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손에 닿을 수 없었던 신비주의 아이돌이 팬만 바라보는 오빠가 되었다. 부모님의 걱정을 사던 어린 소녀들은 이제 브랜드 가방 하나는 가지고 있을 법한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다. 그렇게 문희준과 팬들은 20년 동안 서로를 바라봤다.
25일 홍대 무브홀에서는 문희준의 '게릴라 콘서트'가 펼쳐졌다. 본래 사전 공지 없이 갑자기 펼쳐지는 공연을 '게릴라 콘서트'라 하지만 문희준이 펼친 이번 게릴라 콘서트는 그 의미가 조금 달랐다. 자신의 데뷔 20주년을 기념하여 2016년 한 해 동안 총 20회 공연을 목표로 콘서트를 열고 있는 문희준은, 지난 9월 7일 V앱을 통해 게릴라 공연 소식을 깜짝 공지했다. 관객과 함께 소통하고 호흡하는 공연을 지향해온 문희준은 그전 공연까지 큐시트를 미리 공개하고 팬들과 주고받는 방식으로 콘서트를 이끌었지만, 이번에는 콘서트 장소를 제외한 모든 것을 비밀에 부쳤다.
문희준의 '게릴라 콘서트'는 20년 동안 자신을 지지해준 팬들에게 보내는 깜짝 선물이었다. H.O.T. 데뷔곡 '전사의 후예'로 무대를 시작한 문희준은 그룹 시절의 곡 '투지' 'FOR 연가' 등 인트로 멜로디만으로도 함성을 자아내는 추억의 노래를 열창했다. 열광하는 팬들의 반응에 문희준은 "큐시트 공개 안 하고 게릴라로 공연한 이유를 알겠나요? 예전 초반 앨범에 있는 그 시절의 인트로와 지금 편곡된 버전을 무대에서 동시간대로 묶고 싶었다. 어떤 곡이 나올지 모르고 봐도 괜찮지 않느냐"면서 즐거운 모습을 보였다.
공연장 안이 불타오를수록 문희준은 공연장에 들어오지 못한 팬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팬클럽) 카페에서 보니 '이선좌(이미 선택된 좌석)'가 유행하더라. 이게 뭐냐"를 물으며 "'포도알 잠깐 봤지만 사라졌어요~' 같은 글을 봤다. 너무 미안한 마음이다. 처음 공연 기획할 때 여러 가지 생각 있었는데, 날짜가 한번 옮겨지면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 원래 .H.O.T. 데뷔 20주년인 7일에 하려고 했다. 그런데 평일이었으면 여러분의 직장 생활도 있고 일요일 공연이 낫다고 생각했다. 이번 공연은 굉장히 특별하다는 것이 느껴지겠끔 무대 위에서 열심히 하겠다. 기대해달라"며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문희준은 무대 중간중간 "과거 여행 잘하고 있어요? 오늘 하루 이 한 공연에서 20년을 녹여보자"면서 신나는 댄스곡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한편, 물을 마시며 목을 풀고 오랜만에 듣는 발라드곡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H.O.T. 곡을 부르고 나서는 "기억 속에 익숙한 반주로 시작하니까 좋죠? 밝은 표정을 짓고 있어서 좋네요. 색다르긴 하죠?"라며 팬들과 함께 시간여행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솔로 앨범을 발매하며 록 중심으로 음악을 하던 문희준은 "새로운 음악 도전으로 참아야만 했던 하나의 장기 댄스. '언제까지 춤을 출 수 있을까' 걱정했을 때도 있다. 그런데 마이클 잭슨을 보면서 어린 나이의 투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체력적인 저하는 있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편곡이 락으로 바뀌어도 신나는 건 같다"면서 팬들 앞에서 짧게 댄스를 선보이면서 무대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내 마음은' '기억이란 작은 마을' 등 팬들을 향한 메시지로 만든 곡들을 부르기 전, 문희준은 "여러분이 없었다면 20년 동안 해낼 수 있었을까 생각한다. 여러분을 생각하는 이 노래는 여러분이 주인공이다. '저건 내 노래야!' 하면서 듣길 바란다"면서 "항상 여러분은 내 가슴속에 있다"는 깜짝 고백으로 팬들을 기쁘게 했다.
추억을 떠올리는 게릴라 콘서트의 마지막 곡으로는 H.O.T. 5집 타이틀곡 '아웃사이드 캐슬'이 선택됐다. 문희준은 "게릴라 마지막 곡 어떤 곡을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해보지 않았던 스타일로 해보고 싶었다. 특별한 공연이니 '그런 무대를 했었지'하면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곡으로 하고 싶었다"고 이유를 전했다. 다섯 멤버(문희준·장우혁·토니안·강타·이재원)의 모습이 담긴 뮤직비디오가 영상으로 흐르고, 문희준은 무대 위에서 혼자 마이크를 잡고 새로운 느낌의 '아웃사이드 캐슬'을 불렀다. 10년 이상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입에 붙은 랩과 응원으로 어느 무대보다 환호를 보내던 팬 중 몇 명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눈물을 흘리는 팬들을 본 문희준 또한 눈가가 빨갛게 변했다.
