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종효 기자] 브록 레스너가 UFC에 출전하는 것을 허가한 WWE의 속내는 뭘까. 브록 레스너가 오는 7월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티 모바일 아레나서 열리는 UFC 200에 출전한다는 발표는 업계를 들썩이게 했다. 존 존스와 대니얼 코미어의 대결 등 온갖 별들이 총출동하는 UFC 200 대회에서 브록 레스너와 마크 헌트의 대결은 메인 이벤트 만큼이나 큰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브록 레스너와 그가 돌아오는 UFC, 그리고 그가 현재 소속된 WWE는 연일 미디어의 조명을 받았다. UFC에 브록 레스너를 출전시킨 WWE의 결정에 대해, 그리고 일회성으로나마 종합격투기로 돌아온 브록 레스너의 결심도 화제가 됐지만 ‘별들의 잔치’인 UFC 200에 정점을 찍는 데 성공한 UFC가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챙겼다. 이미 알려졌듯 브록 레스너의 UFC 일회성 출전은 지난해 브록 레스너가 WWE와 재계약을 할 당시 계약 조건에 포함된 사항이었다. 브록 레스너는 지난해 WWE와 3년 계약을 맞으며 종합격투기 무대로의 복귀를 염원, WWE 측에 이같은 조항을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고 WWE는 이 조건을 수락했다.
WWE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WWE는 이미 브록 레스너의 흥행 능력을 충분히 알고 있다. 브록 레스너를 임대해주는 것은 UFC의 흥행 보장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WE 최고의 흥행 스타’ 중 한 명인 브록 레스너를 UFC 무대에 서도록 허가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WWE의 최고 브랜드관리자(CBO) 스테파니 맥맨은 최근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WWE의 결정에 대한 부연설명을 했다. 스테파니 맥맨은 “브록 레스너의 경우는 정말 특별한 케이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누군가는 서로 윈윈이 되는 거래가 아니라고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브록 레스너가 UFC에 참가하는 것을 허가했다”고 말했다.
WWE는 브록 레스너를 UFC에 일회성으로 임대하는 대신 브록 레스너의 UFC 200 참가 효과와 별도의 UFC의 선수를 섭외해 WWE의 여름 축제 ‘섬머슬램’ 홍보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져 왔다. UFC의 인지도 있는 파이터를 데려와 WWE ‘섬머슬램’, 그리고 내년에 있을 WWE 최대 행사인 ‘레슬매니아 33’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WWE ‘섬머슬램’ 홍보를 위해 WWE가 접촉했던 UFC 여성 파이터 페이지 반젠트는 최근 UFC 경기 일정이 WWE ‘섬머슬램’이 열리는 시기와 맞물려 확정되면서 사실상 WWE 출연이 무산됐다. 당초 페이지 반젠트 매니저인 마이크 로버츠 역시 FOX 스포츠에 WWE와 그녀가 출연에 관련한 논의를 했다고 귀띔했지만 출연이 무산되면서 WWE는 대체자를 찾아야 되는 상황이다.
결국 현재까지 WWE가 현실적으로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셈이다. 설령 페이지 반젠트의 WWE 출연이 성사됐다고 하더라도 페이지 반젠트의 스타성이 높긴 하지만 브록 레스너를 내주고 그녀를 데려오는 것은 분명한 WWE의 손해라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내년 WWE ‘레슬매니아 33’ 홍보를 위해 WWE가 접촉 중이라고 알려진 론다 로우지에 비하면 페이지 반젠트는 브록 레스너급의 흥행 카드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스테파니 맥맨이 언급한 ‘윈윈이 되지 않는 거래’라는 것은 이처럼 WWE가 손해를 보는 거래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스테파니 맥맨은 “브록 레스너의 종합격투기 도전에 대해 별도의 지원은 없다. 종합격투기는 우리의 경쟁 상대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종합격투기 도전 등은 외부에 WWE를 알리는 방식이 될 수 있다. UFC 경기에 대한 많은 관심은 한층 더 넓은 범위의 팬들이 WWE를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일례로 스테파니 맥맨은 현재 WWE에서 브록 레스너의 UFC 200 경기를 홍보하지 않지만 UFC에선 벌써 브록 레스너에게 ‘WWE 수퍼스타’라는 수식어를 붙여 홍보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들었다.
