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색다른 한국판 첩보물 만들고 싶었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부터 ‘비스티보이즈’,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민란의 시대’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윤종빈 감독이 히어로를 연상케 하는 주인공, 미녀 조력자, 액션, 추격전, 신무기 등 할리우드 첩보물의 상징적인 틀에서 과감히 벗어난 우아하고도 품격 있는 한국형 첩보물 ‘공작’으로 돌아왔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윤종빈 감독은 ‘흑금성’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 새로운 첩보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생겨 작업에 뛰어들었지만 안 해본 작업인 만큼 배우들, 스태프들과 더욱 똘똘 뭉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공작’은 실제 남과 북 사이 벌어졌던 첩보전의 실체를 처음으로 그려 구미를 당긴다. 윤종빈 감독 역시 ‘흑금성’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충격적이고, 놀라웠단다.
“원래 안기부 소재의 영화를 만들려고 취재하다가 ‘흑금성’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 이야기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한국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게 안 믿기고, 놀라웠다. 내가 20살 때쯤이었는데, 전혀 몰랐다. 그렇게 호기심에서 시작하게 된 거다. 영화화하면 실화를 베이스로 하는 한국판 ‘본’ 시리즈, 즉 색다른 첩보물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첩보물의 본질을 건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어 “영화화하면서 인물, 사건이 단순화됐지만 이야기의 큰 줄기는 실화 베이스다. ‘흑금성’ 이야기를 모르고, 정치를 모르는 분들에게도 첩보 장르의 재미를 주면서 다른 신념을 가진 남과 북 두 남자의 이야기로 보일 거라 생각했다. 영화적으로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어도 다른 재미가 있으면 즐기는 것처럼 북한 광경에 있어서 시각적인 볼거리를 주고자 했다”고 신경 쓴 점을 덧붙였다.
이에 ‘공작’을 통해 ‘박석영’(황정민)과 ‘리명운’(이성민)의 진한 브로맨스가 느껴진다는 평이 잇따른다. 하지만 윤종빈 감독은 자신은 브로맨스를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남과 북을 다룬 기존 영화에서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다가 점차 친해지는 설정이 개인적으로 싫었다. 브로맨스를 의도했다기보다 그저 다른 신념을 가진 두 남자가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영화라는 맥락으로 접근했다. 그래서 1시간 30분 정도는 서로 견제하고, 의심만 하는 거다. 물론 브로맨스라는 표현이 좋긴 하지만, 내 의도는 아니었다.”
‘공작’은 첩보물이긴 하지만, 액션은 없고 심리전을 통해 긴장감을 조성한다. 황정민, 이성민 등은 한계를 느끼며 연기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윤종빈 감독 역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면서 최대한 액션처럼 느껴지게 하려고 노력했고, 긴장감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게끔 빅클로즈업 촬영 방식을 택했다.
“‘김정일’(기주봉)과 만나는 장면은 대화신만 7~8페이지였다. 움직임도 없고 대화만 하는데 이게 재밌을까 싶었다. 구강액션이라고 칭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액션처럼 느끼게 할까 고민이 됐다. 어떻게든 최대한 액션처럼 느껴지게 계획도 했지만, 현장에서 수정을 해갈 수밖에 없었다. ‘흑금성’이 사업가로 위장한 건데, 긴장하는 순간이나 미묘한 표정 변화들은 클로즈업 아니면 못느끼니 그렇게 촬영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안 해본 작업이라 두렵고, 무서웠다. 중반쯤 왔을 때 어떻게 하는지 알겠더라. 황정민 선배가 일단 해보자고 하셨다. 안 되면 또 찍으면 되지 않냐고 해서 서로 10번이고, 100번이고 할 수 있다고 다독였다”고 회상했다.
뿐만 아니라 ‘공작’은 철저한 자료조사와 고증 과정을 통해 한국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90년대 북한을 완벽하게 구현해 놀라움을 자아낸다. “‘흑금성’이 평양에 진입하는 장면은 전환점으로 아주 중요한데, 리얼리티가 획득 안 되면 몰입이 안 될 것 같았다. 다른 국가는 북한에 직접 가서 촬영할 수 있지만, 우리만 불가하지 않나. 조사해보니 해외에 북한 소스를 파는 곳이 있어서 사서 CG를 입혔다. 또 세트를 짓거나 대만에서 촬영했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바 있는 ‘공작’은 당시 상영 버전보다 4분 정도 덜어냈다. 윤종빈 감독은 관객들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했다.
“칸 상영 버전은 뭔가 이해가 떨어지는 면이 있더라. 이해가 떨어지면 몰입 역시 떨어진다. 그런 위험이 있는 대사들을 덜어냈다. 요즘 관객들의 해석은 신선하던데 다양한 의견이 나왔으면 좋겠다. ‘공작’은 젊은 관객들의 경우는 사극 보듯, 그 시대 살았던 나이 드신 관객들의 경우는 같이 따라가면서 즐길 수 있을 거다. (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