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글 사진 김종효 기자]김종왕의 별명은 ‘마왕’이다. 킹 오브 더 케이지(KOTC)에서 동양인 최초로 출전해 승리를 거뒀고 판크라스, 프라이드FC, 스피릿 MC, 글레디에이터 FC, K-1 히어로즈 등 다양한 단체에 진출해 이름을 드높였다. 지금처럼 종합격투기가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활동한 국내 1세대 격투가이자 ‘한국 격투기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김종왕은 사실 격투가 이전에 프로레슬러였다. 판크라스에 데뷔한 것은 1996년이지만 프로레슬링 WWA에 데뷔한 시기는 1993년이었다. 격투기만큼이나 프로레슬링에서도 큰 활약을 했고 후배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2008년 열린 NWA-TNA와 신한국 프로레슬링 합동 대회에서 이수일과 팀을 맺어, 세이야 사나다, 카이를 상대로 태그팀 경기를 가졌고 2009년 고(故) 김일 추모 대회에서는 홍상진과 팀을 맺어 케니 러쉬, 레더 페이스 팀을 상대로 승리해 WWA 태그팀 챔피언에 등극하기도 했다.
김종왕은 지난해 열린 이왕표 은퇴 기념 대회에서도 경기를 갖고 WWA 태그팀 챔피언 방어에 성공할 정도로 최근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역 프로레슬러 중에선 잠정 은퇴한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곤 최고참급이다.
프로레슬링과 격투기 양 분야에서 이름을 떨친 ‘마왕’ 김종왕은 프로레슬링과 격투기를 모두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언급했듯 김종왕은 프로레슬링에 먼저 입문했다. 1992년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다 1993년 3월 데뷔했다. 김종왕은 “유도 체육관 다니던 때 그곳으로 운동을 하러 온 프로레슬러 안재홍과 친해졌다. 어느날 밥을 먹자고 했는데 식사 자리에 이왕표가 있는거다. 대뜸 ‘준비는 됐냐’고 물어서 당황했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스카우트가 된 거고 그 길로 프로레슬링에 입문했다”고 밝혔다. 당시 나이 19세였다.
약 6개월의 연습생 생활 후 데뷔 경기를 치르게 됐다. 상대는 씨름을 하다 프로레슬링에 발을 들인 서찬호였다. 서찬호는 2m8㎝의 거인으로, 여러 영화에 출연해 잘 알려진 인물이다.
김종왕은 “2m가 넘는 서찬호와 데뷔 경기를 가졌다. 처음 30초 동안은 아무 것도 안 보인다. 그리고 그 뒤엔 긴장을 해서 매우 힘들었다. 약 5분30초의 경기가 마치 5시간30분을 경기한 것 같았다”며 “또 그간 배워온 유도와도 많이 달랐다. 무엇보다 나보다 20㎝ 이상 큰 선수를 상대하는 것이 부담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젊고 탁월한 기량 덕에 일본 프로레슬링 단체인 NOW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으나 당시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이에겐 여권 발급이 안 되던 상황으로, 김종왕은 비자를 받지 못해 일본행도 무산됐다. 그러나 군 제대 후 그를 눈여겨봤던 NOW의 켄도 나가사키 회장이 만든 대일본 프로레슬링에 초청받아 몇 차례 경기를 하기도 했다. 당시엔 스모 선수 출신 프로레슬러이자 현재의 태그팀 파트너인 홍상진과 생활했다. 이렇듯 프로레슬러로 두각을 드러내던 김종왕은 쫓겨나다시피 격투기로 발을 돌리게 됐다. 아니, 쫓겨났다. 소속 단체 이적을 놓고 생긴 사소한 문제에 보이지 않는 업계 내 정치 싸움이 개입되면서 김종왕은 한국 프로레슬링 흥업, 신한국 프로레슬링, 월드 프로레슬링 모두에서 방출됐다. 한국 프로레슬링 흥업이 문을 닫는 바람에 프로레슬링 링에도 설 수 없게 됐다.
일본의 지인 소개로 찾아간 곳이 판크라스였다. 프로레슬링만 하던 김종왕은 “처음 판크라스에 입문했을 땐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갔다. 스파링을 하는 모습을 보고 프로레슬링과는 전혀 달라 당연히 겁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해보고 싶다는 열정이 있어 격투가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로레슬링과 격투기를 병행한 김종왕은 두 장르를 비교해달라는 말에 “격투기와는 달리 프로레슬링은 링에 서는 순간부터 점점 성장하게 된다. 프로레슬링을 완성하려면 적어도 10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프로레슬링은 링 위에서 하는 행위예술이지만 그 위험과 고통은 진짜다. 링 위에서 관중에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동시에 빈틈 없는 운동 능력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프로레슬링엔 완숙미가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화려한 기술만이 프로레슬링의 전부가 아니라, 링 위에서 경기로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종왕은 “어르신들은 물론이고 내 또래 친구들은 여전히 프로레슬링 경기를 좋은 추억으로 가지고 있고, 또 보고 싶어한다”며 “프로레슬링을 하면서 팬들의 응원을 받으면 정말 행복하다. 지금까지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종왕이 적지 않은 나이에도 프로레슬링을 하며 아직도 즐거울 수 있는 이유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한국 격투기의 선구자 ‘마왕’ 김종왕 인터뷰★☆★☆
☞‘마왕’ 김종왕 “프로레슬링→격투기, 당연히 무서웠죠”(인터뷰①) ☞김종왕 “‘팔종왕’ 돼버린 밥샙戰 수모, 모든걸 잃었다”(인터뷰②) ☞‘마왕’ 김종왕 작심비판 “韓프로레슬링 문제점은..”(인터뷰③)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