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종합]“3만 명 동원되길”‥‘베니스의 상인’ 신구, 심부전 투병 속 무대 선 이유

입력 2026-05-12 15: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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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박근형/사진=민경빈 기자
신구, 박근형/사진=민경빈 기자

[헤럴드뮤즈=김나율 기자]배우 신구가 최고령 현역 배우로서 노장의 힘으로 연극을 이끈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NOL 서경스퀘어에서 연극 ‘베니스의 상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오경택 연출과 배우 신구, 박근형, 이승주, 카이, 최수영, 원진아, 이상윤, 김슬기, 김아영, 최정헌, 박명훈, 한세라가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베니스의 상인’은 동명의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원작으로 한다. 계약과 거래의 상업도시 베니스와 사랑과 선택의 목가적 공간 벨몬트, 서로 다른 두 세계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오경택 연출은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희극 작품이다. 돈과 관련된 계약 이야기, 사랑 이야기가 주축이 된다. 대표적인 희극이라고 많이 말하지만, 현대에서는 문제극이라고 분류한다. 희극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 비극의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대인 차별과 혐오로 발생한 복수심, 그 복수심으로 인해 생명을 앗으려는 행위가 너무 잔인하다.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분이 존재했던 게 사실인데, 동시대적 관점으로 봤을 때는 희극적 결말로만 보기엔 문제가 있다. ‘희극으로 시작해 비극의 질문으로 끝나는 법정극’이라고 캐치프레이즈했다. 돈과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이야기로 시작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도전적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 역의 박근형은 “60여 년 가까이 연극했다. 정말 좋은 연극을 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완전하다고 할 순 없지만, 완전하다고 할 수 있다고 할 때까지 한다. 한 팀으로 조화를 이루는 게 가장 좋은 연극이지만, 시대가 흘렀으니 수긍해야 한다. 각기 다를 수도 있으니까 한 공연에서 두 가지 연극을 볼 수 있다. 괜찮은 것 같다. 60년이 지난 후의 샤일록을 어떻게 할 지 생각했다.

신구/사진=민경빈 기자
신구/사진=민경빈 기자

베니스의 법과 질서를 상징하는 공작 역의 신구는 심작박동기를 달고 무대에 선다. 신구는 “대단히 죄송하다. 귀가 어눌해서 (질문을) 다 듣지 못했다”며 “나를 찾아주는 극단을 찾아서 여기저기 공연 중이다. 이번에도 제가 좋아서 도움이 되길 원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심부전증으로 심장박동기를 단 신구는 건강 상태에 대해 “나이가 드니까 내 몸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여러 가지 노력 중이다. 이 작품을 보니까 이 역할은 움직이는 동선이 크지 않다. 제가 좋아하는 극단이고, 공연하는 게 제가 할 일이다”고 했다.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는 게 새삼스럽다며 “공연하기엔 너무 크다. 전체석을 만석을 만들려면 3만 명은 와야겠더라. 서울시가 천만 도시 아닌가. 3만 명이 동원 안 되는 건 우스운 일이라 어떻게든 채워보려고 애쓰고 있다. 만석을 채워 3만 명을 채우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이상윤은 사랑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바사니오 역을 맡았다. 이상윤은 원캐스트로 공연하게 된 것에 대해 “어쩔 수 없이 더블, 트리플캐스트를 하긴 한다. 작년에 다른 공연할 때 한 달 정도 혼자 공연한 적 있다. 언젠가는 한 팀으로 이루어지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혼자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지만, 더블이어도 괜찮았다. 안타깝게도 더블 배우가 구해지지 않아 저는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신구, 박근형, 이승주, 카이, 최수영, 원진아, 이상윤, 김슬기, 김아영, 최정헌, 박명훈, 한세라, 오경택 연출/사진=민경빈 기자
신구, 박근형, 이승주, 카이, 최수영, 원진아, 이상윤, 김슬기, 김아영, 최정헌, 박명훈, 한세라, 오경택 연출/사진=민경빈 기자

최수영과 원진아는 지혜와 재치로 법정의 흐름을 바꾼 포셔 역을 맡았다. 원진아는 “셰익스피어의 훌륭한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럽다. 고전 작품이라 특정 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연출가가 많이 각색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상이 남아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지만, 바뀌는 과정 안에서도 달랐던 부분들은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작품이 해야 할 일은 앞으로 지향하는 점 뿐만 아니라, 과거를 대변해주는 것도 한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얼마나 바뀔지 기대감을 갖고 봐달라”고 했다.

이어 최수영은 “리딩을 하면 할수록 ‘선택권’에 대해 굉장히 많은 생각이 들었다. 포셔는 선택권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선택을 해나가려고 한다. 너무 멋지고 지혜로운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시대에 맞춰서 제 매력을 더 보여드리려고 했다. 굉장히 클래식하고 우아해서 지혜가 많이 보였는데, 접할수록 재치가 넘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 역은 이승주와 카이가 맡았다. 카이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워낙 좋아했다. 셰익스피어를 좋아하는 편이었고, 그간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등을 하며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배우는 늘 선택받는 직업이다. 절 선택해준 것에 대해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한다. 박근형, 신구 등과 같은 대가와 함께해 영광”이라고 말했다.

박근형은 연극까지 관람하며 청년들을 적극적으로 응원 중이다. 박근형은 “‘고도를 기다리며’를 3년간 공연했다. 그 기쁨은 말할 수 없이 누렸다. 우리가 받은 걸 돌려드리자고 얘기했다. 기부 공연을 통해 고생하고 있는 어린 배우들이 현장에서 배울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고 싶어서 도와달라고 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통해 연극 내일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창작극을 보면서 제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우리를 가르쳐 줄 선생님이 없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청년 연극인들에게 좀 더 빠른 길을 갈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말 제대로 해내는 걸 보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봤다. 계속해서 후원하고, 어떻게든 잘 이끌어주고 싶다. 무대는 배우의 예술이라 예술가가 나왔으면 좋겠다. 젊은이들이 활기차게 활동하길 바란다. 이왕이면 같이 모여서 정통극을 알고 난 후 실험극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정통극을 많이 할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베니스의 상인’은 오는 7월 8일부터 8월 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다.


na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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