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MBC 수목극 ‘그녀는 예뻤다’는 초등학교 시절 첫사랑 찾기를 그린다. 퉁퉁하고 못났던 남자 아이는 ‘킹카’가 됐고, 어여쁘고 잘났던 여자 아이는 ‘얼꽝’이 됐다. 변해버린 외모 뒤에 숨겨진 사랑과 자아정체성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다. 여기까지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뼈대인데 반응은 폭발적이다. 종영까지 5회가 남았는데 시청률 20% 벽은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예뻤다’가 가진 가장 큰 힘은 로맨스 판타지에 있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극하는 판타지는 캐릭터에서 나온다. 극중에서 가장 큰 축을 담당하는 것은 남자주인공 지성준(박서준)과 김신혁(최시원)이다. 두 인물은 극명하게 다른 매력이 강조됐다. 김혜진(황정음)을 향한 두 남자의 각기 다른 사랑 방식이 매회 짜릿한 재미를 준다. 더 모스트 부편집장인 지성준(박서준)은 뭇 여성이 원하는 남성상으로 설정돼 여성 시청자를 열광시킨다. 더 모스트의 폐간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인물이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매섭게 돌진한다. 얼음 요새같은 이 남자의 마음은 오로지 첫사랑 김혜진에게만 녹아내린다. 툭툭 던지는 말들과 애처로운 눈빛은 여성 시청자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런 ‘킹카’가 ‘얼꽝’이 되어버린 김혜진을 향한 순정에서 또 한 번 애가 탄다. 과거 모친을 잃은 아픔을 간직한 인물이라 보호 본능까지 불러일으킨다. 김혜진이 비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지성준에게 옷으로 우산을 만들어주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과거 ‘얼꽝’에서 현재 ‘얼짱’으로 변한 외모의 간극은 멋스러움을 극대화시킨다. 긴 코트와 와이셔츠 차림에서 뿜어 나오는 세련된 매력은 덤이다. 지성준이 로맨틱한 남자의 전형적 모습이라면 에디터 김신혁(최시원)은 키다리 아저씨와 같다. 김신혁은 폭탄머리 김혜진의 마음에 먼저 반한 상남자다. 버스에 홀로 탄 할머니를 알뜰이 챙기고 회사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그가 자꾸 눈에 밟힌다. 껄렁껄렁한 행동에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이 남자에게서 진지한 구석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빛이 난다. 이러한 모습에 김신혁의 사랑을 응원하는 시청자도 꽤 많다. 게다가 눈물겹도록 순정파다. 진짜 얼굴을 숨긴 채 재미 삼아 다니는 직장에서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인물이다. 특히 지성준을 향한 김혜진의 마음을 알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항상 보호해주려는 모습이 애처롭다. 김혜진이 폭탄머리를 벗고 신데렐라가 됐듯 그룹 후계자로 암시된 재벌남 김신혁의 외모 변신이 추가 선물로 남았다. ‘그녀는 예뻤다’가 매회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코믹한 설정에 있다. 주조연을 가릴 것 없이 인물들의 매력이 살아있다. 대사와 설정에서 치밀하게 설정한 코믹함이 묻어난다. 답은 작가의 필력에 있다. 조성희 작가는 지난 2007년부터 ‘김치 치즈 스마일’ ‘지붕 뚫고 하이킥’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등 시트콤에서 수년간 대사와 설정을 조이고 닦은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1회부터 작정하고 터뜨렸다. 김혜진이 김신혁과 부딪치는 장면에서 자신의 이가 빠진 줄 알고 착각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완벽남 지성준에게는 한 가지에 집중하면 귀와 눈을 멀게 하는 설정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김준우(박유환)를 재벌남으로 착각해 자신의 남자로 만들려는 한설(신혜선)이 뜻하지 않게 찾아온 설사로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장면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더 모스트 편집장 김라라(황석정)는 조 작가가 준비한 코믹 결정판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튀는 모습과 외국어와 외계어를 섞어놓은 듯한 요상한 말투까지 전무후무한 캐릭터로 실소를 자아낸다. 구멍이 없는 연기력도 드라마의 인기 비결이다. ‘그녀는 예뻤다’는 여러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주로 더 모스트 편집국, 김혜진 집, 민하리(고준희) 호텔 등이 주 배경이다. 등장하는 인물들마다 각자 가진 매력과 캐릭터가 살아 있다. 특히 조 작가 특유의 따뜻한 정서와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는 배우들의 입과 몸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이 중 극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인물은 단연 황정음이다. 지난 2009년 ‘지붕 뚫고 하이킥’을 통해 조 작가와 호흡을 맞췄던 터라 믿고 철저하게 망가졌다. “여배우가 저 정도로 망가져도 되나” 싶을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든 탓에 시청자도 몰입하기 편안하다. 애절한 사랑 연기는 물이 올랐다. ‘로코퀸’ ‘믿보황’이라는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민하리 역의 고준희도 다양한 감정선을 잘 살려내고 있다. 날라리 커리어우먼의 숨겨진 순정과 가족과도 같은 친구와의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감정은 꽤 복잡 미묘한데 과하지 않게 적절히 표현하고 있다. JYJ 박유천의 친동생이자 연기자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박유환의 귀여운 양념 연기와 효자손을 들고 다니며 꾀죄죄한 캐릭터로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배우 안세하는 ‘그녀는 예뻤다’가 건져 올린 숨은 인기 주역들이다. 김은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