곡이 끝난 후 문희준은 무대 뒤로 사라졌다가 '앙코르' 곡으로 다시 돌아왔다. 등장과 함께 밴드의 연주를 멈춘 문희준은 "이런 분위기를 내려고 한 게 아니다. 중간중간 예전 분위기 느끼도록 최상위 버전을 하나 만들어야지 생각했는데, 몇몇 때문에 내가 함께.."라며 눈가가 빨개진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나는 팬들이 '이 무대를 공연에서 보는구나'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볼 줄 알았다. 참 애착이 갔던 노래"라며 아련한 추억을 회상했다.
팬들의 마음을 달래던 문희준은 "이 노래를 무대 위에서 (멤버들과)함께 하겠지 생각했다. 기다렸던 무대다. 그런데 올해가 20주년인데 9월이 그렇다, H.O.T.도 있고, 솔로 데뷔도 있다. 9월을 넘겨버리면 너무 팬들을 기다리게 하는 거 아닌가 해서 불렀다.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울컥하는 사람도 있고, 편안하게 보는 사람도 있더라.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매일매일 슬퍼하면서 지낼 수는 없지 않느냐. 우리들의 노래라고 생각해서 계속 미뤄왔었는데, 특별한 해의 9월이니 처음으로 혼자 불러봤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당시의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문희준은 "'아웃사이드 캐슬'을 맨 처음에 녹음하고 멤버들에게 들려줬을 때, '이 노래 우리가 소화할 수 있을까?'하면서 멤버들이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근데 강타는 그때도 '할 수 있겠다. 형 이런 식으로 부르면 돼?'하면서 물어보던 표정이 기억난다"면서 웃음을 선사했다. "계속 감춰두는 것 보다 이 노래 듣는 것도 괜찮지 않나. 여러분을 슬프게 할 의도는 없었다. 여러분이 먼저 울면 안 된다. 왜냐하면 따라 웁니다. 드라마에서 우는 장면 보면 괜히 마음이 짠해지지 않느냐"며 함께 즐기자는 마음을 표현했다.
"신나는 분위기로 집에 가야 된다"던 문희준은 "'앞줄 진짜 빨리 예매했나 봐~ 맨 앞줄 예매한 사람 얼굴이 궁금하다' 말하지 않느냐. 맨 앞줄, 성공의 상징인 가방을 쫙 늘어놨다. 우리 팬들이 잘 됐구나, 브랜드 가방을 들고 있다"면서 분위기를 180도 바꿨다. 그는 "예전에는 오빠들만 쫒아다니다가 어떻게 되는 거 아니냐 면서 부모님이 걱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직장을 가지고 있고, 남편 있는 분들도 있고.. 걱정을 뒤로한 채 잘 돼서 기쁘다. 내가 열심히 공부해요! 좋은 직장 다녀야 합니다! 말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분이 잘 성장한 것을 보니까 기분 좋다. 외롭고 지칠 때 음악이 힘이 될 때가 있다고 하잖아요. 가수를 좋아하는 것을 걱정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면서 "다행이다. 잘 컸어요"라며 함께 성장해온 팬들에게 칭찬을 건넸다.
H.O.T.의 대표적인 팬송 '너와 나'를 부르자 다시 한 번 객석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문희준은 "또 눈이 마주쳤다. 가사가 울컥했다. 여러분도 비슷한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재결합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중에 '난 안 할래요'하는 사람은 없다. 뭐가 그렇게 맞춰야 하는 마음이 많은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해다. 우리는 기다리는 팬들만 생각하면 단순한 문제인데. 여러 가지 생각하다 보니.. 생각하는 게 떠난 게 아니다. 다시 활동을 이어가는 거 바라는 분들도 있고 무대에서 한 번만 보고 싶은데 그게 그렇게 힘든가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다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무대에 아직 서 있다는 거 여러분을 만날 수 있다는 것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생각하고 살고 있다"면서 팬들을 향한 진솔한 마음을 전했다.
문희준은 '공연을 끝내지 말고 더 하자'고 조르는 팬들에게 "공연이 길어져서 '먼저 가볼께요, 미안해요' 글 남기는 사람도 있더라. 늦게 끝내면 안된다. 평소 떼쓰는거 아니까 앵콜 때 5곡을 준비했다. 지방사는 사람도 많지 않느냐"면서 팬들과 밀당하면서도 "무슨 노래가 더 듣고 싶으냐" 묻는 모습을 보였다. '행복' '아웃사이드 캐슬(OUTSIDE CASTLE)' '블러드브이(BLOOD-V)' '화이트엔젤'을 끝으로 아쉬운 이별을 고한 문희준은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는 곡 'MAY FLY'와 함께 연습 연상을 공개하며 팬들을 배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