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장해제’, 긴장 풀고 한 가장 솔직한 인터뷰
미국·인도·한국..세 나라를 품은 크리에이터 ‘40KAHANI’ 이예찬
가수의 꿈을 향한 여정, 라이브 공연으로 타지의 외로움을 위로하다
[헤럴드뮤즈=김다영 인턴기자] K-콘텐츠의 매력은 이제 특정 언어나 국경을 넘어 전 세계인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자신만의 독특한 정체성으로 소통하는 크리에이터 ‘40KAHANI’ 이예찬은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이예찬은 생후 1살이던 1996년, 아버지를 따라 인도 비하르(Bihar)주 파트나(Patna)로 이주해 무려 2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그곳에서 자랐다. 학창 시절, 현지 학교의 유일한 외국인 학생으로 생활하며 그는 비하르 특유의 억양과 표현이 짙게 배어 있는 유창한 힌디어를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그가 크리에이터로 나서게 된 계기는 우연한 순간에서 비롯됐다. 미국 대학 재학 시절 “목소리가 좋으니 가수를 해 봐라”는 조언이 마음속에 작은 씨앗을 움트게 했다. 그는 군 전역 이후 인턴 생활을 하며 유튜버를 통해 ‘기록의 가치’를 깨닫고, 가수의 꿈을 향해 가는 과정을 인도 시청자들을 위한 힌디어 콘텐츠로 담아보기로 결심했다.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며 독학으로 매주 영상을 올린 지 1년, 영상 하나가 100만 뷰를 돌파하여 본격적인 길이 열렸다.
통번역 프리랜서, 공연기획사 인턴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친 그의 경험은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그는 힌디어와 영어가 섞인 Hinglish(힝글리시) 콘텐츠를 바탕으로 커버곡, 릴스 등 다방면으로 활동 중이고, 연말 라이브 공연까지 기획 중이다.
인도라는 특별한 공통분모를 가진 메인 MC 임진현과 그가 만나면 어떤 시너지가 발생할까. 헤럴드뮤즈의 고민 상담 예능 ‘노 텐션 팟캐스트(No Tension Podcast)’의 게스트로 나선 이예찬과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만났다.
- 생후 1살 때부터 20년 가까이 인도 비하르주에서 자랐고, 현지 학교의 유일한 외국인 학생이었다고 들었다. 당시 현지에서 K-팝이나 한국 문화의 위상은 어땠고, 지금의 위상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
▶ 당시에는 사람들이 한국을 아예 몰랐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봤을 때 “한국에서 왔다”고 답하면 “한국? 인도 안에 있는 어느 동네 아니야?”라고 되묻곤 했다. 그때 K-팝은 아예 없었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터지면서 사람들이 “싸이랑 같은 나라에서 왔냐”고 묻기 시작했다. 결국 내가 인도에 있을 때 한국에 대해 아예 모르던 사람들이 내가 떠났을 때 더 많이 알게 되었다. 과거에는 동양 사람들을 보고 중국이나 일본을 가장 먼저 떠올렸었는데, 이제는 한국을 먼저 떠올리면서 “K-팝과 K-드라마를 너무 좋아한다”고 말을 건넨다.
- 인도에서 성장했고,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한국에서 군 복무를 했다고 들었다. 세 나라를 모두 경험한 사람으로서 가장 나다운 모습은 어느 나라에 있을 때 나온다고 느끼나.
▶ 어디에서도 나답지 못하다는 느낌과 나다울 수 있다는 느낌이 공존하지만, 각 나라에 맞게 개성이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다.
인도에서의 ‘나’는 모험적이고 외향적인 모습이 많이 나타나는 반면, 한국에서는 확실히 내향적인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미국은 인도와 한국의 중간쯤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쉽게 말을 걸 수 있었다. 가볍게 스몰토크도 가능한 분위기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 분위기상으로나 스스로나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다.
