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나이는 31세. 직업은 최고의 게임회사 CEO 겸 PD. 아이큐는 200, 큰 키에 마른 몸. 부족할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이 남자에게 딱 하나 없는 건 인간미다. 어찌나 논리왕이신지 날선 말빨에 상처받아 주변에 남아나는 사람들이 없다.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극본 최윤교/연출 김경희)의 남자 주인공 제수호(류준열 분)의 이야기다.
그런데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이 남자, 사실은 되게 소심하다. 남의 말 한마디에 하루종일 파들댄다. 어릴 때 놀림당한 기억 때문에 공황장애까지 생겼다. 그때 이후 그는 인간관계를 포기했다. '유리 멘탈'을 감추기 위해 독설을 온몸에 둘렀다.
이 몸만 자란 어른 아이를 알아본 게 심보늬(황정음 분)다. 동생을 살리기 위해 호랑이띠 남자와 동침이 필요한 그의 시야에 제수호가 들어왔다. 8일 오후 방송된 '운빨로맨스' 5회에서 그는 제수호가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걸어 계약 연애를 제안했다.
심보늬가 시한부라고 착각한 제수호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심보늬는 "대표님 생각보다 착한 사람이네요. 말도 안 되는 조건도 들어주고"라고 했다. 틱틱대는 까칠한 외면 속에 숨겨진 물러터진 마음씨를 발견한 것.
심보느의 말처럼 이는 컴퓨터처럼 0과 1로 이뤄진 세상에 사는, 이성과 논리 신봉자 제수호에겐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심보늬는 연애뿐이 아니라 동침까지 요구했다. 놀란 제수호는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며 도망쳤다.
하지만 "꼭 당신이어야 돼요"라는 심보늬의 한마디는 자꾸 제수호의 뒤를 따라다녔다. 화장실에서는 헛것을 봤고, 소파 위에서는 환청까지 들렸다. 인간관계를 글로 배우고, 감정 소모를 시간 낭비라고 여기는 그에게 자꾸 신경 쓰이는, 아주 성가진 존재가 등장했다.
시청자들은 겉은 차가워 보이지만 속은 소심하고, 쉽게 상처받는 제수호에게 '제복치'란 별명을 붙여줬다. 그의 행동이 스트레스에 취약하다고 알려진 물고기 개복치와 닮았기 때문이다. 제수호 역의 류준열은 외강내유, 아니 외강내'제복치'인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