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천윤혜기자]고통스럽지만 그렇다고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 그 기억을 되짚으며 살아남은 자들을 향해 위로 한 마디를 던진다.
'봄이가도'는 딸을 애타게 기다리는 엄마, 운 좋게 홀로 살아남은 이, 아내의 흔적에 허탈한 남편(전석호) 등 봄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찾아온 기적 같은 하루를 담아낸 가족 영화.
이 영화는 지난 2014년 4월 16일 전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만든 세월호 사건을 이야기한다. 4년이 넘게 지난 사건이지만 그 당시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은 상황. '봄이가도'는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세 가정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아냈다.
'봄이가도'는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는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영화 속 피해자들 역시 주변인들로부터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는다. 하지만 피부로 느끼지 않은 채 글로만, 말로만 전해 듣는 이야기로 피해자의 마음을 가늠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슬픔에 공감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잣대로 그들의 슬픔의 크기를 단정짓는 사람들의 행태를 꼬집는다.
세월호 사건의 가장 큰 희생자는 한창 꽃 필 나이의 고등학생들. 어린 나이에 가라앉는 배 속에서 발버둥쳤을 그들의 아픔은 어떤 보상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봄이가도'는 그런 학생들만을 피해자로 단정짓지 않는다. 당시 피해자들 중에는 한 가정의 아내도 있었으며 그곳에서 살아 나왔다 할지라도 죽어가는 학생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이 영화는 그들 모두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슬픔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유가족을 향한 위로 역시 덧붙였다는 점에서 '봄이가도'는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유가족 앞에 찾아온 기적 같은 하루는 가족을 잃은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들의 부재 속 정상적인 일상 생활을 하지 못했던 자들의 마음을 다독인다. 가족들에게 진정한 위로를 건네며 이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전미선, 유재명, 전석호로 이루어진 세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세 배우들 모두 상업적인 목적으로 영화에 참여한 게 아닌 만큼 그들의 연기에는 더욱 진심이 담겼다. 전미선은 3년 동안 실종된 딸을 잊지 못하고 기다리는 엄마로, 전석호는 아내와 행복했던 기억을 잊지 못한 채 폐인이 되어버린 남편으로 분했다. 또한 유재명은 세월호 사고에서 살아남았지만 트라우마로 일상을 살아가지 못하는 상원을 연기했다. 세 배우들은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으로 연기해 서로 합을 맞추지는 않았지만 어느 한 사람 무게감이 덜 한 존재가 없다. 세 배우의 눈물과 고통은이 '봄이가도'의 깊이를 더한다.
영화를 연출한 신예 감독 3인방 중 한 명인 장준엽 감독은 "영화를 기획했을 때가 세월호 2주기 무렵이었다. 그 때가 사회적으로 분열이 제일 많았던 시기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라며 "증오가 만연해있는 사회에서 영화를 통해 희망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정호승의 시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힘이다. 꽃은 졌지만 그들의 아픔은 잊혀진 적이 없다. 세월호 사건이 시간이 갈수록 당사자의 아픔이 변질되며 사회적 분열을 일으키기도 했던 바, '봄이가도'가 그 상처를 치유해주며 세상에 새로운 희망을 던질 수 있을까. 개봉은 오늘(1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