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향식 프리랜서 기자(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가 장시정 함부르크 총영사와 함께 독일의 유명 판타지 작가인 토마스 핀 씨를 그의 함부르크 자택에서 만나 ‘글쓰기’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였다. ‘창의적 글쓰기공작소’의 존야 뤼터 대표도 참석하였으며 좌담록(독문)은 스반체 퇴니스 씨가 작성하였다. 5월 19일 저녁에 좌담회를 열고 추가 질문과 답변은 이메일로 주고 받았다. ①‘문장력 향상 비법’과 ②‘창의적으로 글쓰는 방법’, ③‘핀 작가의 작품 창작 방법’ 등을 3회로 나누어 연재한다. <편집자 주>
창의력 키우려면 어떻게 생각하고 읽어야 하나
▲장시정 총영사=“글을 쓸 때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찾습니까?” ▲토마스 핀 작가=“제 소설의 장르는 공상과학과 판타지, 호러물입니다. 최근에 발표한 소설 ‘아크바리우스(Aquarius)’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배경은 독일 북부 해안이고 주제는 비밀에 가득 차 있고 잔인한 ‘인어’들과 협력한 해안가 주민들의 음모입니다. 글의 아이디어는 일반적으로 제가 가진 커다란 판타지 세계를 통해 얻습니다. 아이디어는 어디에서나 옵니다. 다른 테마를 연구하면서 나오기도 하고 친구들과 대화하거나 단순히 다른 영화와 책을 보면서 떠올리기도 합니다.”
▲신향식 기자=“창의적인 글쓰기에 관한 조언을 해 주실 수 있나요?” ▲핀 작가=“창의적인 글쓰기는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저는 부모님께서 자유롭고 다양하게 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신 덕분에 창의적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항상 혼자서 뭔가를 했고 또 그래야만 했습니다. 저는 이것이야말로 창의적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토대라고 생각합니다. 글쓰기의 기술 같은 것은 정말 많지만요.”
▲기자=“자유로운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핀 작가=“네, 아이들이 뛰어놀면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자연스레 얻을 수 있는 환경의 자유로움을 말합니다. 사람은 보통 하나의 정보를 2년 정도 잠재의식 속에서 가지고 있다가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순간적으로 두 가지 정보를 연결시켜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비스마르크 “성취하고 싶은 사람은 쉬어야만 한다” ▲장 총영사=“그밖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핀 작가=“창의성을 자극하기 위한 가장 간단하고 실용적인 방법은 각각의 개념을 메모하는 것입니다. 저희가 글쓰기 교실에서 강의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판타지에서 ‘용(龍)’을 주제로 쓴다면 ‘용’이란 단어를 일단 메모했다가 가끔씩 ‘불’, ‘투사’, ‘용의 알’ 같은 개념을 추가합니다. 그러고 나서 이런 단어들과 용의 연관관계를 찾아가면서 판타지 소설 한 편을 완성하지요. 그밖에도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글을 수정하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압박이나 부담 속에 있으면 창의적인 글쓰기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장 총영사=“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글쓰기 전문가는 아니지만 말씀하시는 부분은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은 매일매일 일상 속에서 무엇이 좋은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 등의 자의식을 발전시켜야 하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스스로 질문해야 합니다. 우선 모든 일에 흥미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핀 작가=“네, 맞습니다. 저는 휴식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소설 한 권을 완전히 끝냈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 달 동안 텔레비전만 봤어요! 하하. 하지만 일을 한번 시작하면 책을 쓰는 데만 집중합니다. 다른 건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책을 한 권 끝낼 때마다 정말 행복합니다.”
▲장 총영사=“비스마르크가 여기에 관한 명언을 남긴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을 성취하고 싶은 사람은 우선 쉬어야만 한다’는 의미있는 말을 하였지요.” ▲존야 대표=“저는 가끔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심심해져야만 한다. 신 기자께서는 조금 전에 창의적인 글쓰기를 위한 팁을 달라고 하셨지요? 많은 전문 작가들이 글쓰기 수련을 위해 글을 쓰곤 합니다. 저는 아침마다 마라톤 훈련을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조깅을 하는지 짧은 글을 씁니다. 이런 식으로 어떤 영감을 얻기 위해 거리를 다니면서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핀 작가=“사람에게는 자신의 뇌에 영양분을 제공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 동료 중 한 명은 이런 말을 인용하기도 합니다. ‘많은 수확을 얻기를 원한다면 경작지에 충분히 거름을 주어야만 한다.’ 사람들은 창의적으로 글을 쓰기 위해 독서를 하거나 영화를 감상하는 시간에 투자해야만 합니다.”
