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시대에 휩쓸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덕혜옹주'. 일제 강점기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다 간 조선 왕족의 이야기는 어느덧 500만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런데 이 이야기, 어디까지 진짜일까.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제작 호필름)는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손예진/아역 김소현)의 이야기를 그린다. 실존 인물인 덕혜옹주(1912∼1989)를 그린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역사 왜곡 의혹을 받았다.
고종의 늦둥이 딸인 덕혜옹주는 어린나이에 정략결혼과 이혼을 겪고 딸의 죽음과 조현병으로 정신병원 입원까지 한, 아주 굴곡진 삶을 살다간 왕족이다. 그가 독립운동에 참여했다는 증거는 없다. 이에 '덕혜옹주'가 상업적 이익을 위해 덕혜를 독립투사로 그리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덕혜옹주'는 독립운동 보다는, 암울했던 시대에 기울어가는 왕조의 옹주로 태어난 덕혜의 일대기에 집중했다. 그럼에도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묘사는 분명히 존재했다. '덕혜옹주' 속 이야기, 실제와는 얼마나 같고 또 다를까.
◆ 연설과 한글학교 건립은 허구
영화 속에는 일본으로 끌려간 덕혜옹주가 조선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제의 제안에 현혹되는 모습이 등장한다. 바로 강제징용 당한 동포 앞에서 일제에 순응하자는 내용의 연설을 하라는 것. 처음에는 이를 따르는 듯 했던 덕혜는 동포들의 참혹한 실상을 보고는 마음을 바꿨다. 그리고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온다"라며 조선인들을 격려했다. 덕혜옹주가 민족의 현실을 깨닫고 각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이 장면. 실은 근거없는 허구다.
한글학교 건립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속에서 덕혜옹주는 이우 왕자(고수)를 만난 뒤 조선인 계몽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를 위해 그는 한글학교를 건립해, 일본에 끌려온 조선 아이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자각하도록 애쓴다. 하지만 이 역시 역사적인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 정혼자 김장한, 친일파 한택수는 실존 인물
반면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 삼은 설정도 있다. 극 중 등장하는 보온병이 그것이다. 만 13세에 강제로 일본 유학길에 오른 덕혜옹주는 보온병을 들고 다니며, 그 안에 든 물만 마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그의 아버지 고종이 일제에 의해 독살당한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실존 인물들에서 따온 캐릭터들도 있다. 박해일이 연기한 김장한이다. 고종이 덕혜옹주의 정혼자로 맺어주려 했던 김장한이란 인물이 실존했었다. 여기에 후일 덕혜옹주를 귀국시키는 것에 공을 세운 그의 형 김을한, 마지막으로 일본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항일을 위해 만주로 망명, 독립군 총사령관을 지낸 이청천 장군을 합쳐 '덕혜옹주' 속 캐릭터가 탄생했다.
친일파로 등장한 한택수(윤제문) 역시 실존 인물이다. 하지만 실제 이름은 한창수다. 그는 일제의 신임을 얻어 조선왕실의 업무를 관장하는 장관자리에 올라 호의호식했다.
◆ 소 다케유키, 덕혜옹주를 아꼈던 남편
무엇보다 '덕혜옹주'에서는 덕혜의 남편 소 다케유키(김재욱)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극 중 덕혜옹주는 일제의 계략으로 일본의 백작 소 다케유키와 정략 결혼 하게 된다. 이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간 다수의 매체에서는 소 다케유키를 추남에 아내를 핍박하는 남편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소 다케유키는 꽤 미남자였으며, 덕혜옹주를 아끼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재욱이 연기한 배역은 이와 관련된 사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