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최현호 기자]76세의 배우가 2015년 69세의 여배우와 로맨스 영화를 찍었다. 쉽사리 그 의도가 파악되지 않지만 호기심을 자극함과 동시에 연기는 정말 문제없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수십 년을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한 뒤 최근에는 예능까지 섭렵한 배우 박근형이 그 주인공이다.
박근형은 오는 9일 개봉을 앞둔 영화 ‘장수상회’(감독 강제규)에서 70살 연애초보 성칠 역을 맡았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뒤흔든 꽃집 여인 금님(윤여정 분)을 위해 주변 사람들의 연애 코치를 받으며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나간다.
그는 최근 헤럴드POP과 만나 “나이 많은 사람이 주인공을 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70년대와 80년대 후반 쿼터제 때문에 영화를 많이 만들 때는 젊은 나이에도 노인 역을 했다. 흰 칠을 하고 주름을 넣고 했는데 이번에는 내 나이에 정상적으로 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근형은 이번 ‘장수상회’에서 맡은 자신의 역할을 위해 연극학도로 돌아갔다. ‘장수상회’에서도 연극적인 방법으로 연기를 시도한 것.
“연극을 할 때는 40일 동안 인물을 연구하고 공연 준비를 해요. 이번에도 촬영하는 내내 김성칠이라는 인물은 물론 등장인물들과의 교류를 위해 연극적으로 처리했죠.”
박근형은 아직도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연구를 철저히 한다. 특히 연극을 연기의 모태라 여기면서 맡은 역할을 깊게 파고들었다. 그만큼 그동안 쌓아온 연기 경력이 자신의 연기를 완성해나가고 있는 것. 그는 이를 후배 배우들에게도 전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연기 행위는 모태가 연극이라서 모태를 떠나면 안돼요. 그걸 모르고 주먹구구로 할 수 없죠. 배우들마다 방법은 각자 달라서 시간이 지나면 좋은 선택방법이 나올 거예요. 진짜 배우 하나가 탄생하려면 50년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50살이 되면 자기 뜻을 세울 나이죠. 19살 친구들이 50살의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나 같은 사람들이 도와주면 완성되는 거죠.”
하지만 후배 배우들을 지도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박근형 역시 이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는지 물었다.
“그게 제일 어려워요. 그들도 나름 생각이 있죠. 연극을 하면 각자 역할을 맡아 40일을 함께 생활해요. 40일 동안 접촉하고 서로 알고 그런 방법이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돈 받는 프로가 모여 작업하고 헤어진다는 면에서는 불가능하죠. 지도할 생각이 있어도 혼동이 되고 50회 TV드라마에서 한다면 저와 가까이 있는 친구가 있으면 조언을 해줘요. 단 그 사람의 생각이 절대 다치지 않는 범위에서 합니다. 여러 방법이 있지만 ‘네 독창성을 가지라’는 말을 많이 해요. 시범을 보이거나 하지는 않고요. 모르는 분야는 상상력을 부르는 쪽으로 연기에 대입해서 하도록 도움을 줍니다.”
그는 무엇보다 배우에게 있어서 스타성에 대해 자신이 얻은 결론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스타는 누구나 지나가요. 나도 인기 많을 때가 있었는데 멜로 작품을 할 때 우는 사람도 있고 편지도 받았어요. 스타성이 마지막에 가서는 배우여야 해요. 그래야 살아남아요. 스타만 고집하면 안됩니다. 한 시절 반짝이에요. 배우로 남으면 연극사나 영화사에 점을 찍고 갈 수 있잖아요. 특히 나이 많은 배우들이 남아있어야 합니다. 나이 먹어도 좋은 문화를 접하면서 자기를 만들면 돼요.”
연기로 한 평생 살아온 박근형. 그는 자신의 연기생활 이후에 대한 목표도 드러냈다. 어쩌면 그 목표는 연기 때문에 상처를 입었을지 모를 가족을 위한 생각이 담겨있다.
“고향에 내려가 서당의 훈장님처럼 7~8명의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연기서당 같은 걸 만들고 싶어요. 그것이 가족에게도 선물이 될 것 같아요. 아버지, 내 남편이 살면서 이런 일은 시도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선물이죠.” 가족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가진 배우 박근형은 아직도 연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 매번 어떤 캐릭터든 살아있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진정 베테랑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과연 ‘장수상회’가 주인공으로 나선 박근형의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을지 관심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