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여배우 주연 영화는 안 된다고 누가 말했나.
그야말로 충무로 여풍이 거세다. 남성 배우들이 점령했던 스크린을 보며 절치부심 이를 갈았던 여성 배우들이 반격에 나섰다. 여성 배우 위주의 작품 제작이 더딘 가운데서도 빛을 발하며 흥행을 이뤄낸, 그리고 흥행 단비를 맞이하려 기다리고 있는 작품들이 있다. 영화 주인공으로 흥행몰이에 나선 연기 잘하는 여성 배우들은 과연 누가 있을까.
지난 6월1일 개봉한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제작 모호필름, 용필름)는 일제강점기,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그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 백작(하정우)과 손잡고 하녀로 들어간 숙희(김태리)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김민희 김태리의 파격적인 정사신과 동성애 코드를 통해 여배우들의 힘은 무엇인지를 보여준 ‘아가씨’다.
‘아가씨’에서 남성 배우들은 철저하게 여성들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그려졌다. 게다가 멋지지도 않고 찌질한 변태 캐릭터로 설정됨으로서 여성 캐릭터들의 주체성과 그들 중심의 스토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이어 지난 6월29일 개봉한 김혜수 주연 영화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제작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은 스캔들 메이커 톱스타 고주연(김혜수)이 연하 남자친구가 여대생과 바람나 자신을 배신하자 진짜 가족 만들기에 돌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고주연은 입양도 출산도 불가능하단 통보에 우연히 산부인과에서 만난 중학생 단지(김현수)에게 은밀한 거래를 제안한다.
‘굿바이 싱글’은 겉으로 보기엔 화려한 톱스타의 삶을 다루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인간 내면의 외로움과 가족에 대한 의미를 블랙코미디로 담아내며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미성년자의 임신과 미혼모를 소재로 버무려내며 감동을 주기도. 고주연을 연기한 김혜수는 백치미 넘치는 사고뭉치 톱스타 역을 맡아 영화 내내 하드캐리하며 관객을 웃고 울게 만든다.
8월 개봉 예정인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제작 호필름)는 이른바 여름 극장가 4대 배급사 텐트폴 영화 중 유일하게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앞세운 작품이다. ‘덕혜옹주’는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손예진/아역 김소현)의 이야기를 그린다.
‘덕혜옹주’에서 덕혜를 연기한 손예진은 ‘비밀은 없다’에 이어 또다시 인생 연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밀은 없다’는 내가 만들어가고 마음껏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면, ‘덕혜옹주’는 역사적 실존인물이고 시대극이며 뭔가 내가 하고 싶은 애드리브를 가두는 제약이 많았다. 옹주로서 비극적인 삶의 감정을 토해내는 신이 많았다. 감정을 절제하면서 만약 덕혜옹주였다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많이 힘들었다”는 손예진의 말처럼 그가 보여줄 연기에 벌써부터 많은 예비 관객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8월 개봉 예정인 또 한편의 영화 ‘국가대표2’(감독 김종현/제작 KM컬쳐)는 무려 여섯 명의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대한민국 최초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천만요정 오달수가 청일점이자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 역으로 합류, 여성 배우들 사이에서 여배우 취급을 받으며 촬영했다는 후문. ‘국가대표2’는 전직 아이스하키 선수 리지원(수애), 쇼트트랙 국가대표 출신 박채경(오연서), 필드하키 선수 출신 고영자(하재숙), 아이스하키 협회 경리 출신 조미란(김슬기), 전직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가연(김예원), 여중생 인라인 하키 선수 신소현(진지희)이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급조된 한국 최초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으로 뭉쳐 불가능한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수애를 중심으로 연기 잘하는 충무로 여성 국가대표들이 뭉친 것도 모자라, 본격적인 촬영 전 3개월간 체력 단련과 아이스하키 연습부터 했다는 ‘국가대표2’. 남성 배우도 견디기 쉽지 않은 지옥훈련과 실전 아이스하키 경기 장면 촬영을 해낸 이들의 땀방울이 여름 극장가에서 흥행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