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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리뷰]이승환이 묻는다 “누가 진짜 퇴물?”

입력 2016-03-29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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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빠데이-26년’ 공연 중/사진=김종효 기자
이승환 ‘빠데이-26년’ 공연 중/사진=김종효 기자

[헤럴드POP=김종효 기자]

‘공연 장인’에서 ‘공연의 신’이라 불리는 이승환은 오늘도 새로운 공연에 매진한다.

현재 이승환의 이름을 내건 공연만 살펴보자. 이승환은 지난해 6개 도시로 시작한 ‘공연의 기원-오리진(Origin)’ 투어를 ‘공연의 기원-ORIGIN 극장판’이라는 이름으로 아직도 진행 중이며 4월부터는 발라드 팬들을 위한 특별 공연인 ‘온리 발라드(Only Ballad)’를 진행할 예정이다.

게다가 오는 4월 9일 세월호 참사 2주기 콘서트에도 출연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위로한다. 그 외에도 제주 동아시아 문화도시 개막식, JTN 라이브 콘서트, 그린플러그드 서울 페스티벌 등 크고 작은 행사에 초대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방송 출연 한 번 없이 오로지 공연만으로 말이다. ‘공연의 신’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행보다.

그런 이승환이 전국 클럽을 순회하며 벌이는 콘서트가 있다. 바로 2016 이승환밴드 클럽 투어 콘서트, 이름하여 ‘퇴물’이다.

이승환 ‘퇴물’ 공연 포스터/드림팩토리 제공
이승환 ‘퇴물’ 공연 포스터/드림팩토리 제공

♬ “이승환, 당신은 퇴물!” 악플에 시작된 프로젝트

‘퇴물’이라는 제목이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그간 이승환은 많은 공연명을 선보였지만 그 중 팬들이 가장 부르기 껄끄러운 공연 브랜드가 바로 ‘퇴물’이 아닐까 한다.

이승환이 새로운 공연 이름을 ‘퇴물’로 결정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이승환이 주변 눈치를 안보고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정도와 비례해 그 누군가는 이승환에 대해 ‘방송에도 안나오는 퇴물’이라는 근거없는 악플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승환은 지난해 SNS에 자신을 비하하는 악플 중 ‘퇴물’이라는 단어에 대해 언급했고 이에 한 팬은 “이번 기회에 아예 공연 이름을 물러날 퇴(退), 말 물(勿), 물러나지 아니한다는 의미로 ‘퇴물’로 해보는게 어떠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이승환은 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로 채택했다. 이승환은 당시 “내년 초 ‘퇴물’ 공연 하겠다”며 대관까지 진행했다. 이승환 소속사 드림팩토리 관계자는 “원래 그때 공연할 계획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퇴물’이라는 공연 네이밍에 영감을 받은 듯 일사천리로 진행했다”고 귀띔했다.

이승환 ‘공연의 기원-오리진(Origin)’ 공연 중/드림팩토리 제공
이승환 ‘공연의 기원-오리진(Origin)’ 공연 중/드림팩토리 제공

♬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지 말입니다

이승환의 성격을 아는 사람들은 이 발언이 농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승환이 지난 2월, 정말 ‘퇴물’이라는 공연 이름을 들고 나타나자 그를 아는 팬들조차 ‘진짜 할 줄이야’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만큼 ‘퇴물’이라는 공연 제목은 소위 ‘셌다’.

하지만 이승환의 뜻을 아는 팬들조차 입에 담기에 조심스러운 ‘퇴물’이라는 공연명엔 오히려 이승환이 보여주고자 하는 많은 것들이 숨어 있었다. ‘퇴물’ 포스터엔 ‘댓글부대로부터 영감을 받고, 진실한 사람들이 후원하며, 드림팩토리가 제공한다’는 3개의 문구가 삽입됐다. 이는 이 ‘퇴물’ 공연을 통해 이승환이 추구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고스란히 전달해준다.

드림팩토리는 “방송을 통해 유명세를 얻기 보다는 더 많고 다양한 공연으로 뮤지션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그의 오랜 신념과 의지를 역설적이고 유머러스하게 담은 공연 제목이다”고 공연명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쯤 되면 이승환이 안타깝게도 느껴진다. 이승환은 26년 음악인생 동안 한결같이 공연으로 그의 가치를 증명해왔다. 이제는 꼭 음악 관계자들이 아니더라도 공연 좀 다녀본 사람들에겐 ‘이승환’과 ‘공연’은 거의 동일시되는 단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환은 자신을 ‘퇴물’이라 부르는 이들에게 또 공연으로 ‘증명’하고자 ‘퇴물’ 공연을 열게 됐다. 그야말로 공연으로 증명하는 것이 숙명인 듯한 인생이다. 하지만 기자 생각에 ‘퇴물’이란 악플은 결국 이승환이 제일 잘 하고 제일 좋아하는 공연을 제대로 보여줄 또 하나의 핑계거리, 혹은 이유를 제공한 것에 불과했다.