- 미국 대학 재학 시절에 “목소리가 좋으니 가수를 해 봐라”라는 말을 듣고 고민해 봤다고 들었다. 이후 유튜브를 통해 커버곡을 업로드하며 가수라는 직업과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데, 본인의 이러한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나는 그냥 콘텐츠를 만들 뿐이고, 그 영향을 받는 건 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보는 사람이 스스로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라고 느꼈으면 한다. 사람들이 나를 봤을 때 “저 친구처럼 평범한 사람도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삶 속에서 해 나가는데, 나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또 그 속에서 “이게 되는구나, 혹은 이걸 이렇게 이겨내는구나”도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
-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 ‘미지니’라고 하던데, 미지니를 제외하고 가수라는 직업을 고민하게 되면서 케이팝 아티스트들 가운데 음악적으로 영향을 받은 사람이 있나.
▶ 헤비메탈과 같은 서브컬처 성향이 강한 음악 외에는 다양하게 듣는 편이다. 자주 듣게 되는 한국 아티스트로는 로이킴, 적재, 안신애가 있다. 부드러운 음악을 주로 선호한다. 최근에는 소수빈의 음악을 특히 많이 듣는다.
- 한국이라는 공간에서 외국의 문화와 일상을 녹여내는 콘텐츠들이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과 인도 두 문화가 잘 어우러진 본인의 일상이 구독자들에게 어떤 매력으로 와 닿는다고 생각하나.
▶ ‘인도를 사랑하는 한국인’이라는 이미지를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인도를 콘텐츠로 ‘이용한다’는 시선도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회수만을 위해 인도를 소비하는 것 같지 않다”고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 감사할 따름이다. 인도에서 살았던 사람으로서 말투, 스타일, 맥락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 보니 쉽게 공감할 수 있던 게 아닌가 싶다.
- 최근 K-팝, K-드라마를 중심으로 한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도를 잘 아는 사람으로서, 인도에서 한국 문화가 인기를 끌 수 있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 한국에서 문화적으로 어른들에 대한 존중의 표현들이 있듯이 인도에서도 비슷한 모습들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인도는 조금 더 나아가 보수적인 측면이 있고, 가부장적인 문화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K-드라마를 보면 남자가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들이 보이는데, 인도 남자들은 감정을 표현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인도 사람들이 드라마로 ‘남자도 감성적일 수 있구나’를 볼 때 색다른 매력이 느껴진다고 하더라.
- 연말 라이브 음악 공연을 기획 중이라고 들었다. 유창한 힌디어 실력을 가진 한국인으로서 관객들을 직접 만나는 무대에서 어떤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가.
▶ 사실 타지에서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이 꽤 외롭고 쓸쓸한 일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그들이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사람들을 데리고 같은 공간에서 놀 수 있으면 어떨까 싶었다.
가수처럼 곡이 많은 게 아니라서 내가 할 수 있는 커버곡은 힌디어로 부르고, 나머지는 미지니 등의 한국인 뮤지션들을 초대해서 한국과 인도가 만나는 장을 만들 수 있으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음악이 매개체가 되는 셈이다. 다음 달에 시범 삼아 해 보려고 한다. 식당에서 음식을 나누고, 대화도 하고, 음악도 함께 즐기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 헤럴드뮤즈의 새 콘텐츠 ‘No Tension Podcast’에 출연하게 된 소감이 어떤지,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어떤 색다른 시선과 이야기를 영상을 통해 전해 주고 싶었나.
▶ 코리아헤럴드를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는데, 헤럴드뮤즈도 문화적으로 열린 콘텐츠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제도 재밌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인도인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더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영상에서 집중해 줬으면 하는 건 ‘고정관념’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흔히 이를 나쁘게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은데 이건 누구나 누구에게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상대를 잘 몰랐을 때 생기는 오해 같은 거라고 본다. 그걸 오픈하고 인정할 때 오히려 서로 웃으면서 연결될 수 있는 시작점이 된다는 생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냥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받아들이면서 봐 줬으면 좋겠다.
[뮤:장해제]는 헤럴드뮤즈 유튜브 글로벌 고민 상담 프로그램 ‘No Tension Podcast’의 특별 출연자들을 소개하는 인터뷰 시리즈다.
국경을 넘나드는 고민상담소 ‘No Tension Podcast’는 매주 목요일 오후 8시, 헤럴드뮤즈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된다.
kimdayou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