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엽기적인 그녀2’의 개봉 연기 결정이 참으로 안타깝다.
15년 만에 돌아온 영화 ‘엽기적인 그녀’ 속편 ‘엽기적인 그녀2’(감독 조근식/제작 신씨네)가 돌연 개봉을 연기했다. 오는 28일 예정됐던 언론배급시사회와 VIP시사회 등도 모두 전면 취소했다. 5월5일 개봉 예정이던 ‘엽기적인 그녀2’는 개봉 연기만 고지했을 뿐, 아직 새로운 개봉일을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엽기적인 그녀2’는 전편에서 활약한 긴 생머리의 그녀(전지현)가 돌연 비구니가 돼 사라진 후 실연과 백수, 돈 3고에 시달리던 견우(차태현)가 중국으로 떠났던 어린 시절 첫사랑 그녀(빅토리아)를 만나 엽기적이고 살벌한 신혼생활을 이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지현은 없지만 중국 대륙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걸그룹 f(x) 멤버 빅토리아가 새로운 엽기적인 그녀로 나서 15년 만에 견우로 돌아온 차태현과 호흡을 맞췄다. 한국과 중국 공동 제작으로 지난 22일 중국에서 먼저 개봉했다. 특히 ‘엽기적인 그녀2’는 중국 전체 스크린의 25%에 달하는 7,50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등 대륙 내 큰 관심을 입증했다.
하지만 국내 반응은 중국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 한중합작영화가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전례가 없는 점, 한중합작에 대한 생소함과 전편 ‘엽기적인 그녀’의 큰 성공이 오히려 ‘엽기적인 그녀2’에게는 악재로 작용한 듯 하다. 전지현 대신 주연을 맡은 빅토리아에 대한 우려도 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접 관객을 만날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할 위기에 처한 점은 참으로 안타깝다. 판단은 관객이 하는 것이건만, 27일 개봉하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5월4일 개봉하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로 인해 ‘엽기적인 그녀2’는 스크린 확보 단계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마냥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만을 몰아세울 순 없는 노릇이다.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임을 높은 예매율과 버즈량 등으로 입증했기 때문. 더욱이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은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잘 나가는 영화, 블록버스터를 극장에 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높은 예매율이 보다 많은 스크린을 만들어내는 것인지, 많은 스크린 때문에 예매율이 높아지는 것인지 여전히 갑론을박이 오고가는 상황이긴 하지만 말이다.
모든 상황이 얽히고설킨 가운데 ‘엽기적인 그녀2’는 결국 개봉 연기라는 안타까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윤 추구라는 극장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상영관이 없어 개봉을 미루거나 극소수 상영관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개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비단 ‘엽기적인 그녀2’만의 일이 아니라 더 관심이 간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그랬고, ‘어우동: 주인 없는 꽃’도 ‘학교반란’도 마찬가지였다.
영화의 경쟁력에 대한 판단은 관객 몫이어야 하건만 ‘엽기적인 그녀2’는 시사회도 하기 전 개봉을 연기했다. 게다가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국내 극장의 기형적 시스템 때문에 잘 만든 영화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마저 독점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게 생겼다. 여기에 개봉을 미룬다고 해서 ‘엽기적인 그녀2’의 상황이 썩 나아질 것이란 보장도 없다.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관객도 극장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지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