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위플래쉬'는 당신에게 어떤 영화입니까?

입력 2015-03-17 19: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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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희의 시선돌리기] 음악영화 '위플래쉬'의 입소문이 심상치 않다. 지난 12일 개봉한 영화는 개봉 5일 만에 누적 관객 30만 명을 돌파했다.

앞서 입소문을 타고 흥행에 성공한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이 12일 만에 30만 관객을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흥행 속도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기대되는 이유는 관객 반응이다. 개봉 전부터 높은 기대감을 보였던 영화는 오히려 개봉 전보다 개봉 후 영화를 실제로 본 관객의 평점(네이버 기준 9.18/ 3월 17일 현재)이 더 높아졌다. 대체로 관람객의 평점이 높으면 높을 수록 낮아지는 기자,평론가의 평점도 8점대 중반을 기록중이다.

국내에서 '통'하는 톱스타나 감독, 제작자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위플래쉬', 그것도 한국에서 비인기 장르인 '재즈'와 '드럼'을 소재로 다룬 이 영화가 높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위플래쉬'는 스릴러 장르 못지않은 몰입감을 자랑한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20분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고 하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연출, 연기, 편집의 3박자가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면 결코 얻어낼 수 없는 결과물이다.

영화의 '축'은 학생 앤드류(마일즈 텔러)와 교수 플렛쳐(J.K 시몬스)의 대립과 갈등이지만, '동력'은 드럼 연주에 목숨 건 앤드류의 광기로 볼 수 있다.

'완벽'을 추구하는 교수와 '완벽'에 도전하는 학생의 노력은 결국 광기로 귀결되고, 관객은 앤드류의 광기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위플래쉬'는 대런 아로노프스키 '블랙 스완'과도 종종 비교되기도 한다.

이번 아카데미에서도 남우조연상 수상으로 증명됐지만, 플렛쳐 교수 역의 J.K 시몬스의 연기 또한 '위플래쉬'의 빼놓을 수 없는 관람 포인트다. 우리에겐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악덕 편집장 역할 정도로만 알려졌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J.K 시몬스는 관록있는 명배우의 저력을 확실히 각인 시켜주었다.

또 한 명의 배우 마이즐 텔러. 그는 이번 영화를 위해 실제로 드럼 연주를 피나게 연습했고, 대역없이 촬영을 마쳤다. 그 결과 대선배와의 대결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대담한 연기를 보여줬고 그 연기는 오롯이 관객에게 전달됐다. 그의 미래는 밝다. 1987년생인 마일즈 텔러는 이미 '위플래쉬' 이후에 화제작 '인서전트'와 '판타스틱4'의 주연 자리를 꿰차며 이미 할리우드 최고의 촉망받는 배우로 성장했고, 이후에도 수많은 영화의 캐스팅 제의를 받고 있다.

신들린 드럼 연주와 재즈, 그리고 배우의 광기어린 연기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위플래쉬'가 관심이 가는 이유는, 이 영화가 바로 '나 자신'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나'에게 많은 것을 원한다. 마치 플렛처 교수처럼 말이다. 사회는 '1등' '최고'를 강요하고 '바보' 아니면 '천재'라는 이분법 적인 사고를 하도록 요구한다. '나'는 언젠가부터 '천재'가 못되면 '바보'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위플래쉬'는 '천재'만을 강요하는 이 사회에서 '바보'처럼 살고 있는 '나'에게 일종의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라 할 만하다. 극중 억압에 맞서 폭발하는 앤드류에게 희열이나 쾌감을 느꼈다면 당신은 아마도 '바보'처럼 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성공을 하지 못한 패배자였을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천재'의 삶을 동경하거나 '천재'가 이 세상의 '위너'임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물론 '천재'가 되지못한 패배자의 광기를 옹호하지도 않는다.

영화는 '해답'을 내놓기보다는 '희열'과 '분노'를 오가는 관객들의 뜨거운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마지막으로 '위플래쉬'는 음악영화로 포장되어 있지만, 음악영화로 단정짓고 싶지는 않다. 잘 만든 '재즈 영화' 정도를 기대했다면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겠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 그리고 그것들을 감싸고 있는 음악을 즐겼다면 분명 '위플래쉬'는 99점짜리 영화로 당신에게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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