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팝업리뷰]'곡성' 미끼 던진 나홍진, 악마의 재능을 봤다

입력 2016-05-04 06: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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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 스틸/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 '곡성' 스틸/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헤럴드POP=이소담 기자]나홍진 감독은 '곡성'이란 미끼를 던졌고, 관객은 현혹되고 말 것이다.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제작 사이드미러)이 지난 3일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국내외 취재진에게 첫 공개됐다.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보여줬던 나홍진 감독은 이번엔 기대할 수도 없었던 파격적인 영화로 6년 만의 복귀를 알렸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에 현혹돼 숨 돌릴 틈도 없이 지나가버린 156분이었다. 결코 짧은 러닝타임이 아니건만, '곡성'은 절대적 시간을 무시한 채 흘러갔다. 그리고 그 끝은 위대했다.

‘곡성’은 외지인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연쇄 사건 속 소문과 실체를 알 수 없는 사건에 맞닥뜨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추격자’ ‘황해’ 나홍진 감독의 6년 만의 신작이다. 곽도원이 의문의 사건 속에서 혼돈에 빠지는 경찰 종구 역, 황정민이 마을에 나타난 무속인 일광 역, 천우희가 사건 현장을 목격한 여인 무명을 연기한다.

영화는 누가복음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이후 낚시 바늘에 미끼를 끼우며 무언가를 낚을 준비를 하는 외지인(쿠니무라 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어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새벽, 경찰 종구(곽도원)는 사람이 죽었다는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되고 현장에서 참혹한 현실과 마주한다. 온몸에 발진이 돋아 있고 피범벅이 된 남자는 정신이 나간 듯 초점 없는 눈으로 계속해서 몸을 부들거리고 있고, 방 안엔 시체가 나뒹굴고 있었다.

사건은 용의자인 남자가 독버섯을 잘못 먹고 환각 상태에 이르러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잠정 결론 나지만, 종구는 이 사건이 낯선 외지인과 관련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일본인인 그가 마을에 들어오면서부터 이 같은 기이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 더욱이 그가 산 속에서 맨몸에 속옷 한 장만 걸치고는 고라니를 뜯어 먹고 있었다니. 얼굴에 피칠갑을 한 채로 말이다. 눈은 벌건 것이 산 사람이 아닌 듯 했다는 말에 종구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종구는 딸 효진(김환희)에게서 살인사건 용의자와 같은 두드러기 증상을 발견하고, 딸은 시간이 갈수록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종구는 외지인과 딸이 분명 접촉했을 것이라 믿고 외지인을 의심, 그에게서 딸을 지켜내려 노력한다. 이에 박수무당 일광(황정민)은 딸이 '그놈'의 미끼를 물고 만 것이라며 굿을 통해 효진을 구해내려 한다. '절대 현혹되지 마라'는 '곡성'의 메인 카피처럼 영화는 누군가가 던진 미끼를 물고야 만 피해자, 미끼를 던진 누군가, 피해자를 구해내려는 자, 피해자에게 조언을 하는 자, 가해자인지 아닌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가 등장해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 할수록 더 깊숙이 빠져들고야 마는 종구를 따라가다 보면 156분이 절대 길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나홍진 감독은 한국의 샤머니즘을 대표하는 무당을 투입해 스릴러에 허구를 덧입힌다. 하지만 오랜 시간 민속 신앙 안에서 큰 관념적 토대를 이뤄온 것인 만큼 시골 마을 '곡성'이란 배경 안에서는 실제로 느껴지기도 하는 고약한 설정이다. 이를 통해 서양의 오컬트 영화와는 대비되는 한국식 샤머니즘 스릴러 영화를 창조한 나홍진 감독에겐 그저 '이번에도 내가 졌다'고 말할 수밖에.

'곡성'은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주인공은 물론 관객 또한 허구와 진실 사이에서 현혹되기 마련. 나홍진 감독은 관객이 보고 느낀 그대로가 모두 맞다고 말했다. 어떤 미끼를 물던 그것은 관객의 몫이다.

촘촘한 연출 사이에 여기저기 숨겨 놓은 떡밥이 너무나도 많기에, 해석의 여지도 많은 작품이 바로 '곡성'이다. 6년이란 시간 동안 갈고 닦은 나홍진의 '곡성'. 진실을 알아내려 하면 할수록 고통에 몸부림치게 되는 종구처럼, '곡성'을 본 이들은 나홍진의 미끼를 물고 허우적댈 것이다. 이 영화가 무엇인지 오래도록 궁금해 하면서 말이다. 아마도 영원히 모를 수도 있고 말이다.

한편 '곡성'은 제69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으며 오는 5월12일 국내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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