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화장’ 김호정 “영화에서 죽지만 배우로 다시 태어났다”[POP인터뷰]

입력 2015-03-25 07:4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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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최현호 기자]“‘화장’에서는 죽지만 저에게 신인 같은 마음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희망을 줬어요.”

지난해 10월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월석아트홀은 갑작스런 여배우들의 눈물바다가 됐다.

이날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화장’(감독 임권택) 기자회견에 참석한 배우 김규리와 김호정이 눈시울을 붉혔기 때문이다.

김호정
김호정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이날 김호정은 극중 투병하는 역할에 대한 질문에 실제 투병 사실을 밝혔다. 이어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오랜 투병 경험을 했기 때문에 본인에게 감정이입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고, 김호정은 눈물을 쏟고 말았다.

이후 김규리는 ‘나비’에서 인상 깊게 본 김호정의 모습이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이유를 처음 알게 됐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화장’은 지난 17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다시 한 번 공개됐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김훈의 원작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화장’은 안성기, 김호정, 김규리 등 연기파 배우들과 102번째 작품을 연출한 임권택 감독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만큼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김호정은 투병 중인 아내 역할로 영화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었다는 반응이다. 김호정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사간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나 ‘화장’에서 투병하는 인물을 맡은 것에 대해 “처음에는 고통을 떠올려서 연기하기 싫었다”면서 “임권택 감독님 작품이고, 시나리오와 단편 소설이 정말 인상적이라서 하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김호정
김호정

이렇게 김호정이 마음먹고 연기한 오상무(안성기 분)의 아내(김호정 분)는 극중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죽음을 앞에 둔 아내가 남편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생명을 부지하는데, 남편이 어떤 다른 여자를 좋아하는 것을 직감으로 알게 되죠. 그럴 때 여성으로서의 비참함, 병에 걸려 사라진 여성성으로 인한 상실감은 물론 질투도 가지고 있어요. 내가 내 몸을 컨트롤 못하는 무기력함을 가지고 있는 거죠.”

참으로 복잡한 마음이다. 죽어가면서 여자로서의 자존심을 잃는 부분을 많은 사람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지만 충분히 있을 만한 상황이다. 또 화장품회사 마케팅팀 임원인 오상무는 아내가 암투병 중인 와중에 추은주(김규리 분)라는 젊은 홍보팀 직원에 빠지게 된다. 이 역시 현실적인 남자의 복잡한 마음 중 하나다. 이러한 부부의 묘한 관계는 욕실 장면에서 정점을 찍는다.

삶의 막바지에 놓인 아내는 욕실에서 몸도 가누지 못하는 가운데 생리적 문제도 해결하기 힘들어 남편에게 몸을 온전히 맡긴다. 그 상황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것은 이전과 다른 어떤 전환점으로도 비쳐진다. 김호정은 “정말 아내의 상황이 민폐인데, 미안해도 계속 미안하다고 못하다가 마지막에야 겨우 진심을 꺼내는 것”이라고 자신이 바라본 아내의 마음을 언급했다.

김호정
김호정

이런 깊이 쌓여온 부부의 관계를 투병하는 아내로 표현한 김호정은 “아파하는 연기는 다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오히려 안성기 선배님의 역할이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기는 내면을 이미지화하는 게 힘들어요.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뭐가 어렵겠어요. 그냥 하면 되죠.”

하지만 그도 위에서 언급한 욕실 장면은 자신이 가진 여자로서 마음 속 심리를 잘 표현한 장면 중 하나로 평가했다. 김호정은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그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면서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연극으로 시작해 뮤지컬 배우를 꿈꾸다 영화배우로 나선 김호정. 거장 감독의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배우로서 새로운 다짐을 해보였다.

김호정
김호정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목표를 상실했어요. 20대에 연극을 하면서 실패작이 없었어요. ‘나비’를 찍고 무언가 다른 게 계속 제 맘에 차지 않고 실패하면서 우울해졌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보상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괴로워지다가 아프게 됐어요. 그러고 나니까 정말 절실히 연기가 하고 싶었어요. 소중한 마음이 생겼죠. 그러면서 연극 두 편을 했는데 그때도 힘들었어요. 몸도 아팠지만 ‘화장’을 촬영하면서 확 다시 몸이 좋아졌어요. 단식하면서 더 좋아졌죠. 영화에서는 죽지만 저에게 새롭게 신인 같은 마음을 주고 희망을 주는 작품이 됐어요.”

김호정은 끝으로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아픈 캐릭터를 해낸 만큼 이젠 당당한 모습을 가진 역할이면 어떤 작품이든 하겠다는 각오다. 또 대단한 것보다 자신의 삶에서 체득된 것을 스크린을 통해 공감되게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은 바람을 내비쳤다. ‘화장’과 함께 새롭게 탄생한 여배우 김호정의 행보가 기대된다.

한편 ‘화장’은 오는 4월 9일 개봉 예정이다.

사진=송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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