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POP인터뷰②] ‘응팔’ 유재명이 털어놓는 일과 사랑

입력 2015-12-29 11: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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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김은주 기자] 준비된 배우 유재명(43)이 비상 중이다. 부산의 명문인 부산대학교 생명시스템학과 재학 시절 우연히 접한 연극 한 편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놨다. 생물 선생을 꿈꾸던 평범한 사내의 꿈이 재구성됐다. 연기로 사람의 마음을 만지고 그들의 삶을 사는 것. 그 뒤로 20년간 연극에 미쳐 살았다. 무대 위에서 느끼는 희열에 중독돼 청춘을 다 바쳤다. 돈이 없어도 행복했다. 오로지 ‘연기쟁이’ 유재명으로 살았다.

유재명은 부산에서 유명했다. 직접 나선 극단에서 15년 동안 150편의 연극을 했으니 연기 좀 한다는 배우들은 그의 존재를 알았다. 연기 내공만큼이나 술과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도. 그랬던 그가 인생을 재편한 건 4년 전이다. 여느 때처럼 부산에서 극단을 운영하며 알베르토 까뮈의 작품을 하던 중 번아웃 증후군에 빠져버린 것.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피로감으로 무기력해지는 증상이 찾아와 부산 생활을 정리하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응답하라 1988’에서 활약 중인 유재명. 사진=송재원 기자]
[‘응답하라 1988’에서 활약 중인 유재명. 사진=송재원 기자]

그 전에도 간간이 단역이나 엑스트라로 영화 작업을 했지만 서울에 올라오면서 본격적으로 영상 작업에 돌입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단역을 시작으로 ‘자칼이 온다’ ‘관상’ ‘동창생’ ‘캐치미’ ‘황제를 위하여’ ‘터널’ ‘제보자’ ‘베테랑’ 등 각종 작품에 출연했다. 연극 무대에서만 닦은 내공만 십 수 년. 영화계에서 그의 존재감이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찾아온 행운 같은 역할이 바로 tvN 화제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동룡(이동휘) 아빠 류재명이다. 영화 ‘바람’ 출연으로 신원호 PD와 인연이 닿았다. 사실 ‘응팔’에 앞서 ‘응답하라 1994’에 러브콜을 받았다. ‘응답하라 1994’에 남자주인공으로 캐스팅 됐던 정우와는 ‘바람’에 이어 조우할 뻔했다. 하지만 출연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우연인 듯 다시 만난 ‘응팔’로 전성기를 열고 있다. 극 전개를 쥐락펴락하는 코믹함과 존재감으로 “이런 배우가 왜 이제야 나타났냐”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그야말로 ‘연기의 달인’ 탄생이다.

지난 28일 서울 이촌동 한 카페에서 만난 유재명은 24년간 무명으로 살아왔기에 요즘 같은 인기가 얼떨떨하다고 털어놨다. 유재명은 “‘응팔’이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놨다. 욕심을 버리고 욕망을 채우는 작업이 왜 중요한지도 깨닫게 됐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물음표가 되어 준 작품”이라며 “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가난함과 외로움이라는 친구를 끝까지 안고 가고 싶다”라는 소망을 드러냈다.

십 수년 동안 오로지 연기만을 사랑한 진짜 배우 유재명. ‘응팔’에서도 입증했든 조만간 24년간 쌓인 내공을 폭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2016년은 유재명의 해가 되지 않을까.

Q. ‘응팔’ 초반에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아쉬운 점은 없었나.

-만약 초반에 선배 연기자들을 빨리 만났으면 이렇게 연기를 못했을 것 같습니다. 3회 경주 수학여행 때 본격적으로 첫 등장했는데 무작정 뛰는 장면이었는데요. ‘내가 잘 뛸 수 있을까’ 걱정됐는데 슛이 들어가니 잘 되더라고요. 현장에서 이상한 힘이 생기더라고요. 이후 7회 전까지 한 장면 나왔고요. 그렇게 기다리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연기에 집중하니까 편안하게 되더라고요. 만약 욕심을 부렸으면 잘 안 됐을 거예요.

Q. 초반 촬영 때 정말 떨렸겠다. 특히 고스톱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때 무아지경에서 촬영을 했던 것 같아요. 지문은 단 두 줄이었는데 선배들과 연기를 하다가 느낌이 와서 애드리브를 했어요. ‘못 먹어도 고’를 외쳤는데 스태프들이 웃기다고 쓰러지더라고요. 최선을 다해서 보여줬을 때 반응이 와서 놀라웠어요. 동일 선배 계시니 묘한 긴장감과 웃음이 공존하면서 유쾌한 작업이 됐습니다.

[‘응답하라 1988’에서 활약 중인 유재명. 사진=tvN 화면 캡쳐]
[‘응답하라 1988’에서 활약 중인 유재명. 사진=tvN 화면 캡쳐]

Q. ‘응팔’을 통해 무엇을 얻었나

-개인적으로 연극을 하면서 영상 연기랑 다르지 않구나 생각했는데 다르더라고요. 일단 제 상태를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영상 연기는 한순간에 모든 걸 다 뽑아야 하더라고요.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연인으로서는 어떻게 살아가는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일상에서는 가난함과 외로움 쌓아가고 싶습니다.

Q.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A. 올해 여름에 제자랑 단편 영화를 찍었는데요. ‘응팔’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그 제자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작품 빨리 보고 싶다고요. 그때 제 모습이 제 연기가 어땠는지 궁금한 거예요. 누군가 저라는 배우를 필요로 할 때 순수 영화든 상업 영화든 가리지 않고 연기하고 싶습니다. 천천히 가는 순진한 배우가 싶고요. 좋은 욕망을 갖고 싶습니다. 그리고 늘 오디션을 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오디션 볼 때 가슴 설레는 느낌이 참 좋더라고요.

Q. ‘응팔’이 가져다준 또 다른 부분이 있다면

A. 서울에 올라온지 4년이 됐는데요. 그 사이에 여자친구도 생겼습니다. 12살 연하의 연극하는 친구인데요. 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결혼 계획이 있지만 그 친구를 마음껏 놀게 해주고 싶어요. 누군가를 뒷바라지하는 것은 시간을 많이 뺏기는 일이거든요. 마음껏 연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여자친구에 ‘응팔’까지 만나면서 느낀 게 ‘아 나 혼자 된 게 아니구나’ 하는 점이었어요. ‘응팔’이 저에게 준 선물은 외적인 인기가 아니라 인간이자 배우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내면에게 물어준 것 같습니다. 환경에 휩쓸리지 않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Q.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NG가 많이 나나 -지금도 계속 촬영 중인데 정말 좋습니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대본을 어쩜 그리 다들 잘 외우는지. NG가 거의 없습니다. 다들 긴장해서 연기해요. 하도 신기해서 동일 선배에게 물어보니 ‘대본은 외우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말해주시더라고요.

[POP인터뷰③] 유재명, 4년 흘러가는 ‘응팔’ 아들 동룡 배우됐으면 [POP인터뷰④] ‘응팔’ 유재명, “혜리 쭉 배우했으면…라미란 무섭다” 이어서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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