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임지연 기자] 큰 키·짙은 눈썹·강한 인상 그리고 특유의 소년다우면서도 남자다운 분위기. 배우 지수를 직접 만나기 전까지 그가 연기한 MBC 드라마 '앵그리맘' 속 반항아 고복동과 꼭 닮은 모습을 상상했었다. 직접 만난 지수는 예상보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스물 넷의 청년이었다.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글로리데이' 속 인물들과 조금씩 닮은, 지수를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글로리데이(감독 최정열)'는 스무 살이 된 친구 넷이 상우(김준면 분)의 해병대 입대를 앞두고 포항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닮았다. 청춘들의 풋풋한 '여행기'를 기대하는 관객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영화는 모두가 바라는 청량하고 빛나는 청춘의 모습이 아닌 세상과 어른이라는 벽을 만나 고개 숙이는 어둡고 아픈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 "언론 시사 후 혼란스러웠어요."
극중 지수는 네 친구 중 가장 순수하고 의리있는, 또 상처도 가진 스무 살 용비를 연기했다. 지수가 생각하는 '용비'는 "딱 그 나이또래 친구인데, 순수하고 의리"가 있다. 또 "반항"을 하기도 하지만 "강자에게 의지를 표현할 줄 아는 청춘"이다.
"강자에게 내 의지를 표현하는 건 쉽지 않잖아요. 현실적으로 인생이 걸렸다고 생각되는 순간에 놓이면 무섭고 겁이 나고 피하고 싶을 거 같은데, 용비는 자기 목소리를 내거든요. 그래서 멋있게 느껴졌어요." 지수가 용비라는 캐릭터의 끌린 이유다.
영화에는 많은 대사 없이도 고뇌하고 좌절하는 용비의 모습이 잘 담겼다. 그럼에도 배우는 아쉬움을 먼저 이야기 했다.
"영화를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봤어요. 그때는 객관적으로 봤던 것 같아요. 물론 내가 연기를 했지만, 영화가 슬펐고 눈물이 났어요. 두 번째 볼 때부터 주관적으로 보게 된 것 같아요. 내가 어떻게 용비를 표현했나 했을 때 7~80% 만족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최근 언론시사회에서 한 번 더 봤는데 혼란이 왔어요. 아쉬운 점들이 많이 보였고 ‘부족 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창피한 장면도 많았고요."
영화가 촬영 중일 때, 관객과 만날 준비 중인 지금도 '글로리데이'의 메가폰을 잡고 시나리오를 쓴 최정열 감독은 지수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언론 시사회 후 최 감독님과 1시간 30분 정도 통화했어요. '잘 표현했다'라고 설명해주셔서 살짝 위로가 됐죠. 그리고 나의 부족한 부분이 보이는 건 성장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려고요.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영화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인물인 용비를 연기하면서 부담이 많이 됐어요. 용비는 네 친구의 감정을 대변하는 인물이거든요. 그래서 감독님과 좋은 동료들에게 많이 의지를 하려고 했어요. 저 혼자로서는 턱 없이 부족할 거 같아서요. 특히 감독님과는 장면, 대사 하나하나의 감정들을 이야기하고 이유를 정의하고 연기를 했어요."
◇ "영화의 시작과 끝, 주목해서 봐주세요."
지수가 말하는 '글로리데이'의 포인트는 '반전'과 '대비'다.
"우리 영화는 이중적인 포인트가 있어요. 먼저 영화 제목부터 '글로리데이'인데, 전혀 글로리하지 않은 청춘들의 이야기를 보여줘요. 글로리한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들이 교차되면서 보여 지는데 이런 부분들이 우리 영화의 묘미인 것 같아요. 또 시작과 끝이 한 장면이지만 두 장면을 볼 때 관객들의 감정은 아마 많이 다를 거 에요."
그 이유로 극중 '대비'의 묘미가 드러난 장면 두 형사 씬을 가장 좋아한다. 용비와 친구들이 경찰서에 잡혀있는 상황. 영화는 아이들을 담당하는 두 형사를 나란히 잡는다. 둘의 모습은 대조적이다. 이 장면은 왠지 모르게 보는 관객들의 마음을 '콕' 찌른다.
“우리 영화 속 어른은 나쁘게 그려져요. 그중에서 가장 책임감 있고 좋은 어른처럼 보였던 인물이 최형사에요. 최형사와 박형사가 나란히 앉아서 전화를 장면이 있는데요. 최형사는 ‘CCTV 확인 했나요?’라고 아이들 관련 수사를 진행하는데, 곁에 박형사는 ‘족발이~’라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죠. 두 배우분의 연기도 최고였지만, 장면 자체에서 두 어른이 대립 되는 게 좋았어요. 또 ‘글로리데이’가 어떤 어른이 되라는 지향점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그 장면에서 ‘어떤 어른이 더 좋은지 봐봐라’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해서 좋아요. 또 그 장면에서 감독님의 천재성에 반했죠(웃음)”
용비는 아직 어린 스무 살에 너무 높은 현실의 벽을 실감하고 좌절한 청춘이다. 용비를 재현한 지수가 바라는그의 영화 밖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용비가 최대한 이상적으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죄책감을 떨쳐냈으면 좋겠고요. 사실 너무 힘들었잖아요. 그리고 지공과 두만 셋이 다시 만나 쌓인 것들을 풀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왠지 둘이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용비에게 먼저 손을 내밀 것만 같아요. 그리고선 셋이 함께 상우를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 "'글로리데이' 동료들 "잘 될 줄 알았죠"
‘글로리데이’는 최정열 감독과 용비와 상우, 지공, 두만이라는 잘 어울리는 옷을 입은 젊은 네 배우의 시너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촬영 당시엔 무명에 그쳤던 배우들이 이제는 주목받는 신예로 꼽히고 있다. 지수는 동료들의 성공도 예감했다고.
“원래 알고 몇 번 봤던 사람둔이지만 친하진 않았어요. 그래도 알고 있던 사이라 빨리 친해졌던 것 같아요. 준면이 형은 이미 촬영 당시부터 월드스타였고요(웃음) 준열, 희찬 형은 전작들을 봐서 ‘이 배우가 시기가 어떻게 됐든 잘 되겠구나’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같이 연기할 때 자랑스러웠어요. 또 준열이형 같은 경우에는 촬영 당시에 '응답하라1988‘ 출연이 결정됐어요. 이걸로 ’대박 나겠구나‘ 생각했죠(웃음)"
지수는 이 작품을 통해 “좋은 친구들”을 얻은 게 무엇보다 감사하다고 털어놨다.
“좋은 친구들을 얻은 느낌이 너무 좋아요. 감독님이 바라신 부분이기도 해요. 영화를 떠나서 ‘네 친구가 오래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관계가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죠(웃음). 촬영 내내가 에피소드고 추억이었어요. 바닷가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재밌었어요."
"여행도 다녀왔어요. 넷이 촬영을 하다가 우리끼리 여행을 가자고 생각했어요. 마침 수호형이 여행을 가려고 준비하던 시기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희찬, 준열 형은 못 가게 됐죠. 그래서 수호형이랑 같이 아는 형 셋이 미국 라스베가스에 다녀왔어요. 그 이후에도 다같이 남양주에 있는 별장에도 다녀왔어요. 영화를 통해 맺은 좋은 인연이 이어지고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