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끝까지 간다’ 김성훈 감독이 ‘터널’로 연타석 흥행 홈런을 쳤다. 암울했던 7년 공백을 버텨내고 관객의 인정을 받은 김성훈 감독. ‘터널’은 그에게 과연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영화 ‘터널’(감독 김성훈/제작 어나더썬데이, 하이스토리, 비에이 엔터테인먼트)이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 10일 개봉 이후 불과 12일 만에 이뤄낸 기록이다. 이미 김성훈 감독의 전작 ‘끝까지 간다’(345만)를 훌쩍 넘어섰으며, 손익분기점 350만 명도 손쉽게 돌파했다. 여름 흥행시장 후발주자로 나섰지만, ‘터널’은 이에 아랑곳 않고 끝까지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터널’의 흥행 중심엔 하정우 오달수 배두나의 연기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김성훈 감독의 연출이 큰 힘을 발휘했다. 현장을 가장 사랑하는 감독으로 현장에 있을 때 누구보다도 행복하다는 김성훈 감독답게, 이번에도 그는 ‘터널’ 촬영장을 뜨지 않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김성훈 감독은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2006)으로 연출 데뷔했다. 하지만 흥행 성적은 저조했다. 이후 김성훈 감독은 무려 7년간 공백기를 겪어야 했다. 흥행에 실패한 신인 감독에게 쉽사리 기회를 줄 리는 만무했다. 김성훈 감독은 자신의 첫 연출작에서 관객의 눈치를 보면서도 자기만족에 빠져 있었던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고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그리고 ‘끝까지 간다’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끝까지 간다’가 영화화되기까지는 수많은 수정과 각색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수많은 영화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AD406 차지현 대표가 ‘끝까지 간다’ 시나리오를 눈여겨보고,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에게 이를 추천했다. 덕분에 ‘끝까지 간다’는 영화로 제작될 수 있었고, 김성훈 감독과 차지현 장원석 대표는 이 영화로 수많은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원래 제목이 ‘무덤까지 간다’였던 이 영화는 당시 세월호 참사로 인한 애도 분위기와 맞물려, 제목을 변경했다. ‘무덤’이란 단어가 긍정적인 이미지는 아니었기 때문. 그러던 중 ‘끝까지 간다’가 제목으로 확정됐고, 결국 이 영화는 연말 시상식과 해외 영화제를 휩쓸며 정말로 끝까지 갔다.
‘끝까지 간다’를 통해 인연을 맺은 장원석 대표와 김성훈 감독은 투자배급사 쇼박스와 손잡고 동명 소설 원작인 영화 ‘터널’을 제작하기로 의기투합했다. 그리고 거기에 하정우가 합류하면서 ‘터널’ 제작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끝까지 간다’ 첫 촬영 당시 촬영장 근처에서 조명차를 보고 몰래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는 김성훈 감독은 ‘터널’ 첫 촬영에서도 세팅된 촬영장을 멀리서 지켜보며 두근두근 심장이 뛰는 설렘을 느꼈다고 한다.
‘부당거래’ ‘투캅스’와 함께 경찰이 뽑은 최악의 영화로 손꼽힐 만큼 ‘끝까지 간다’에서 경찰 캐릭터를 풍자적으로, 그러면서도 신랄하게 그려냈던 김성훈 감독은 이번 영화 ‘터널’에선 언론과 정치인을 풍자하며 이를 통해 웃음과 분노를 동시에 선사한다. 여기에 재난 상황 앞에서 늘 손 놓고 같은 행동만 되풀이하는 정부의 안일한 대응 또한 ‘터널’ 김성훈 감독의 매서운 눈을 피해가지 못했다.
김성훈 감독은 여성 정치인 캐릭터인 행정자치부 장관(김해숙)을 두고 “대통령으로 보이는데 아니라고 발뺌하느냐고 하면 사실 할 말은 없다. 김해숙을 여성 정치인으로 설정했을 때 우려를 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대놓고 악역이 아닌 조금은 귀여운 그런 인물로 정치인을 그려내기 위해 여성인 김해숙을 캐스팅 했다고 밝히기도. 또한 특종을 위해 재난 현장을 파고들고, 선정적인 이슈에만 집중하는 기자 캐릭터에 대해서도 김성훈 감독은 “그냥 단편적인 악당은 재미없다”며 “자신의 일을 하는데, 그러면서도 미워할 수 없고 뭔가 얄미운 사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끝까지 간다’가 예측불허의 웃음으로 관객을 배꼽 잡게 했던 것처럼, 김성훈 감독은 ‘터널’ 붕괴라는 최악의 재난 상황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자 했다. 그러면서도 억지스럽지 않게 재난 상황 안에 유머를 녹여내는 것이 필요했다. 영화에서 구조대원 막내(조현철)가 구조반장 대경(오달수) 앞에서 설계도를 펼치다 찢어지자 당황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김성훈 감독은 “설계도가 찢어지는 건 어디서든 충분히 가능한 상황 아닌가. 진지함 속에서 과장이 아닌, 관객이 받아줄만한 유머를 적절히 넣고 싶었다”며 “긴장과 이완 속에서 유머가 리듬을 바꿀 수 있게 의도적으로 배치했다. 오랫동안 말려 있는 설계도니까 펼치다가 찢어질 수도 있고, 그게 다시 말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 도화지를 펼쳐놓고 다시 말리지 않게 지우개를 얹어놨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 정도는 나와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오직 영화만 생각하며 영화만을 위해 달려온 김성훈 감독. 그는 헤럴드POP과 인터뷰에서 “난 이제 세 편의 영화를 찍은, 막 걸음마를 뗀 감독일 뿐이다”며 “세 번째 영화 ‘터널’을 연출한 이유는 두 번째 영화인 ‘끝까지 간다’에서 느꼈던 아쉬움과 갈증 때문이었다. ‘끝까지 간다’가 직선으로 쭉 달려가는 영화였기에 다음번엔 이야기를 확산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터에 ‘터널’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성훈 감독은 “다음 영화는 ‘터널’에서 생긴 갈증을 풀어낼 수 있는 영화를 선택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벌써 500만 관객을 홀린 김성훈 감독. 그의 차기작 또한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