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나영석 PD는 늘 당당해 보인다. CJ 입사 첫 작품으로 만든 노년의 반전 여행기인 ‘꽃보다 할배’를 내놓자 “그거 되겠냐”며 주변에서 말렸을 때에도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최초의 예능 ‘신서유기’로 파격적 실험을 시도했을 때에도 초조함이나 불안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 당당한 모습은 KBS 시절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나영석이 만들었다 하면 믿고 보는 시청자도 많아졌다. 지난 2년간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나영석표 예능’은 상당히 공고한 시청층을 쌓았다. 결국 나영석의 자신만만함은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으로 풀이되고 있다. 결과만 놓고 볼 때 나영석은 당당할만하다. 지난 2013년 KBS에서 CJ로 넘어와 첫 연출한 ‘꽃보다 할배’부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신서유기’까지 단 한 작품도 실패하지 않았다. 프로그램 개수로 놓고 보면 무려 9개다. 오는 9일 첫 방송되는 ‘삼시세끼-어촌편’ 시즌2까지 성공하면 10개 연속이다. 유행과 순위가 수시로 바뀌는 예능 시장에서 2년 3개월 넘게 연속 홈런을 치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대기록이다. 게다가 시즌제에 돌입한 후속작은 원작보다 더 탄탄해져서 돌아온다. ‘1박2일’ 멤버들 중 논란을 일으킨 멤버들을 상당수 데리고 가 성공을 내다보기 힘들었던 ‘신서유기’까지도 ‘나영석의 매직’에 홀렸다. 당초 목표인 2000만 뷰에서 2배가 훌쩍 넘는 5000만 뷰를 향해 달리고 있다. 나영석의 히트작만으로도 방송국 유지가 가능하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꽃보다’ 시리즈가 끝나면 ‘삼시세끼’ ‘신서유기’로 쉴 틈 없는 공략법을 쓰고 있다. 시청자는 1년 내내 나영석 시리즈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영석이 연속 히트에 자신감까지 얻을 수 있었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영석이 직접 밝힌 가장 큰 비결로 팀워크를 꼽았다. 자신은 ‘꽃보다’ 시리즈부터 ‘삼시세끼’까지 모든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수준의 참여를 하는 것이지 실질적으로는 ‘나영석 사단’이 이끈다는 것. 결국 감각 좋은 동료 후배 PD들과의 환상 팀워크로 다양한 색깔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가 느끼는 지겨움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서유기’나 ‘삼시세끼’만 놓고 봐도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죠. ‘삼시세끼’는 느리고 웃긴 구석이 있고, ‘신서유기’는 인터넷 지향적이라 훨씬 빠르고 자극적입니다. 매 프로그램마다 제작진이 달라서 다채로운 색깔을 지겹지 않게 봐주는 것 같아요. 특히 ‘신서유기’같은 경우 신효정 PD가 주도적으로 이끕니다. 제가 용병술을 잘 활용하는 것 같아요(웃음).” 두 번째로 시청자 공감대에 초점을 둔 편집에 있다고 털어놨다.
“저희는 어느 작은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집중하는 것을 좋아해요. 사실 ‘삼시세끼’ 촬영일 중 하루는 정말 아무 일 없이 지나갑니다. 그러다가 잠깐 반짝 빛날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서 유해진과 차승원이 대화를 나누는데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내비칠 때가 있는 거죠. 저희는 그 부분을 살려서 편집합니다. 차승원과 유해진의 인생에 대한 시각을 시청자와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죠.”
나영석 PD도 연출자를 떠나 출연진으로부터 자극을 받은 것들을 간직하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몰입하고 즐길 때 만큼은 시청자와 같다는 것. 시청자의 입장에 서서 힐링을 받고 다음 제작에 임한다고 털어놨다.
“우리 일은 하루 종일 지켜보는 거예요. 그러면서 ‘저 형이 이렇게 행동하는구나’ 알게 되고요. (차)승원이 형은 욕심이 많고 악착같고요. (유)해진이 형은 피터팬 같은 스타일이죠. 승원이 형을 보면 나태한 나를 채찍질하게 되고, 해진이 형은 내가 급하게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윤상, 유희열, 이적 등이 출연했던 ‘꽃보다 청춘’을 촬영할 때 마음이 가장 많이 흡수됐죠. 10일 가까이 촬영을 함께하다 보니까 (이)적이 형이나 (유)희열이 형이 하는 고민을 같은 40대로서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다들 같은 고민 언에 묶여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최정상 위치에 서 있는 나영석은 내리막길도 안다고 했다. 그렇다고 최정상에서 내려오지 않기 위해 기존의 연출 스타일을 바꿀 마음은 없다고 했다. 시청률에 발목 잡히지 않고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당당함 속에 피어난 뚝심이 보였다.
“요즘 제 인생을 보면 대중의 주목도가 최고인 것 같아요. 정점이 있으면 내려갈 일도 있는 법이죠. 사실 그동안 특이한 콘텐츠를 내놓는 건 아니에요. 어찌 보면 재탕 삼탕 작업인데 아직까지 시청자가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네요. 우리 제작진의 일관된 생각은 우리가 잘하는 일을 하자는 거예요. 남들이 잘하는 것을 따라하는 것보다 우리의 것을 지키는 게 낫다고요. 물론 관심은 줄어들겠지만 우리 프로그램이 사라질 것 같진 않아요. 앞으로도 지금같은 색깔의 프로그램들만 내놓을 것 같아요.” 김은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