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첫 패션 예능 ‘옷장전쟁’
선우용여·KCM 등 게스트 패션 탈바꿈 나서
평화로운 경쟁 구도는 ‘양날의 검’
매주 월요일 오후 5시 공개
[헤럴드POP=김민지 기자] “슴슴한 평양냉면을 찾는 이유”
2010년 그 시절 온스타일이 돌아온 기분이다. 포맷은 익숙하다. 스타의 옷장을 들여다보며, 일명 패잘알(패션을 잘 아는 사람) 멘토의 코칭으로 대쪽 같은 스타일을 고수하는 이들을 탈바꿈하는 과정은 야심 찬 신규 프로그램답지 않게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든다. 여기에 투톱 MC는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옷 좀 입을 줄 아는 패셔니스타 남매, 정재형과 김나영이다.
그러나 넷플릭스 ‘옷장전쟁’은 예상 밖의 ‘게스트’와 ‘빠른 전개’를 선택, 자칫 뻔해질 수 있는 내용에 재치 요소를 더해 차별화를 꾀했다.
‘아울렛 러버’ 선우용여·‘어둠의 Y2K’ KCM의 ‘대쪽 같은 취향쇼’
“내 몸뚱아리가 제일 아까워”
최고령 유튜버와 패션 테러계의 아이콘. 옷장전쟁은 1,2화의 주인공으로 배우 선우용여와 가수 KCM을 택했다. 요즘 패션과는 거리가 먼 두사람. 그러나 개성만은 확실했다.
신호탄은 배우 선우용여다. 지난 4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그는 옷장전쟁에서도 그만의 이유 있는 긍정적 사고인 ‘용여적 사고’를 보이며 젊은이들의 ‘멋쟁이’로 등극했다.
가장 아끼는 옷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내가 아끼는 건 내 몸”이라고 답한 선우용여는 “옷은 일 때문에 사고 평생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해 본 적이 없어 재봉틀과 손바느질로 옷을 직접 수선한다”고 밝혀 놀라움을 더했다.
선우용여의 남다른 ‘아울렛 사랑’도 돋보였다. 최근 화제가 된 그의 하나뿐인 애착 명품백을 시작으로, 20년 된 이태리제 치마와 재킷 등도 모두 아울렛에서 공수해 온 제품들. 그는 “사모님 역할을 많이 해서 그렇다”며 “험한 역할을 해보고 싶은데도 안 시켜주더라”라며 시무룩한 모습으로 웃음도 놓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의뢰한 룩은 ‘딸 보러 갈 때 입을 공항패션’이었다. 정재형은 선우용여의 화려함 대신 ‘우아함’을 더한 올 화이트룩을 완성했으며, 김나영은 단가라티에 가디건을 걸친 트렌디한룩을 완성함과 동시에 흰 바지로 그가 좋아하는 편안함을 더했다. 치마보단 바지, 불편함보단 편함을 선호하는 대쪽 취향 선우용여의 선택은 단연 ‘김나영’이었다.
그러나 최종 선택 후 김나영이 “공항에 이 옷 입고 가실 건가요”라고 묻자 선우용여는 “아니요.”라며 다시 한번 불변의 대쪽 취향을 보였다. 웃음 포인트이긴 하지만, 시종일관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것 대비 ‘보여주기식’으로 그친 결과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맥이 빠지는 결과다.
2회 게스트로는 감성발라더이자 김종국과 함께 헬스남으로 거듭난 가수 KCM이 출연했다.
그의 ‘시그니처 룩’으로 알려진 당당한 민소매에 팔토시 차림에 대해 KCM은 ‘민소매’ 선택 이유를 “두꺼운 팔뚝”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팔토시’ 라는 독특한 패션 아이템을 선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 스타일리스트와의 일화를 꼽았다. 당시 1950년대 반항의 아이콘인 제임스딘에게 영감을 받은 KCM의 스타일리스트는 무대에 서는 KCM의 팔에 붕대를 둘러주는 과감한 패션을 재창조하면서 결국 이 사례가 팔토시를 하기까지 이어졌다는 뒷이야기를 전해 MC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KCM은 팔토시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스타일을 찾았다. 낚시광인 그에게 낚시복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옷장은 소박했지만, 수확은 제대로였다. 약 200만원 상당의 ‘낚시복 셋업’을 입어본 정재형과 김나영이 “발렌시아O 같다”며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고, 이후에도 탐날 만한 낚시복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급기야는 KCM이 “혹시 이거 게스트가 옷 입혀주는 프로그램이냐?”라는 말을 하기도.
빈틈없는 토크와 일관된 취향으로 채워진 빽빽한 옷장 속에서 KCM을 ‘어둠의 Y2K’로부터 구원해 줄 ‘2025 트렌딩 룩’도 탄생했다. 정재형은 청-청 패션에 스카프를 둘러 ‘아메리칸+유러피안룩’을 완성했다. 하지만 KCM은 “옥죈다”며 재빨리 김나영이 제안한 스타일로 갈아입었다.
