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장민혜 기자]배우 박중훈이 34년간 배우로 지내오면서 느낀 것을 털어놨다.
15일 오후 방송된 JTBC '방구석1열'은 '한국 영화 100주년 특집'으로 꾸며져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라디오스타'를 다뤘다.
이날 이명세 감독과 박중훈이 게스트로 등장했다.
처음 다룬 영화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였다. 장항준 감독은 "이 영화 이전 배우들은 한 가지 장르에만 집중하던 시절이었는데 박중훈은 멀티가 가능하다. 정극과 코미디가 다 되는 배우는 박중훈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탁월하다. 감독님이 중훈 형을 캐스팅한 이유를 알겠더라"라고 말했다.
박중훈은 "감독님이 저를 스무 살 때부터 봤다. 저를 완전히 파악하고 장악하고 계시니까 정말 맹신하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주성철 편집장은 "파격적인 영상 기법 총출동한 영화가 '인정사정 볼 것 없다'다. 요즘 비주얼리스트, 스타일리스트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는데 한국 영화 전체에서 그 표현이 적합한 감독은 이명세 감독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이 당시는 디지털 콘티를 할 때가 아니어서 더 놀랍다"라고 말했다.
주성철 편집장은 "195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 영화의 전성기였다. 1962년 영화법이 나왔다. 이는 코리아 뉴웨이브까지 창작욕을 억압하는 수단이 됐다. 국책영화, 반공영화 위주로 제작됐다"라고 말했다.
박중훈은 "공연윤리위원회에서 영화 개봉 전에 사전 검열을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명세 감독은 "시나리오부터 검열을 당했다. 예를 들면 '요강'이 들어가면 우리나라의 낙후된 현실을 보여줄 수 있다고 삭제당했다. 검열용 시나리오를 따로 제작하고 찍을 때는 마음대로 찍는 거다. 그렇게 해서 독립군처럼 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중훈은 "사전검열 폐지는 김대중 정부 당시 명시화됐지만 현실적으로는 김영상 문민정부 때부터 숨통이 트였다"라고 말했다. 장항준 감독은 "이후 장르적으로도 버라이어티해졌다. 블록버스터 '쉬리', 공포영화 '여고괴담' 등 실험적인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했다"라고 설명했다.
박중훈은 "80년대까지만 해도 연극영화과를 가려고 하면 전국에 과가 몇 개 없고 한국 영화는 저질이라는 인식이 있었다"이라고 말했다. 이명세 감독은 "선 볼 때도 촬영한다, 광고 회사 다닌다고 했다. 영화 감독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라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박중훈은 "80년대에 영화만 했던 분들은 굉장히 끈끈하다. 동지의식 같은 게 있더라"라고 전했다.
영화 제작사 허가제에 대해 "허가를 받은 제작사만 수입을 할 수 있는 제도다. 한국 영화를 제작하는 편수에 따라서 외화를 수입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박중훈은 "그러다 보니 영화의 질은 좋지 않았다. 배우도 몰래 영화 2편이 찍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주성철 편집장은 "개정영화법에 따라 허가제에서 등록제가 되고, 외화 등이 자유롭게 됐다. 스크린쿼터제는 한국 영화를 지키기 위한 제도다. 강제적으로 지켜진 게 아니라 정부와 영화인들의 대립 끝에 73일로 축소시켰다"라고 설명했다. 박중훈은 "스크린쿼터제는 공정 거래를 하자는 거지, 밥그릇을 지키자는 게 아니다. 일각에서는 외제차 몰고 다니는 이들이 밥그릇 지키겠다고 스크린쿼터를 주장한다고 봐서 속상하기도 했다"라고 털어놨다.
장항준 감독은 "진정한 스크린쿼터제가 멀티플렉스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박중훈은 "미국에서는 한 영화가 극장 몇 개 이상을 차지할 수 없게끔 되고 있다. 어찌 보면 스크린 독과점 때문에 한국 영화가 발전한 것도 있다. 천만 영화가 가능해진 상황이라 영화 제작비를 투자했고 작품의 퀄리티가 높아진 순기능도 있다는 말도 있지만 영화의 다양성과 기회를 위해 스크린 독과점을 개선돼야 한다"라고 전했다.
윤종신은 "저예산이지만 대박을 치는 영화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영화가 나오려면 관객들도 좀 더 다양한 영화를 찾아보고 평판에 좌우되지 않고 모험하듯 취향 찾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두 번째 영화는 '라디오 스타'로, 2006년 9월 28일에 개봉했다. 박중훈은 "안성기 선배님과 처음에는 맞붙었고, 여러 영화에 같이 출연했다. '라디오 스타'에서 다시 만났을 땐 오랜 시간을 함께한 느낌이었다. 그 형님하고는 전생에 가족이 아니었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박중훈은 "제가 따져봤다. 34년 동안 받은 시나리오만 2000편 정도 받은 거 같다. 1960번을 거절했다"라고 밝혔다. 장항준 감독은 "배우는 거절을 하기도 하고 거절당하기도 한다.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설경구가 연락 와서 시나리오 보내 달라고 하더라. 보내줬더니 재미없다고 거절했다. 괜찮다고 했는데 다음 날 아침 설경구에게 개XX 하고 욕이 와 있더라. 알고 보니 제가 술 취해서 전화를 계속하고 음성메시지까지 남겨놨더라. 그걸 듣고 보낸 거였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라고 털어놨다.
박중훈은 할리우드 진출도 했다. 박중훈은 "'아메리칸 드래곤'이라는 B급 액션 영화를 찍었다. '찰리의 진실'을 찍으러 갔다. 명장 감독의 실패한 영화 리스트에 가장 먼저 들었다. 할리우드 진출에 기대가 컸는데 저한테는 개인적으로는 큰 충격이었다. 합리적인 시스템을 한국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산벌' 때부터 어마어마하게 요구했다가 욕을 먹었다. 약간 과장하면 액션 36시간 하다가 잔 적 있다. 너무 피곤했다. 식사 시간도 감독이 배고프지 않으면 계속 촬영이었다. 지금은 현장이 개선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박중훈은 "배우라는 직업이 정신 건강에 안 좋다. 살면서 있을 수가 없는 상황이 영화 속에서는 그려진다. 영화를 오래 하고 많이 하면 감정을 많이 쓰다 보니 평소에도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배우는 인격자가 되기 힘들다. 자기 감정을 잘 다스리고 숨길 줄도 알아야 하는데 잘 안 된다. 발산을 해야 한다. 그게 힘들더라"라고 배우로서의 고충을 털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