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차분한 인상의 배우 김예원(30). 동갑내기 오연서는 그를 두고 '여성스럽고 참해서 나와는 정반대'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슛이 들어가면 돌변한다. 배우니까.
영화 '국가대표2'(감독 김종현/제작 KM컬쳐)는 한국 최초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이야기를 그린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급조됐지만, 불가능한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예원은 전직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가연 역을 맡았다. 결혼정보회사 등급을 높이기 위해 국가대표 타이틀이 필요한 인물이다. 속물 같고 푼수처럼 보이지 보이지만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다. 오달수(강대웅 역), 수애(리지원 역), 오연서(박채경 역), 하재숙(고영자 역), 김슬기(조미란 역), 진지희(신소현 역) 등이 그와 함께 했다.
극 중 김예원은 김슬기와 함께 웃음을 책임졌다. 그가 등장하는 장면의 공기는 다른 인물들과는 다르다. 오합지졸들의 힘빠진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던 '국가대표2'에 생기를 더하는 건 김가연의 존재다.
대표적인 예가 만취신이다. 조미란의 고향으로 특훈을 떠난 여자 아이스하키 팀은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 회식을 한다. 이때 거나하게 취한 김가연과 조미란이 명장면을 만들어낸다. 평소 꾸미는 것과는 거리가 먼 조미란에게 김가연이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어딘가 이쁜 데가 있을 텐데"라고 말하다가 "내일 찾자"라고 말하는 신이다.
풀린 동공에 꼬인 발음. 실제 술을 마시고 촬영한 듯한 이 장면은 비하인드가 있다. 김예원은 술 한 방울 마시지 않은, 아주 멀쩡한 상태였다는 것. 넘치는 현실감에 스태프마저도 그에게 '술 먹고 한 거야?'라고 물었다고.
"되게 걱정을 많이 했던 신이다. 짧은 길이가 아니었다. 어눌한 발음으로 끝까지 대사를 해야 했다. 이걸 어떻게 살리나 싶어서 고민이 많았다. 평소 술을 잘 마시는 편은 아니다. 근데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취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많더라. 그래서 남아있던 순간순간의 기억들을 종합하고, 실제로 나도 촬영 전 술기운이 있는 상태에서 대사연습을 해봤다. (웃음)"
그러면서도 김예원이 가장 경계했던 건, 진정성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웃기지만 우스운 연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라는 그는 김가연의 대사를 진심으로 믿어보기로 했다. "이 친구가 정말 그렇게 생각을 해야만 보는 사람들도 몰입할 수 있는 거다. 코믹한 장면이긴 하지만, 나는 진지하게 임했다."
지독하게 맨정신이지만 만취연기를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배우. 차분한 인상의 김예원에게는 쉽게 상상하기 힘든 반전이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래서 김가연 역을 맡을 수 있었다"라고 했다.
"사람은 순간순간마다 역할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여러 가지 모습이 내재돼 있다. 이런 자리에서는 이렇게 말을 하고, 가깝고 편한 사람과 있을 때는 풀어지는 거고. 똑같은 모습일 수가 없다. 김종현 감독도 내가 평소 말을 하는 모습과, 리딩에 들어갔을 때 갭이 커서 놀랐다고 하시더라. 그런 부분들이 좋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