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칼’과 ‘자극’ 버린 곽경택 감독, 어떻게 달라졌나 [POP인터뷰]

입력 2015-06-15 08: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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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최현호 기자]영화 ‘친구’로 대중을 사로잡은 곽경택 감독이 이전과 분명히 달라졌다.

건달들의 세계를 과거 부산을 배경으로 그려낸 ‘친구’는 거칠고 핏빛이 만연했다. 하지만 그가 항상 ‘친구’ 수준의 수위를 유지한 것은 아니다. 다만 본인이 멜로라고 찍은 작품도 관객들이 느와르로 받아들이는 정도다.

그런 곽경택 감독이 들고 돌아온 작품이 ‘극비수사’다. 배우 김윤석, 유해진을 투톱으로 내세운 이 영화는 1978년 실제로 일어난 유괴사건을 모티브로 재구성했다. 곽 감독은 이번 작품을 정공법으로 그리기로 결심했다. 수사극은 물론, 형사 공길룡(김윤석 분)과 도사 김중산(유해진 분) 두 사람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극비수사' 곽경택 감독. 사진=송재원 기자
영화 '극비수사' 곽경택 감독. 사진=송재원 기자

곽경택 감독은 자신의 영화들에 대해 “나름 옛날은 ‘사랑’이라 하고 사랑에 관한 영화를 찍었다고 했는데 주위에서 ‘형님은 멜로를 찍은 적 없다’고 한다. ‘사랑’을 찍었다는데 느와르라고 생각한다. ‘친구’라는 작품에 강한 선입견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이번에 수사물을 택하고도 반전에 피로 범벅되는 장면을 배제한 담백한 영화로 완성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언론에 먼저 공개한 가운데 “착한영화라는 말을 듣겠구나”라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이번 ‘극비수사’를 통해 영화가 가져야할 기본적인 부분을 찾아 나섰다.

“정공법으로 승부하고 싶었어요. 데뷔 시절 때의 테크닉으로 무장 안 된 상태에서 해보자고 했죠. ‘예술이 뭔가’라는 질문에 영영사전을 찾아본 적이 있어요. 새로운 것, 진실한 것, 그것을 하는 행위라고 돼 있었죠. 가만히 생각하니 관객이나 상을 주는 영화제는 두 가지가 기준이에요. ‘새롭냐’ ‘진실하냐’라는 거죠. ‘새롭다’는 것은 영화적인 문법도 그렇고 시도하지 않은 영화적 언어로 만든 거예요. ‘진실’은 연출자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파고드는가에 대한 의미죠. 제가 학교 다닐 때 배운 거예요. 그래서 칼이나 자극적인 것 없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보자고 해서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영화 '극비수사' 곽경택 감독. 사진=송재원 기자
영화 '극비수사' 곽경택 감독. 사진=송재원 기자

영화는 도사 김중산이 유괴된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는 사주가 아이와 맞는 형사 공길룡이 나서야된다는 말을 들은 아이 어머니의 부탁으로 시작된다. 공길룡은 자신의 아들과 같은 학년인 유괴된 아이를 구하러 나서고, 결국 김중산과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동하면서 범인을 추적한다. 이러한 스토리는 단선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주인공이 뚝심 있게 나가는 점에서 힘을 보여주고 있다. 특별히 곽 감독이 이러한 느낌을 위해 배우들에게 참고하라고 조언한 작품은 할리우드 배우 줄리아 로버츠가 열연한 ‘에린 브로코비치’(감독 스티븐 소더버그)다.

“영화가 갖추는 기본적인 구조에 국한되지 않았어요. 영화적으로 느낌을 알아달라고, 시나리오 줄 때 참고로 봐달라고 한 게 ‘에린 브로코비치’에요. 주인공이 선량함과 집요함을 가졌죠. 그렇다고 매너가 좋은 것은 아니에요. 결국은 여자가 사건을 해결하고 피해자를 찾아가서 앞으로 얼마가 지급된다고 하는데 그런 정서가 좋았죠. ‘극비수사’도 따뜻하게 찍고 싶었어요. 광선이 인물에 떨어질 때의 따뜻한 느낌을 잡아내는 게 중요했죠.”

