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김인권이 외모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배우 김인권은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감독 김인권/제작 시네마서비스) 홍보 인터뷰를 갖고 캐스팅 뒷이야기를 전했다.
영화에서 김정호(차승원)를 돕는 조각장이 바우 역을 맡은 김인권은 자신의 외모가 시골스럽게 생겨 캐스팅했다는 강우석 감독의 말에 “사실은 내가 굉장히 세련되게 생겼잖나”라고 너스레를 떨며 “시골스럽게 생겼다니. 이제는 워낙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오히려 그게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푸근하고 인간적이고 거짓이 없는 외모잖나. 외모나 행동에 거짓이 있어봤자 그다지 도움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고 말했다.
김인권과 강우석 감독의 인연은 꽤나 오래됐다. 김인권은 “난 강우석 감독님을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대신 강우석 감독님은 내가 자신이 제작한 ‘송어’(1999)란 영화로 데뷔했단 걸 이번에 처음 인지했을 거다. 이번에 감독님을 만나서 마음에 품었던 이야기를 꺼내 놨다. ‘송어’가 아니었으면 배우가 못 됐을 테니 말이다”고 털어놨다.
“강우석 감독님과는 배우와 연출자로는 이번이 첫 작업이었다. 그 사이에 설경구 선배를 통해서 술자리에선 뵌 적이 있다. 영화 ‘두 포졸’을 준비할 땐 출연 제안도 받았다. 설경구 선배가 전화가 와서는 ‘도둑놈 좀 해라’라고 하기에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두 포졸’에서 도둑놈 역할이 있는데 그걸 하란 소리였다. 그래서 그때 강우석 감독님과 잠시 통화도 했었다. 강우석 감독님 전작인 ‘이끼’도 강우석 감독님 작품이기에 꼭 참여하고 싶어서 제작사 시네마서비스에 있는 지인에게 역할 좀 달라고 했었다. 그런데 나이대가 안 맞아서 결국 밀려났다.(웃음) 그랬더니 그 후배가 술을 사주며 위로해줬었지. 그렇게 세월이 지나서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고산자, 대동여지도’로 강우석 감독님의 연출작에 입성하게 된 거다.” 김인권이 ‘고산자, 대동여지도’에 출연하기까지는 치밀한 물밑작업이 있었다. 김인권은 “시나리오를 구해서 끊임없이 읽기도 하고, 강우석 감독님 주변 사람들에게 대시를 했다. 그러던 중 강우석 감독에게 바우 역에 김인권이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했단 말을 듣고, 더 안달이 났다. 그래서 혹시 강우석 감독님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서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행사도 찾아가고, 주변 사람들에게 잘 좀 이야기 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송어’ 당시만 해도, 1998년도에 강우석 감독님 집 앞에 무릎 꿇고 울던 배우들이 많았다. 그렇게 해야만 캐스팅이 됐다고 하더라. 당시 나도 역할을 따내기 위해 연출부로 들어가서 촬영장 따라다니고 쓰레기도 줍고 사무실도 나가곤 했었다. 그렇게 허드렛일을 한 이유는 강우석 감독님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열정을 보여줘야 한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렇게라도 어필을 하려고 했다. 강우석 감독님에게 내가 주변을 맴돈다는 느낌을 줘야겠더라.(웃음) 이번에도 또 떨어지면 언제 또 강우석 감독님 영화에 출연하겠나. ‘고산자, 대동여지도’ 바우 역을 꼭 하고 싶었는데, 소문에는 젊은 20대 배우나 아이돌 쪽을 알아보고 있다더라. ‘이끼’ 때는 나이가 어려서 캐스팅이 안 됐는데,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나이가 많아서 안 되는 건가 싶었다.”
그러던 중 강우석 감독에게 연락이 왔다. 김인권은 “강우석 감독님이 굉장히 바쁘게 지나가면서 어깨를 툭 치더니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작은 역할 아니다’라고 하더라. 그러더니 또 바쁘게 사라졌다”며 “그 순간 ‘아, 내가 캐스팅 됐구나’ 싶더라. 정말 좋았다. 그냥 막 좋았다. 드디어 나도 강우석 사단에 입성하는 건가 싶어서 나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학생 때부터 꿈꾸던, 강우석 감독님 영화에 내가 출연하다니 말이다”고 전했다.
박범신 작가의 원작 소설 안에서의 바우 캐릭터가 비중이 작아 잠시 고민하기도 했다는 김인권은 “소설에선 바우가 고아인데 김정호가 데려다 키운 설정이었다. 그러다가 영화에선 역할이 커졌다. 소설 비중이 작아서 잠시 고민도 했었는데,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내 안에서 연꽃이 피어나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라고 배역에 대한 깊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만큼 부담감도 컸다. 이에 김인권은 조각장이 역을 위해 실제 조각 장인을 찾아가 연습에 돌입했다. 김인권은 “목우 조정훈 선생님이라고 대동여지도를 그대로 재현한 분이 있다. 그분을 소개받아서 찾아뵀는데, 첫날 4시간 동안 조각을 하는데 미치겠더라. 처음엔 음각만 하고, 일자, 십자를 계속 연습했다. 나무 재질에 따라, 칼 위치에 따라 나무가 뚝 떨어지기도 하니까 조심해야 했다. 어깨가 굳어서 다음날은 움직이지도 못하겠더라. 대여섯 번 연습하고 나서 집에 목판을 가져다놓고 연습을 하는데, 나무에서 벌레도 나오고 난리도 아니었다. 우리 집 어딘가에 그 벌레가 아직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계속 연습을 했다. ‘그 정도 하면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 했다. 결국 표현하는데는 문제 없다고 하기에 현장에 가서 실제로 목판 조각하는 걸 찍었다. 손까지 나오니까 잘해야 하지 않겠나. 영화를 봤는데 연습한 보람이 있더라”고 설명했다.
한편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시대와 권력에 맞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동여지도를 탄생시킨 지도꾼 김정호의 감춰진 이야기를 그린다. 차승원이 고산자 김정호를 연기하며, 유준상이 흥선대원군 역, 김인권이 조각장이 바우 역, 남지현이 김정호의 딸 순실 역을 맡았다. 강우석 감독의 스무 번째 작품이자 첫 사극 도전작이다. 지난 7일 개봉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