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신예들에 대한 비난 보다는 비판이 필요한 때다.
예의 중국은 한국을 바라보며 군자국(君子國)이라고 일컬어왔다. 서로 양보하며 싸우지 않는 풍속과 예의을 중요시하는 한국의 풍속을 칭찬하며 이르던 말이었다. 군자국의 또 다른 말은 ‘동방예의지국’이기도 하다. 그렇게 예의에 대한 경향은 오랜 시간동안 한국인의 DNA로 이어져 내려왔다. 예의는 예절로 규칙화 되고 관습화됐다. 어디에 가든 그에 맞는 예절은 갖추는 게 덕목이라는 것 역시 어린 시절부터 한국인들에게 체화되어왔다. 이는 연예계 역시 마찬가지. 배우는 연기와 예절을 모두 갖춰야했고, 건방짐 보다는 겸손함을 덕목으로 갖추고 있어야했다. 특히 이는 신인 배우들에게 가장 먼저 요구됐다. 연기를 잘하는 것도 좋지만 얼마나 많은 예의를 지켜야 하는 지가 중요시 됐다.
그런 예의의 문제에서 배우 김정현은 이틀째 누리꾼들에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됐다. MBC 새 수목드라마 ‘시간’의 제작발표회에서 보였던 태도들이 문제가 됐다. 이날 김정현은 본격적인 기자간담회 이전의 포토타임에서부터 다소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상대배우 서현과 동반 포토타임에서 그는 화기애애한 포즈를 연출하려던 서현의 요구를 거부했다. 서현은 머쓱하게 팔을 내렸고, 이윽고 진행된 사진 촬영에서 둘은 얼굴을 가까이 댄채 뻣뻣한 자세로 사진을 찍었다. 이후 기자간담회에서의 태도 또한 문제로 제기됐다. 질의문답들이 오고가는 때에 김정현은 계속해 무표정으로 대답을 일관한 것. 이에 한 기자는 김정현에게 “오늘 기분이 안 좋은 것인지, 혹은 역할에 몰입하고 있는 것인지”라는 질문을 건네기도 했다.
이러한 질문에 김정현은 이러한 무표정이 현재의 감정 문제가 아닌 역할에 몰입하면서 나온 자세였다고 대답했다. 그는 “평소에도 인물에 많이 붙어있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시간'에 생명과 에너지를 전부 불어넣어서 살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나 그런 것보다 인물에서 주는 붙은 감정 때문에 제 삶이 많이 인물 쪽으로 기운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표현대로 그는 연기를 ‘전력투구’ 중이었다. 또한 김정현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지만 이러한 연기 욕심은 되려 화가 됐다. 누리꾼들은 서현의 팔짱 요구를 거부한 태도와 연기에 너무 과몰입 해 드라마를 소개해야하는 제작발표회의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든 것 김정현의 모습에 비판의 잣대를 들이댔다.
진정한 배우라면 연기를 하지 않을 때와 연기를 해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허나 그 중에서는 일방적인 비난 또한 섞여있었다. 연기적인 태도를 비판하기보다 단순히 인격을 공격하는 의견들도 쏟아졌다. 비단 이러한 일은 김정현에게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앞서 영화 ‘버닝’으로 데뷔한 전종서 또한 칸 국제영화제로 향하는 출국길 사진을 통해 한 차례 홍역을 치러야했다. 당시 전종서는 출국길 사진에서 사진기자들을 향해 찡그린 표정을 짓거나, 얼굴을 가리는 듯 제스처를 취해 논란이 됐다. 의례 출국길 취재 요청을 받고 사진 취재를 하러간 취재진들에게 무례한 행동이 아니었냐는 비판이 일었다. 물론 비난 또한 쏟아졌다.
이후 전종서는 당시 공항으로 가는 길에 차에서 개인적인 이유로 정신없이 눈물을 흘렸었고,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러한 일이 처음 일어나는 신인이었기에 당시 상황이 당혹스러웠던 것이다. 김정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2015년 영화 ‘초인’으로 데뷔한 김정현은 이제 3년차 신예다. 그간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한 상태에서 연기를 해왔던 그였기에 이번 작품 역시 그는 계속해서 캐릭터 그대로를 담아내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러한 연기와 현실의 구분은 명확해야 한다. 그것이 오래가는 배우들의 성공방식이었다. 그렇기에 김정현 스스로도 지금의 상황을 겪고는 더 단단하게 배우로서 성장하는 과정에 들어서야 한다. 비판을 딛고 이를 받아들이면서 변화하는 것이다.
이처럼 비판은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이를 반면교사 삼아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비난은 그저 상처만 줄 뿐이다. 예의를 중요시 여기는 한국 사회에서 신예들의 돌출 행동은 문제가 되어왔다. 아직 그러한 자리에서의 예절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었다. 여기서 이러한 신예들을 성장시키게 만드는 것은 비판과 격려다. 다음에는 이러한 실수를 하지 않게끔 하는 따끔한 질책은 연기를 더욱 성숙하게 만든다. 하지만 단지 인격적으로 쏟아내는 비난은 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