‘에린 브로코비치’가 대기업과 맞서 싸우며 승리하는 모습을 담는 동시에 발산하는 따뜻한 느낌을 잡아내고 싶었던 곽경택 감독. 그가 달라질 수 있었던 점에는 편집도 있다.

영화 '극비수사' 곽경택 감독. 사진=송재원 기자
영화 '극비수사' 곽경택 감독. 사진=송재원 기자

“도움을 요청한 게 김창주 편집감독이에요. 아무래도 감독은 현장에서 경험 때문인지 빼는 것이 아쉽고 더 보여주고 하는 게 있어요. 할리우드는 감독을 편집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잖아요. 촬영 전에 김창주 감독을 만났는데 기술적으로 잘한다거나 못한다는 것보다 인간적인 믿음이 갔어요. 이번에 제가 어떻게 어디서 끊으라고 하지 않겠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야한다고 말했죠. 조율을 거쳐 마지막 컷까지 나오게 됐어요.”

이야기 자체에 있어서도 나름 자신만의 고민을 했다. 공길용과 김중산의 관계 역시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려했다.

“시나리오 회의를 하면 오만가지 아이디어 나와요. 장르 구조에 충실할수록 두 사람을 빨리 친하게 만들어서 버디무비 형태로 가서 싸우고 합치고 하죠. 참 답답해요. 그런 이야기는 별 다를 게 없죠. 두 사람의 화해도 필요 없어요. 이들이 인간적으로 알아가는 것은 사건이 끝나고 동화처럼 보여주면서 ‘이렇게 알아가면서 지낸다’고만 했어요. 억지로 이 사람들을 어떻게 만들겠나 싶었어요. 이들은 그냥 물과 기름이에요. 아무리 섞어도 어색하죠. 그래서 실제 느낌이 좋았어요. 계속 끝날 때까지도 섞이지 않는 두 인물로 가기로 했어요. 또 편집과정에서 초반에 가족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장면들도 많이 뺐어요.”

곽 감독의 말에 따르면 원래 두 주인공을 보여주는 방식이 ‘공길용-김중산-공길용-김중산…’ 이런 순서였다. 하지만 공길용을 따라가다가 엉뚱하게 도사가 등장해 ‘이건 뭐야’라는 느낌을 주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고 주위에서도 이런 방식이 더 흡인력이 강하다고 판단했다.

영화 '극비수사' 곽경택 감독. 사진=송재원 기자
영화 '극비수사' 곽경택 감독. 사진=송재원 기자

편집적인 것은 물론이고 이야기의 흐름과 더불어 1978년 부산과 서울의 모습을 재현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곽 감독은 남다른 신경을 썼다. CG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용도가 제대로 쓰였다. 바로 시대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각종 현대의 산물을 지워내는 것. 특히 각 아파트에 달린 에어콘 실외기를 지우는 데 고생이 많았다.

특히 과거의 모습에 있어서 앵글이 좁다는 점이 아쉬웠던 곽경택 감독은 이 모습을 시원하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을 가졌다. 예를 들어 약국 장면에서도 안쪽의 유리를 통해 밖에서 지나다니는 차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런 부분은 레코드방 앞, 터널, 약국, KBS 앞의 장면에서 그 당시의 모습을 실감나게 재현한 것으로 드러난다. 그만큼 CG팀은 숨바꼭질하듯 이런 작업을 해야 했다.

다양한 작업을 통해 ‘극비수사’라는 영화에 특별한 공을 들인 곽경택 감독. 그는 이전과 확연히 다른 스타일로 영화를 완성하면서 자신의 영화 세계를 확장해나가기 시작했다. 착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와 함께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뚝심 있게 밀어붙인 ‘극비수사’를 관객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받아들일지 관심을 모은다.

‘극비수사’는 오는 18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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