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팝인터뷰]김성훈 감독, '끝까지 간다' 첫촬영에 남몰래 울었던 사연

입력 2016-08-09 17: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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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널' 김성훈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영화 '터널' 김성훈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헤럴드POP=이소담 기자]김성훈 감독이 영화 현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끝까지 간다’(2014) 이전, 7년의 공백이 있었던 김성훈 감독에게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이었다.

오는 10일 영화 ‘터널’ 개봉을 앞둔 김성훈 감독은 9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인터뷰를 갖고 “이제 하루 남았다”며 “2년 반 전에 ‘끝까지 간다’ 개봉을 앞뒀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고 운을 뗐다.

김성훈 감독은 “이런 기분이구나 싶다. ‘끝까지 간다’ 때는 일정이 정말 빠듯했다. 언론시사회를 하고 칸영화제에 다녀오고, 돌아오자마자 부산 무대인사를 갔었다. 그러다가 얼떨결에 영화가 개봉했다”며 “지금도 ‘터널’ 홍보일정 때문에 바쁘긴 하지만, 한달 전부터 후반작업을 하면서 쇼케이스도 하고 간담회도 하고 시사회도 하면서 긴장의 수순을 다 밟고 있는 기분이다. ‘끝까지 간다’ 때는 개봉이 갑자기 툭 떨어진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너 긴장해라’ 이런 느낌이랄까. 그래서 더 긴장 된다”고 털어놨다.

‘터널’은 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한 남자와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변해가는 터널 밖의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하정우가 퇴근길 갑자기 무너진 터널에 홀로 고립된 남편 정수 역, 배두나가 정수의 아내 세현 역, 오달수가 구조대장 대경을 연기한다.

전작 ‘끝까지 간다’로 트로피만 10개를 챙긴 김성훈 감독은 “전작 호평에 대한 부담감은 잘 모르겠다. 오히려 혹평을 받았다면 지금 더 부담됐을 것”이라며 “호평이나 혹평이나 똑같이 부담된다. 대신 전작이 혹평이었다면 이번 ‘터널’이 잘못되면 앞으로 내 인생에 영화가 없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또 저번엔 칭찬을 받았는데, 이번엔 실망을 끼치면 어떡하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끝까지 간다’는 실수로 얻어 걸렸구나 하는 말이 나올까봐 그 점도 두렵다”고 말했다.

‘터널’ 원작 소설을 접하고 매료돼 메가폰을 잡게 됐다는 김성훈 감독은 “소설을 보고 가장 끌렸던 건, 한 인물이 터널 안에 갇힌다는 거였다. 이걸 가지고 영화로 잘 요리할 수 있겠다 싶었다. 소설에 좋은 원자재들이 많았다. 참 좋은 아이템이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대신 ‘끝까지 간다’는 계속 돌아다니는데, ‘터널’은 한 공간에 갇혀 있으면 답답하지 않을까 싶더라”고 설명했다.

영화 '터널' 김성훈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영화 '터널' 김성훈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터널’ 소설을 보면서 터널에 갇힌 정수가 조금씩 움직이면서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을 만들어가려고 했다. 그래서 정수가 환풍기를 이용해 조금씩 공간을 확장해나가는 설정을 넣었다. 사실 ‘터널’ 소설은 굉장히 우울하고 칙칙하고 슬프고 아프다. 그래서 소설로는 좋지만, 나부터 영화화를 한다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영화를 만드는데 있어서 확신을 준 게 바로 환풍기였다. 환풍기를 통해 이동할 수도 있다는 설정을 만드니까 굉장히 좋더라. 마치 ‘끝까지 간다’에서 환풍구를 이동하던 장난감 병사같은 느낌이랄까. 이번에도 조그만 게 기어다녔으면 좋겠다 싶어서 강아지를 추가했다. 거기까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나자 ‘터널’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그리고 소설과는 다르게 톤앤매너를 밝게 가겠다고 했다. 터널 안에 갇혀 있지만, 그 안에서 유머가 나오도록 말이다. 가장 어두운 곳이기에, 밝게 찍고 싶었다.” 영화 이야기를 하는 김성훈 감독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정우는 김성훈 감독을 두고 “저렇게 영화 촬영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했을 정도.

이에 김성훈 감독은 “영화 현장을 안 좋아할 수가 없다”며 “첫 작품인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2006) 이후 7년 만에 ‘끝까지 간다’를 찍게 됐다. 그때 오랜만에 현장에 갔던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그때의 즐거움과 감사함은 정말 대단했다. 마치 새 삶을 얻은 기분이랄까”라고 말했다.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게 정말 즐겁다. 혼자 만드는 게 아니잖나.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꼈다. 물론 현장은 늘 힘들다. 춥고 피곤하고, 아이디어가 안 떠오를 땐 죽을 것 같고, 이게 맞는지 늘 불확실함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 불확실성을 스태프들에게 티내지 말아야 하고 말이다. 물론 애써 포장할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자체가 모두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기에 정말 재밌었다. 현장에 대한 즐거움, 영화를 찍는 걸 사랑하는 내 마음이 나중에 혹시 사라지면 어떨까 싶기도 한데, 아직까진 유효하다.”

이어 김성훈 감독은 “‘끝까지 간다’ 촬영 첫날 정말 두근거렸다. 설레더라. 미팅하러 가는 기분이었다. 첫 촬영 당시 멀리서 조명차가 서있는 걸 보고 몰래 울었다. 제작PD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건너편 조명에 불이 켜져 있었다. 7년 만이라 가슴이 쿵쾅거려서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터널’을 찍을 때도 첫촬영을 위해 걸어서 이동하는데 멀리 굴뚝에 촬영 세팅이 돼있는 걸 보니 흥분됐다. 다행히 이번엔 울진 않았다. 하하. 목동 어딘가 였는데, 횡단보도를 기다리면서 가슴이 막 뛰었다. 이런 설렘이 안 없어졌으면 좋겠다. 물론 언젠가는 익숙해지고 무뎌질 테지만 말이다. 이 감정이 평생 유효할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내 직업 아닌가. 내가 선택한 것이고 말이다. 지금은 네 번째 작품까진 그 감정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아마 네 번째 작품으로 인터뷰를 할 땐 다섯 번째 작품에서도 현재 느낀 설렘과 흥분의 감정이 그대로였으면 좋겠다고 말하지 않을까.”

끝으로 김성훈 감독은 “나와 함께 한 스태프들과 배우들을 만족시키고 싶다”며 “어제 VIP시사회에서 스태프들이 모인 상영관에 갔는데, 조명팀과 눈이 마주쳤다. 그들이 반가워하는 걸 보면서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 이들을 만족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미 언론시사회를 통해 취재진을 만족시킨 김성훈 감독. 과연 ‘터널’이 관객에겐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그리고 함께 고생한 스태프들에게도 만족감을 안길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오는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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