“읽은 내용을 남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독서지도하라” ▲기자=“창의력을 키우려면 독서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책을 읽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소개해 주셔요.” ▲핀 작가=“독일에서는 나쁜 독서습관이 굉장히 많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교사가 아니라 말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교육 과정을 지켜보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어떤 책을 읽을 때 제가 나중에 다시 누군가에게 설명하거나 글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애초부터 그 책을 다르게 읽을 것입니다.”
▲기자=“누군가에게 설명할 목적으로 책을 읽는다는 마음으로……. 아주 좋은 방법이군요.” ▲핀 작가=“효과가 좋을 겁니다. 학생들도 독서를 할 때 읽는 데서 끝내지 않고 읽은 것을 설명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봅니다. 학창 시절과 대학 시절을 떠올려 봐도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으면 훨씬 더 효과가 좋다고 배웠습니다. 독서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 총영사=“혹시 책을 빨리 읽기 위한 기술이 있으신가요?” ▲핀 작가=“그냥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읽게 내버려두는 게 좋다고 봅니다. 교사와 부모들은 자녀들의 유년 시절이나 학창 시절에 좋은 책을 읽히고 싶어합니다. 제 조카는 7살인데 해리포터 시리즈를 혼자서 다 읽었습니다. 이는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봅니다. 만약 부모가 이해하기 힘든 책을 읽으라고 강요했다면 조카는 최악이라고 생각하면서 차라리 축구를 하러 밖에 나갔을 것입니다. 어쨌든 조카는 어린 소년입니다. 독일에서 남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처럼 뭘 읽는 걸 좋아하지 않지요. 하하하.”
▲장 총영사=“아마 전 세계 남자 아이들이 다 그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은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해야만 합니다.” ▲핀 작가=“독서 열정은 내가 읽고 싶은 것을 읽을 수 있을 때 생기게 마련입니다.”
“독자를 배려하면 좋은 책…저자는 독자 처지에서 생각해야” ▲기자=“도대체 어떤 부분이 책을 훌륭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핀 작가=“책이 어떻든 좋기만 하면 상관없지 않을까요? 작가는 독자를 배려하고 생각해야만 합니다. 독자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면 작가는 이미 훌륭한 책을 집필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기자=“몇 년 전에 미국 MIT와 하버드대학 교수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글은 어떻게 구성하는 게 좋은지 질문했습니다. 미국 교수들은 단락 구성 원리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단락마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서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담기도록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모든 단락이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어야 한다고요.”(단락 전개 원리를 설명한 그림을 보여 주면서) ▲핀 작가=“제가 이 그림을 정확히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글의 구성에 관한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좋은 글은 도입부, 결말, 그리고 잘 짜여진 본문을 가진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 총영사=“각각의 단락이 모두 한 가지만의 생각을 담아야 하는군요.” ▲핀 작가=“이상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런 원리가 모든 작가에게 절대적으로 지켜지는 건 아닙니다. 제가 언론 분야 쪽에서 일한 경험을 떠올려보면 이런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았는데도 출판된 책이 많습니다.” ▲기자=“각 단락은 하나의 중심생각을 가져야 하고 전체적인 구성은 도입, 본문, 결말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한 단락에 한 가지 주제만 담아야 하지만 쉽지 않은 일” ▲핀 작가=“아하. 이제야 이해가 되네요. 도입, 본문, 결론 그리고 각 단락을 잘 연결시키는 이음 부분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전문서적도 명제(주장), 논증, 결론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만약 제가 독일 자동차 산업의 세수를 주제로 글을 쓴다면 명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동차의 증가는 독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는 독일의 고속도로에 더 많은 정체를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는 본문에서 이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 알아보기 위해 글을 쓰겠지요. 그리고 결국 처음 명제가 틀렸다는 결론이 나올 것입니다. 독일의 고속도로 네트워크는 자동차가 증가하더라도 충분히 원활하게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결론에서 처음 명제와는 다른 결론을 얻을지라도 이 세 가지 구성을 잘 지켰다면 학문적인 글쓰기에서 벗어난 것은 아닙니다.” [함부르크(독일)=신향식 프리랜서 기자] (다음 호에 이어서 연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