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역시 믿고 보는 멜로 장인이다. 배우 박해일이 '덕혜옹주'로 멜로에 최적화된 배우임을 입증했다. 그의 매력에 벌써 500만 명이 빠져들었다.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제작 호필름)는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손예진/아역 김소현)의 이야기를 그린다.
박해일은 독립운동가 김장한 역을 맡았다. 어린시절 덕혜옹주와 정혼했지만,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꼬여버린 관계다. 하지만 덕혜옹주를 조선으로 데려가기 위해 한평생을 바치는 인물이다.
얼핏 보면 이는 단순한 러브라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덕혜옹주' 속 김장한과 덕혜에겐 여타 멜로에선 보기 힘든 요소가 있다. 거리감이다. 이들은 서로를 믿고 의지하지만, 표현 방식은 직접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덕혜를 향한 김장한의 진심은 영화 곳곳에서 충분히 드러난다. 바닥에 누워있는 덕혜의 머리맡에 코트 소맷자락을 대어주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덕혜가 피신할 시간을 주기 위해 긴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총격전을 벌이는 김장한의 모습은 반할 수밖에 없다. 그 흔한 '사랑한다'라는 말 한마디 없지만,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사이. 덕혜와 김장한의 감정선은 에둘러 표현하기에 더욱 애틋하다.
김장한의 담백한 멜로는 박해일이란 배우이기에 더욱 극대화됐다. 그간 박해일은 '질투는 나의 힘'(2003) '국화꽃 향기'(2003) '연애의 목적'(2005) '은교'(2013)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로맨스를 보여준 바 있다. 애절함이 극대화 됐던 '국화꽃 향기'와 현실 남자친구 그 자체였던 '연애의 목적'을 오갔다. 또한 '은교'에서는 소녀에게 매혹당한 시인을 연기하기도 했다.
박해일이 다양한 서사를 통해 축적해온 경험은 '덕혜옹주'에서 극대화됐다. 머리카락을 매만져 주거나, 모자를 바로잡아주는 등 사소한 디테일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정선은 '멜로 장인'인 그였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손예진의 절절한 감정연기가 더해지면서, '덕혜옹주' 전반에 흐르는 이들의 미묘한 정서가 완성됐다.
뿐만 아니라 노년과 젊은 시절을 오가며 묵묵히 덕혜의 곁을 지키는 김장한의 행보는 관찰자 역할을 한다. 때문에 관객이 덕혜옹주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박해일은 '덕혜옹주' 속 손예진과의 호흡에 대해 "여배우 복이 있는 것 같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케미 비법으로 "안 싸우려고 노력한다. 연기적으로 부딪히는 부분은 토론하지만, 사소한 걸 가지고 굳이 예민한 배우의 정서를 건드리진 않는다"라며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멜로 장인'의 비결, 배려였던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