김나영은 KCM의 ‘몸’을 해석, 가장 잘 어울리는 아이템들로 ‘너다 칸예 웨스트’룩을 완성했는데 이에 신난 KCM은 변화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날 ‘힙한’ 아빠로서 방송에서 제안한 코디를 그대로 입고 아이 등원을 시키는 모습도 보여줬다.
‘배틀 예능’ 전성시대, ‘승자 없는 전쟁’으로 이야기에 ‘순한 맛’ 한 스푼
MC 정재형, 김나영은 노련했다.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이미 물 흐르는 진행엔 도가 튼 두 사람, 여기에 둘의 전문 분야 ‘옷’이 만났으니 시청자로선 편안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옷장전쟁’이지만 지독하게 순하기도 했다. 패셔니스타의 관점에서 과한 메이크오버를 하지도, ‘전쟁’하면 떠오르는 피 튀기는 경쟁 구도도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아무리 패셔니스타라 한들, 정재형과 김나영도 누군가를 입혀주는 것에 있어 서툰 터. 여기에 게스트의 확고한 취향은 MC들에게는 당황을 안겼다. 이때 두 사람은 공조를 택했다. 각자의 패션 팁과 챙겨온 비밀병기를 공유한 것이다.
익숙한 포맷에 각이 보이는 경쟁 구도가 아닌 ‘셀럽’들의 옷장을 탈탈 털어 ‘감다살 스타일링’을 선보인다는 기획 의도에 적합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순한 맛’은 양날의 검이다. 게스트마저 “선택되면 뭐가 있느냐”라고 묻자 “자존심?”이라고 답한 대목은 ‘옷장전쟁’의 색깔을 흐리게 할 수 있어 확실한 목적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두 MC가 공수해 온 아이템이 모두 ‘명품’이라는 점은 연예인 집 구경과 옷장 구경에 이어 시청자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어 향후 적절한 균형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옷 잘 입는 두 사람에게 얻는 ‘패션 팁’이 단순 유명한 아이템으로 그쳐선 안 된다는 것이다.
“보법이 다르다” 첫 패션예능으로 다변화 택한 넷플릭스
김나현 ‘옷장전쟁’ PD는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패션에 자신없는 게스트들이 두 MC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 바뀌는지 지켜보는 게 옷장전쟁의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한다”며 “어려운 패션 얘기를 하는 방송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는 패션 팁들을 전달하는 콘텐츠이니 시청자분들도 쉽고 편하게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PD는 출연진의 진심도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정재형, 김나영 씨가 매회 정말 재밌게 촬영에 임하고 있다”며 “촬영 분위기도 좋고 두 분 케미도 너무 좋아서 그런 에너지가 보시는 분들에게도 전달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옷장전쟁’은 넷플릭스의 첫 ‘패션예능’이라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 2월부터 넷플릭스는 시청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저격한다는 취지 아래 일일 예능을 공개하며 장르를 넓혀가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계 왕좌 넷플릭스에도 스며든 TV 편성 보법인 셈이다.
현재 넷플릭스는 ▷월요일 ‘옷장전쟁’ ▷수요일 ‘추라이 추라이: 죽어도 좋아’ ▷목요일 ‘미친맛집: 불붙은 한일 맛 교환’ ▷토요일 ‘장도바리바리’ ▷일요일 ‘도라이버: 잃어버린 핸들을 찾아서’를 선보이고 있다.
와중에 넷플릭스 몸집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리테일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6월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MAU) 통계에 따르면 현재 넷플릭스 사용자는 약 1393만명(점유율 40%)으로, ▷쿠팡플레이 732만명(21%) ▷티빙 573만명(17%) ▷웨이브 253만명(7%)에 비해 압도적인 인기다.
그렇다 보니 OTT계 큰 손 넷플릭스도 드라마와 영화에서 나아가 예능으로 ‘장르’를 넓히며 이용자 견인에 힘쓰고 있다.
특히 옷장전쟁은 포맷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했다. 스튜디오형 예능에서 벗어나 게스트 자택의 옷장을 중심으로 장면이 채워진 것이다. 30분 남짓의 짧은 러닝타임도 요즘 컨텐츠의 빠른 호흡법에 맞춘 넷플릭스의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겠다.
큰 고조 없이 잔잔한 맛이 있다. 박진감 넘치는 대결 구도를 생각한 시청자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도 있지만 공개된 에피소드가 1~2회에 불과한 만큼 남은 회차 동안 어떠한 화제성으로 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탈 지 주목된다.
넷플릭스 ‘옷장전쟁’은 오는 매주 월요일 오후 5시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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