 ‘흥부’ 영화 자체가 메시지가 과해지지는 않았을까. 이에 대해 정진영은 “사실은 이 영화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든 건 아니다”라며 “제 생각에는 고전 ‘흥부전’을 모티브로 한 변주의 형식이 이 영화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정진영은 “본래 ‘흥부’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도 인류가 수천 년 동안 해온 이야기다”라며 “백성의 삶에는 관심이 없는 고위 관리들 간의 갈등 같이 고전적이고 보편적이 이야기다. 하지만 2년 사이, 촛불과 같은 일들이 있으면서 그 이미지가 함께 하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진영 또한 “작품을 고를 때 꼭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가 없는가를 판별하지 않는다”고. “물론 그런 작품들에 가산점을 주긴 준다. 그런데 결국 제가 지향하는 건 다양한 영화를 해보고 싶은 거다. 코미디라면 코미디, 공포라면 공포, 영화 자체가 주는 매력이 강하다면 저는 언제든 영화를 하고 싶어 한다”
한편, 배우 정진영의 깊은 연기적 고민과 함께 탄생한 영화 ‘흥부’는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작가 ‘흥부’(정우 분)가 남보다 못한 두 형제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들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사극 드라마로 오는 2월 14일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