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천윤혜기자]([팝인터뷰①]에 이어..)
정진영 감독이 '사라진 시간'을 통해 관객들이 얻기를 바라는 지점에 대해 밝혔다.
'사라진 시간'은 여느 상업영화와는 다르게 관객들에게 사건 발생 과정부터 결론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이는 관객들에게 생각의 자유를 던져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일부는 불친절함에 대한 불만족을 표현할 수도 있는 게 사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정진영 감독은 이런 이야기들을 인정하면서도 불친절한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영화를 하면서 정한 형식이나 태도들이 있는데 설명을 많이 안 하겠다는 거였다. 설명을 안 하는 대신에 요소요소에 설명이 되는 점들을 집어넣자였다. 대중영화가 굉장히 친절한 데 반해 저희 영화는 결과적으로 불친절하게 됐다. 하지만 저는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순간 같이 따라가는 이야기로 구성하고 싶었다. 계속 다른 파도를 타는 식으로 얘기를 만들고 싶었던 거다."
이어 "형식의 낯설음도 있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결론을 드리지 않고 나온다. 이 일이 어떻게 벌어진 일인지 답도 안 준다. 그게 죄송스러운 지점인데 저는 이 이야기를 선문답, 생각의 도구로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얘기는 재밌게 같이 따라가다가 마지막 순간에 답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 거기에서 나라는 존재가 뭔지에 대한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일부러 불친절하려 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 전개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이런 전개방식은 장르의 모호함으로도 나타났다. 실제로 '사라진 시간'의 포스터와 시놉시스를 보면 미스터리 스릴러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코미디적인 요소가 많이 깔려있다. 그러면서도 휴먼, 호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들이 혼합된 느낌이다. 한마디로 장르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작품이었던 것.
정 감독은 자신의 작품이 미스터리 장르로 구분된 것에 대해서는 "투자사에서 판단하기에 독립영화가 아닌 상업영화 방식으로 풀어야겠다 생각해서 그렇게 갔다. 푸는 방식은 제가 관여할 수 없었다. 투자사에서는 대중들에게 영화를 알리는 방식을 그렇게 생각한 거다. 저도 오케이하는 대신 나는 내 마음대로 얘기할 거라고 하고 홍보를 할 때 다른 영역의 영화라고 얘기하는 거다"고 말문을 열었다.
"장르가 무엇인지 따지고 보면 갸우뚱스러울 때도 있다. 장르가 뭐냐고 주변 사람들이 물어보면 장르가 없다고 한다. 장르를 규정짓지 못할 이야기를 만들었다. 장르를 파괴하려는 게 아니라 하나의 장르 규칙에 따라가지 않는 이야기가 된 거다. 그런데 투자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홍보할 수는 없지 않나. 제가 시사회에서 '슬픈 코미디'라고 얘기했더니 '세상에 슬픈 코미디'라는 말은 없다더라. 미스터리 과정이 있으니까 그렇게 풀겠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미스터리면 답을 줘야 하는데 오해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랬더니 슬픈 코미디라고 해도 오해가 생긴다더라. 블랙 코미디라고 해도 오해가 생기는 지점들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정 감독은 '사라진 시간'을 연출했던 순간에 대해 "다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약을 먹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다만 또 다시 연출을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아무 생각을 할 수 없는데 한 작품이야 내가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데 두 번째는 그것만으로 하면 안 된다고 본다. (내 작품이) 가치가 있어야 한다. 산 하나 올라오기도 힘들었는데 또 갈지 여부는 모르겠다. 다시 내려가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럼에도 정진영 감독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새로운 자극을 계속 줘야 한다는 인생관을 내비쳤다. "나는 아직도 안전한 시스템에 있다. 어려운 일을 일부러 한다는 게 아니라 제 스스로를 자극하는 무언가를 찾아가야 한다고 본다. 자극을 받고 그걸 통해서 새롭게 내 안의 세포가 반응하지 않으면 점점 그대로 무뎌지면서 가게 된다. 그런 자극 속에서 공부하고 싶다."
한편 정진영 감독의 입봉작인 영화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지난 18일 개봉했다.
([팝인터뷰③]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