이승환 ‘2015 진짜진짜’ 공연 중/사진=김종효 기자
이승환 ‘2015 진짜진짜’ 공연 중/사진=김종효 기자

♬ ‘퇴물’ 옆을 지키는 ‘드팩민’

이런 과정에서 탄생한 ‘퇴물’은 이승환의 여러 공연 스타일 중 클럽 투어로 진행됐다.

이승환의 공연 스타일은 여러가지다. 큰 공연장서 휘황찬란한 특수효과와 거대 장비들을 투입해 펼치는 대규모 공연부터 4~5곡의 곡을 부르는 소규모 행사, 다양한 게스트와 한 데 어우러지는 페스티벌 형태의 공연까지. 그 중 클럽 투어는 전국 200석에서 900석까지의 중소 규모 라이브 클럽에서 ‘빡세게’ 노는 공연이다. 클럽 투어는 스펙타클한 장비와 특수효과를 배제하고 온전히 가창력과 밴드의 연주력으로만 승부하는 공연이다.

사실 이승환이 ‘퇴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선 대규모 공연장에서 그의 자랑거리-이자 대부분이 그의 개인 소유인- 엄청난 특수효과 장비를 대동해 화려한 공연을 충분히 펼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승환이 굳이 클럽 투어로 ‘퇴물’ 공연을 진행하는 이유는 아마도 팬들과 가장 끈끈하게, 또는 땀을 흘리면서 끈적하게 부대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실제 클럽 투어는 대형공연에서 볼 수 없는 이승환의 강렬한 록 사운드와 클럽 공연장 특유의 열광적인 분위기로 인해 이승환이 일컫는 ‘상급자 공연 팬’들에게 가장 뜨거운 지지를 받는 공연이다.

드림팩토리는 ‘퇴물’ 공연에 대해 “인터넷에 떠다니는 ‘퇴물’이라는 악플 뒤에 악플러가 숨어있다면 ‘퇴물’이라는 타이틀의 공연에는 진짜 가수와 제대로 된 팬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승환의 팬을 칭하는 ‘드팩민’들은 ‘퇴물’ 공연 속에서 ‘퇴물’이 아닌 이승환의 옆을 든든히 지키고 있었다.

이승환 ‘공연의 기원-오리진(Origin)’ 공연 중/드림팩토리 제공
이승환 ‘공연의 기원-오리진(Origin)’ 공연 중/드림팩토리 제공

♬ ‘퇴물’의 의미, 역으로 ‘물어본다’

‘퇴물’ 공연을 통해 이승환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당연히 공연 안에 있다.

많은 팬들은 ‘퇴물’ 공연에 대해 ‘소규모 빠데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승환과 골수 팬, 즉 ‘빠’들이 하나될 수 있는 공연이었다. 이승환은 팬들의 가슴을 가장 뜨겁게 할 수 있는 첫 곡을 시작으로 스토리가 담긴 빼어난 선곡을 통해 ‘퇴물’ 공연을 하나의 드라마로 완성시켰다.

이승환 특유의 유쾌한 듯 하면서도 시니컬한 농담도, 말장난인 듯 하지만 뼈 있는 말도, 공연장을 찾은 팬들은 단박에 알아챘다. 심지어 선곡의 배경과, 이승환이 선곡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까지 이해한다. 그러기에 자신의 스타일대로 전달하는 이승환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채는 팬들, 가수와 팬이 이심전심(以心傳心)하는 공연, 작은 ‘빠데이’라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승환은 ‘퇴물’ 공연에서 드팩민들과 신나게 한바탕 놀았다. 의미심장한 공연명도, 소규모 클럽이라는 제한도 이승환과 팬들에겐 모두 ‘공연’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었다. 이승환은 언제나 그랬듯 죽기살기로 최선을 다해 공연했고 최고의 공연을 만들었다. 환상의 사운드와 가수의 가창력, 이승환의 공연에서는 기본이라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드팩민들은 이승환 공연장의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환장’하며 제 역할을 다했다. 공연장을 나오는 팬들은 땀 범벅이 된 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잘 놀았다”고 만족해했다.

대단한 공연을 ‘오늘도’ 마친 이승환이 이제 되묻는다.

자, 진짜 ‘퇴물’은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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