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통일 아닌 역사 상처 재조명하고 싶었다” 지난 2013년 영화 ‘영향 아래의 여자’로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한국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돼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추상미 감독이 5년 만에 ‘폴란드로 간 아이들’로 컴백했다. 더욱이 한국전쟁 당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전쟁 고아들의 비밀 실화를 스크린에 옮겨 가슴 먹먹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극심한 산후우울증을 앓았던 추상미 감독은 우연히 보게 된 꽃제비 영상을 통해 분단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북한 전쟁 고아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접하게 됐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추상미 감독은 자신이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통해 산후우울증을 치유했듯, 이 영화를 접하는 이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드러냈다.
“산후우울증을 강도 높게 경험했다. 아이에 대한 애착이 강해 악몽을 꾸면서도 동시에 아이와 떨어지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떨어지고 싶은 마음은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에서 온다. 그때 꽃제비 영상을 보면서 감정이입이 됐다. 꽃제비 존재도 몰랐었는데, 호기심이 생겼다. 이후 자료를 찾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와 닿았다. 2~3시간이면 차로 갈 수 있는 거리에서 300만명이 굶어 죽는 이야기라니 분단의 현실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분단이 아니었으면 겪지 않을 일들이었을 텐데 싶었다.”
그러다 산후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일을 찾다 연출로 눈을 돌렸다. 아이를 갖기 전 대학원에서 단편 영화 2개를 만든 경험을 토대로 장편 영화 소재를 찾다가 북한 전쟁 고아들의 이야기를 픽업하게 됐다.
“다른 소재에 눈을 돌릴 것도 없이 통으로 읽혔다. 1년 반 극 영화를 준비해 3고 정도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더 디테일한 작업을 위해 폴란드로 가서 장소도 보고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따야겠다 싶었는데 내가 자문을 구하던 교수님께서 생존자들이 10명 남짓 있는 데다, 연세가 많다고 하시더라. 기록을 먼저 남기는 게 좋겠다 싶으면서 사명감이 생겼다.”
특히 추상미 감독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북한 전쟁 고아들의 실화와 생존해있는 폴란드 선생님들의 증언만 담은 것이 아니라 자신과 탈북소녀 이송의 여정을 접목시켰다.
“극 영화를 만들려는 단계에서 오디션을 진행했다. 한국전쟁 당시 이야기니깐 실제 북한 아이들을 섞어 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주인공 ‘귀덕’과 가장 친한 친구 ‘옥순’ 역으로 송이를 캐스팅했는데, 다큐멘터리를 급하게 기획하게 되면서 나 혼자보다 같이 폴란드로 가는 게 그림상 좋을 것 같았다. 또 시나리오적으로도 도움을 받고 싶어서 함께 갔는데 송이의 스토리가 생겼다.”
그러면서 “다큐멘터리라면 감독들이 보통 의도를 갖고 있는데 급조해서 간 데다, 송이와의 스토리를 예상 못해 뒤죽박죽이었다. 그렇다고 송이와의 스토리를 버리자니 스토리가 너무 좋았다. 폴란드 선생님들과 북한 아이들의 스토리, 나와 송이의 스토리를 균형 있고 조화롭게 하려고 노력했다. 2년이 넘게 걸렸는데 많은 공부가 됐다. 날 것의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분들은 취향이 아닐 수도 있지만, 관객들이 보기 편하게 극영화적인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이 북한 전쟁 고아들을 다루다 보니 일각에서는 정치색이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색안경을 끼고 본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 통일이 돼야한다는 메시지 부여가 아닌 우리의 역사 상처를 새롭게 조명했을 뿐이다.
“폴란드에 가서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많은 걸 느끼게 됐다. 사실 요즘 사회는 정의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나. 선행도 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폴란드 선생님들의 경우는 2차 대전 때 겪었던 상처가 북한 전쟁 고아들을 품는데 사용됐다. 자신의 유년시절이 투영되면서 사랑을 베푼 거다. 선생님들이 아직도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았다.”
아울러 “우리 영화를 단지 통일을 해야 한다로 귀결하고 싶지 않았다. 원장님의 통일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대사도 일부러 뺐다. 그것도 중요한 문제지만, 관객들이 느낄 몫이라고 생각했다. 상처가 아름답게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우리의 역사 상처를 새롭게 조명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시국의 변화로 우리 영화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니 기적 같다. 송이는 폴란드 선생님들과 만나 상처를 대면하며 정체성을 회복했고, 나 역시 산후우울증이 치유됐다. 관객들도 상처 위로를 받고,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다. 극 영화 ‘그루터기’는 폴란드를 다녀오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정보 때문에 수정이 필요하게 됐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리겠지만,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 기다려달라. (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