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반전만 쫓다가 장르의 매력을 놓쳐버렸다.
어느 순간부터일까. 스릴러 영화는 곧 반전영화라는 공식이 성립되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반전이 없는 스릴러 영화를 소비하지 않았고, 얼마나 더 확실한 반전이 등장하는 지에 따라 작품의 수준을 가늠했다. 그렇게 서스펜스를 위한 도구로 사용됐던 반전은 스릴러 영화의 또 다른 목적으로 기능했다. 반전영화라는 말이 성행했다. 물론 스릴러 영화에서의 반전은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역시도 애용하던 시스템이었다. ‘맥거핀’이 일종의 미시적 반전으로 기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히치콕 감독의 서스펜스는 이야기의 반전에서 오는 것이라기보다는 이야기와 인물들의 구조, 연출에서 오는 주도면밀함에서 기인했다. 즉 스릴과 서스펜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반전이라는 구조가 아닌 촘촘한 구성이었다.
스릴과 서스펜스가 가지는 미세한 서사적 차이점도 존재한다. 스릴은 관객과 서사 속 인물이 동일한 정보량을 가지고 상황 속에서 밀려오는 어떠한 긴장감이라면, 서스펜스는 관객이 인물보다 더 많은 정보량을 가지고 인물을 바라보며 긴장을 느끼는 상황이다. 어쨌든 관객에게 영화가 일정의 정보를 제공해야지만 긴장감이 유발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영화 ‘데자뷰’는 이러한 스릴러 장르의 공식과는 전혀 반대지점에 서 있다. 관객들은 사건의 중심 스토리에서 어떠한 단서도 얻을 수 없다. 물론, 환각을 보는 신지민(남규리 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기에 상황 자체를 모두 믿을 수 없다는 설정이 작용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자뷰’는 관객들에게 서사에 집중할 수 있는 단서들을 조금이라도 허락하지 않는다.
스릴러 장르는 관객이 서사에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관객들이 스릴과 서스펜스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반전은 서사에 참여한 관객들이 단서를 이용해 추리한 것이 ‘틀렸다’라고 말하며 소위 ‘뒤통수를 치는’ 장치다. 그러니 반전을 위해서는 우선 관객들도 추리를 할 수 있는 단서들을 우선적으로 만들어두어야 하고 서사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어야 된다. 허나 너무나도 단서가 부족한 나머지 ‘데자뷰’는 추리할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히 이야기에 참여할 수도 없다. 그저 인물이 환각을 겪고, 그 주변의 인물들이 암투를 벌이는 상황을 관망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반전은 관객들에게 전혀 반전으로 느껴지지 않고, 뒤늦게 상황을 수습하는 설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뒤늦게 등장한 설명 또한 명확하지 않다. 뒤통수도 개운함도 없다. 인물들이 왜 이런 행동의 결론을 내게 됐는지도 불분명하다. 인물의 전사나 행동의 개연성이 분명하지 않으니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도 퍼즐은 맞춰지지 않는다. 듬성듬성 조각이 빠진 퍼즐을 87분 동안 맞춘 뒤 결국 완성을 못 시킨 찝찝함만을 남긴다. 또한 데자뷰 현상과 꽤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야기와 소재는 왜 영화의 제목을 ‘데자뷰’로 설정했을까라는 의아함을 가중 시킬 뿐이다. 반전만을 좇다가 내실을 다지는 것에는 힘을 쓰지 못하니 아쉬움만 남긴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는 빛이 난다. 특히나 신경쇠약증에 걸린 신지민 역을 연기한 남규리의 연기 변신은 확실한 얼굴도장을 찍기 충분하다.
지난 2014년 개봉한 영화 ‘신촌좀비만화’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남규리는 이번 ‘데자뷰’를 통해 지민의 불안한 심리의 결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렇게 날선 예민함은 행동 하나, 표현 하나에서도 그대로 발현되며 다시 한 번 남규리의 연기에 대해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게 된다. 더불어 이규한은 양면의 인간성을 적절하게 표현해내며 ‘마파도2’ 이후 오랜만에 다시 한 번 영화에서 자신의 연기력을 제대로 입증해낸다.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을 서사의 흐름이 방해하는 것이 흠이다. 좀 더 치밀한 구성을 지녔다면 한층 더 빛이 났을 연기였기에 아쉬움은 더욱 크다.
영화가 표방하는 장르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영화 자체에서도 공포 요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기에 합당하다. 허나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아슬한 저울질에서 좀 더 미스터리 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것은 스릴러의 부재 탓일까, 혹은 미스터리적인 부분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탓일까. 기괴한 분위기 속에서 공포는 확실하게 힘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맞추기 힘든 퍼즐 속 관객들이 영화 ‘데자뷰’의 매력을 어떠한 방향으로 캐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오늘(30일) 개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