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고통스러운 아이들에 손 내밀어줄 수 있는 계기 되길..” 참혹하지만 꼭 마주해야 한다. 이지원 감독의 섬세한 터치로 손을 건네고 싶고, 안아주고 싶다. 외면한 우리 모두를 돌아보게 만드는 기특한 영화 ‘미쓰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지원 감독이 직접 겪은 일화에서부터 출발했다.
몇 년 전 이지원 감독의 옆집에 살고 있던 아이가 도움이 필요해 보였지만, 오랜 기간 준비한 영화가 엎어지고 좌절한 상황 때문에 손길을 내밀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아동 학대 관련 뉴스를 보고 미안한 마음에 시나리오를 집필하게 된 것.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이지원 감독은 ‘미쓰백’을 통해 미약하게나마 관심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털어놨다.
“6~7년 준비하던 작품이 엎어져 심적으로 죽고 싶을 정도였다. 인생 전체가 영화 빼고는 없는데 더 이상 영화 못하나 싶었던 거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나. 마침 옆집에서 아이의 소리가 들리는데, 데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 가버릴까 싶었다. 이 모티브로 시작했다. 실제 겪었던 일에 상상력을 더해 서사를 풀어나갔는데 진심이 온전히 들어가서 그런지 시나리오가 빨리 완성됐다. 다들 시나리오를 좋게 봐주셔서 그동안 영화를 준비한 오래 시간이 무색할 만큼 기획 단계에서부터 금방 들어갔다.”
이처럼 ‘미쓰백’은 이지원 감독의 데뷔작이다. 신인 감독의 데뷔작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짚어야 하지만 무거울 수밖에 없는 아동학대를 소재로 삼은 데다, 충무로에 흔하지 않은 여성 원톱 주연작이기 때문이다.
“궁지로 몰린 상태에서는 논리적이기보다 본능적으로 생각하게 되더라. 내 실제 경험을 투영하다 보니 여성 캐릭터가 나왔고, 옆집 아이도 여자 아이였다. 사실 시나리오 단계에서 남성으로 바꾸는 거 어떻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투자 과정이 험난했던 것도 사실이다. 무모한 일이었음에도 진심을 알아봐주는 배우들, 스태프들이 이런 영화는 만들어져야 한다며 뛰어 와줬다. 모두의 진심이 모여 만들어진 셈이다.”
이어 이지원 감독은 자료 조사를 많이 했다면서 “아동전문기관 분들을 많이 만났다. 실제 ‘지은’ 캐릭터 6~7명의 이야기가 들어갔다. 뉴스로 접한 것보다 훨씬 마음 아픈 지점이 많더라. 아동학대 피해자가 구해진다고 해도 남은 삶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조사를 하면 할수록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대책 마련에 도움이 될까 싶으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지원 감독이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미쓰백’을 만들었지만, 관객들에게 폭력적으로 다가가지 않기 위해 고민 또 고민했다. 물론 소재상 괴로운 순간들이 분명 존재하지만, 이지원 감독은 최대한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신경 썼다.
“근본적으로 아동학대를 풀면서 보여주고자 한 건 폭력은 어쩔 수 없이 되물림된다였다. 폭력이라는 것이 한 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되물림되는 거니깐 경각심을 주고자 노력했다. 폭력 묘사에 있어서 배우들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 폭력으로 다가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동학대의 실체는 참혹한 게 사실이니 미지근하게 하면 경각심을 일깨울 수 없지 않나. 수위 조절에 있어서 상황의 공포감으로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또 방관자 ‘일곤’(백수장)을 통해 일깨워주고 싶었다.”
처음 ‘미쓰백’이 개봉하기 전에는 올해 호평 속 종영한 드라마 ‘마더’가 연상되는 것 같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지원 감독 역시 우려되긴 했으나 모성애가 아닌 우정과 연대에 초점을 맞췄고, 사명감을 위해서라도 기를 써서 완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마더’가 방영된다는 소식에 솔직히 엎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모성애가 아닌 우정과 연대를 그리지 않았나. 또 아동학대에 초점을 확실히 맞춘 만큼 사명감을 위해서라도 기를 써서 완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의 연대는 서로가 가진 상처를 정말 끌어안고 매만지기 위해서 다가오는 과정이다. 서로가 느끼는 감정이 와 닿을 수 있도록 디렉션을 줬고, 감정선에 공을 많이 들였다.”
이지원 감독은 엔딩을 판타지로 끝을 맺은 이유가 있다면서 ‘미쓰백’을 통해 모두가 손을 내밀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단다. “현실적으로는 구해졌다고 해도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판타지로 끝을 맺은 게 한 명이라도 더 희망을 가지고 나가 외면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주는 계기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미약하게나마 시스템 개편되는데 발판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