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뮤즈=김나율 기자]배우 차인표는 연극에 대한 진심을 넘어 청춘들을 위한 고민까지 하고 있었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길 NOL 씨어터에서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차인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차인표가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는 국내 최초 정식 라이선스 연극으로, 톰 슐만(Tom Schulman)의 동명 극본을 원작으로 한다. 1959년 미국을 배경으로 엄격한 규율과 전통을 중시하는 명문 기숙학교 웰튼 아카데미에 새로 부임한 영어 교사 존 키팅이 입시와 성공만을 강요받던 학생들에게 ‘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벌어지는 변화를 다루는 작품이다.
차인표는 선생님 존 찰스 키팅 역을 맡았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연극은 연습 기간이 길고, 배우는 적지 않나. 틀에 박힌 대중 연예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연극을 못 했다.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것 같다. 연예인으로서의 활동도 줄이고, 소설도 쓰면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게 됐다. 삶이라는 게 꼭 한 가지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다. 나이가 들고 새로운 걸 도전했을 때의 얻는 기쁨이 크더라. 연극에 도전한 것 역시 틀을 벗어나 새로운 영역으로 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 아내 신애라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연극을 해볼 것을 권유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를 20대 초반에 봤는데, 이제 6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키팅 선생이 던진 질문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고 연기하면 좀 더 진정성 있게 해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데뷔 33년 만에 첫 연극 도전에 나선 차인표는 또 하고 싶다며 “아주 운이 좋게도 대중 연예인으로서, 저뿐만 아니라 아내까지도 한평생 잘 살았다. 자녀들도 다 성장했다. 혜택을 받은 사람이다. 뒤늦게 연극에 참여해 보니까 젊은이들이 젊음을 불태우며 살더라. 연극하는 젊은이들에게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혜택을 받은 사람으로서 어떤 기회를 창출해줄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제 장편 소설이 5권 정도 되는데, 제 소설도 언젠가 연극이 되는 날을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배우 오만석, 연정훈과 존 찰스 키팅 역에 트리플 캐스팅됐다. 차인표는 “4월에 처음 제안을 받았다. 제일 뒤늦게 제안받은 케이스”라며 “연습 때문에 할까 말까 고민했다. 그런데 젊은 친구들이 저보다 일찍 와서 연습하고 있더라. 그들의 열정에 물을 끼얹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서로 자극을 얻으며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첫 주에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모니터링했다. 오만석은 부드럽고 디테일하게 감정을 살려서 베테랑답게 한다. 많이 배웠다. 연정훈은 본인 특유의 부드러움, 다정다감함이 나오더라. 평소에도 젠틀하다. 무대에서도 그렇게 해서 보기 좋았다”고 덧붙였다.
연습 과정에 대해 차인표는 “공연에 오르기 전에 같은 대사를 수백 번 반복한다.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주거니 받거니다. 한 사람만 잘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내가 좀 못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도와주더라. 대사가 순간적으로 생각이 안 날 때, 학생 배우들이 애드리브를 해준다”고 말했다.
과거 영화 ‘짱’에서도 선생님 역을 맡았던 차인표는 다시 한번 선생님 역으로 대중 앞에 섰다. 차인표는 “영화에서의 키팅은 30대 초반 설정이다. 자신이 믿는 삶을 끝까지 살지 않은 상태다. 맞는지 틀렸는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을 거다. 경험적 확신은 없다고 생각한다. 저는 늙은 키팅이다. 그 인물보다 30년 정도 더 살았다. 인간은 누구나 틀 속에서 태어나지만, 다른 틀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진심을 다해 연기할 수 있다는 게 다른 점”이라고 자신했다.
신애라가 연극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응원도 해줬단다. 차인표는 “제 첫 공연날 떨더라. 연극을 본 후 ‘거봐, 하길 잘했지?’라고 하더라. 지인들을 데리고 온다. 오늘도 최지우, 유호정 씨를 데리고 온다. 스태프들한테 멋진 도시락도 선물해줬다. 서포트를 많이 해줬다. 자녀들도 많이 관람했다. 막내 딸이 찬희가 나오는 걸 보고 싶다고 3번이나 예매했더라”라고 말했다.
최수종 등 여러 연예인이 연극을 도전 중이다. 차인표는 “저를 비롯해 이서진 등 여러 대중 연예인이 도전하더라. 작품 수가 많이 줄어서 그럴 수도 있고, 연극이 중흥기를 맞이해 그럴지도 모른다. 저 역시 오만석에게 물어본 적 있다. 드라마나 영화하던 배우가 연극하는 것에 대한 시선을 물었는데, 오만석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더라. 대학로가 북적해지면 좋겠다더라”고 전했다.
2026년은 넷플릭스 ‘참교육’의 흥행으로 ‘교육’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다. 차인표는 “연출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고민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과거의 이야기를 감성팔이 하듯이 하는 건 아닐지 고민했다. 책임도 못 지면서 맞다고 주장하는 건 아닌지 생각했다. 연극을 보시면 알겠지만, 지금의 틀을 다 부숴야 한다는 건 아닌다. 그것보다는 좀 더 기본적인 이야기를 한다. 인간은 누구나 탄생과 죽음의 경계에서 태어나고, 각자의 틀에서 태어난다. 이런 상황을 알지만, 어쨌거나 세상에는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는 걸 계속 주장한다. 키팅의 말이 다 맞는 건 아니지만, 다른 선택지를 계속해서 이야기한다”고 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우리 연극을 보고 동의할지 잘 모르겠다. ‘야나’를 통해 200분을 모셔 관람하게 했다. 그 청소년들은 사회에서 가장 혜택과 사랑을 못 받은 친구들이다. 보육원에서 자라서 혼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연극을 보고 일부는 눈이 촉촉해지더라. 연극이 이들의 아픔을 만져줬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연극 한 편이 교육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 방안이나 담론을 만들진 못한다”고 했다.
차인표가 생각하는 ‘진정한 어른’은 어떤 모습일까. 차인표는 “이번에 ‘내가 어른이 맞나?’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젊은 배우들에게 앞으로 제가 무얼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어떤 일을 같이 했을 때, 그 일을 혼자 독차지하고 같이 일한 젊은 친구들과 나누는 사람이 진정한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33년 만에 첫 연극이라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데, 다른 배우들이 없었으면 저는 연극을 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차인표는 다른 배우와 달리 연극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연극을 뒤늦게 시작했지만, 앞으로도 하고 싶다. 연극으로 같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해보겠다. 대중 매체에 진입하고 싶어하는 젊은 배우들이 많더라. 아는 영화 감독, 제작자를 이번 작품 때 모셨는데, 세미나라도 열어서 첫발을 뗄 수 있도록 도울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죽은 시인의 사회’는 오는 9월 13일까지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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