특히 스테파니 맥맨은 UFC와 WWE가 경쟁 관계가 아니라는 점에 대해 더 상세히 설명했다. 스테파니 맥맨은 “WWE는 엔터테인먼트이고 UFC는 경쟁 스포츠다. 매우 다른거다. WWE는 선수들간의 대립과 이를 해소하는 링 위에서의 충돌이 영화와 닮아 있다고 보면 된다. 믿기 힘들 정도의 스턴트 액션을 동반한 경기로 스토리를 전한다. 우리는 이런 각본을 통해 관중이 희비를 느낄 수 있게 한다”고 선을 그었다. WWE와 UFC는 흔히 경쟁 관계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WWE와 UFC의 관계는 앙숙까진 아니다.
종합격투기에 관심을 갖고 있는 프로레슬러들은 매우 많고 브록 레스너나 바티스타처럼 실제로 도전한 이들도 있다. UFC 현장 이벤트엔 언더테이커 등 프로레슬러들이 관람하고 있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한다. UFC 선수들 역시 자신의 인기와 직결되는 쇼맨십 등을 프로레슬링을 통해 배운다고 종종 말한다. 프로레슬러들과 절친한 차엘 소넨 같은 파이터들도 있다. 과거 얼티밋 워리어가 사망했을 땐 많은 UFC 파이터들이 트위터를 통해 애도를 표하는 동시에 프로레슬링에 대한 추억담을 쏟아내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론다 로우지 등 몇몇 파이터들은 공개적으로 WWE에 출연할 의사가 있다고 어필하기도 했다. 잘 알려진대로 WWE 빈스 맥맨 회장은 지난 2011년 레슬매니아 27에서 당시 UFC에 있던 브록 레스너를 불러들여 언더테이커와 경기를 하게 하려 했으나 UFC 측이 브록 레스너 패배 각본에 난색을 표하자 대체 카드로 UFC 데이나 화이트 사장과 직접 경기를 하려고도 했다. 빈스 맥맨 회장은 데이나 화이트 사장에게 프로레슬링 경기를 치르자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뒤 “만약 승부가 정해진 경기가 싫다면 진짜로 싸워도 좋다”고 제의했다. 물론 이 제안 역시 데이나 화이트 사장이 “빈스 맥맨 회장을 매우 존경하지만 싸움을 하기에는 너무 고령이다. 물론 그는 (이 말을 들으면) 크게 화를 낼 것이다”고 우회적으로 거절해 무산됐다. 당시 빈스 맥맨 회장은 65세였으며 데이나 화이트 사장은 41세였다. 이런 제안이 오갈 수 있는 이유 역시 WWE와 UFC의 관계가 그리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UFC와 WWE의 경쟁 관계는 실제로의 관계보다 팬들과 미디어가 훨씬 부풀려 만든 것일 수도 있다. UFC와 WWE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적인 입장에서 경쟁자이자 동반자적인 입장으로 봐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물론 기업의 매출이나 여론의 비교대상 측면에서는 경쟁을 피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스테파니 맥맨이 말했듯 WWE는 이번 브록 레스너의 UFC 200 출전으로 WWE 브랜드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높인다는 목표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아직까진 UFC가 대부분의 관심을 가져가고 있지만 브록 레스너가 UFC 200 출전시 WWE 등장음악을 사용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나, WWE에서 브록 레스너의 대변인 역할을 이행하던 폴 헤이먼이 UFC에는 함께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심지어 UFC 200 경기서 승리 혹은 패배했을 경우 WWE ‘섬머슬램’에 나타났을 때 어떤 얘기를 할 것인지에 대한 예상이 이슈가 됐을 때도 WWE는 자연스럽게 거론이 됐다. WWE는 어쩌면 페이지 반젠트, 론다 로우지 효과 이상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