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따지고 보면 영화감독만큼 불안정한 직업이 있을까. 이름만 들어도 아는 몇몇 거장들을 제외하면 말이다. 상업 영화 입봉 확률도 희박하거니와 흥행작의 부재는 실직으로 이어진다. 매 도전이 운명을 건 도박인 셈.
그런데 충무로에는 1년에 한 편씩 꼬박꼬박 영화를 만드는 기적의(?) 사나이가 있다. '대결' 신동엽 감독이다.
22일 개봉한 영화 '대결'(감독 신동엽/제작 휴메니테라픽쳐스)은 상남자들의 박진감 넘치는 토너먼트식 한국형 액션 영화다. 가진 것 없는 취준생 풍호(이주승)가 형의 복수를 위해 무자비한 절대 갑인 CEO 재희(오지호)와 대결하는 내용을 그린다.
그간 신동엽 감독은 '내 사랑 싸가지'(2004) '서유기 리턴즈'(2010) '웨딩스캔들'(2012) '응징자'(2013) '따라지: 비열한 거리'(2014) '치외법권'(2015) 등을 연출했다. 적어도 1~2년에 한 편씩은 신작을 내놓는 셈. 대부분의 영화감독들이 시나리오 작업만 1년 넘게 공을 들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신동엽 감독은 헤럴드POP에 비결 아닌 비결을 털어놨다. 그는 "내게 사람들이 '왜 1년에 한 편씩 하느냐'라고 묻는다. 사실 모든 감독들은 항상 신작을 준비 중이다. 다만 제작에 들어가지 않을 뿐이다. 나도 그렇다. 단지 운이 좀 좋을 뿐이다"라고 했다.
"나 역시 신작을 준비할 때 목숨을 걸고 한다. 근데 안 그런 감독이 있을까. 단지 남들보다 조금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항상 긴장한다. 한 번 나태해지면 영원히 그럴 것 같아서 적당한 스트레스를 항상 유지하려고 한다."
신동엽 감독은 자신을 예술가보단 회사원에 비유했다. 그는 "회사원이 힘들거나 불합리를 겪었다고 결근하진 않는다. 나 역시 그들처럼 묵묵히 내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조금 더 과격하게 말하자면 좀비라고나 할까. 깊게 생각하지 말자는 주의다. 꿈을 꾸려면 단순무식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신동엽 감독은 자신의 별명인 '충무로 불사조'에 대해 언급했다. 흥행에 실패했을지라도 꾸준히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별명이다. '치외법권'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임창정이 지어줬다.
그는"'괴물'이나 '밀정' '명량'만 영화가 아니다. 휴대폰이나 비디오카메라로 찍어도 영화다. 또 영화가 발명됐을 때 재밌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며 "과거에 나도 한 5년 정도 쉬었던 적이 있다. 그때 뭐가 됐든 계속 찍는 감독이 되자고 다짐했다.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실 꾸준한 신작 배출은 그만큼 좋은 소재를 많이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시나리오를 쓸 역량이 있다는 것. 신동엽 감독은 그 비결로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꼽았다. 그는 "어린이들은 경험치가 없으니 하고 싶은 게 많지 않으냐. 그런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라며 '유아기적 아동'의 상태로 쭉 살아가고 싶다고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