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김기덕 류승범의 ‘그물’이 베일을 벗었다. 김기덕과 류승범 조합은 옳았다. 그리고 신예 이원근과 김기덕의 남자 김영민까지. 달라진 김기덕 감독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던 ‘그물’이었다.
28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그물’(감독 김기덕/제작 김기덕필름)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그물’은 배가 그물에 걸려 어쩔 수 없이 홀로 남북한 경게선을 넘게 된 북한 어부 철우(류승범)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견뎌야만 했던 치열한 일주일을 그린다. 류승범과 김기덕 감독이 만났으며, 이원근 김영민 등이 출연한다.
국내서 영화를 첫 공개한 김기덕 감독은 “류승범이 함께 했으면 좋겠는데, 베니스영화제서 일정을 들어보니 해외서 하는 스케줄을 뺄 수 없다고 하더라. 죄송하다고 전해달라더라”며 “‘그물’은 개인적으로 ‘풍산개’ ‘붉은가족’ 등 남북문제를 다룬 영화의 연장선상에서 거론해보고 싶어서 만들었다. 보다시피 슬프고 암울한 결론인데, 우리 현실은 반대로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이원근은 “처음으로 내 얼굴을 스크린으로 보게 됐다. 많이 떨린다. 남북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남북문제를 체험하고 있는 세계에 살고 있잖나. 그 부분에 대한 아픔을 영화로나마 느낄 수만 있다면 좋은 시간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원근은 “나도 김기덕 감독님이 이렇게 빨리 찍느냐고 묻곤 했었는데, 우린 빨리 찍으면서도 서로 끈끈했다. 아침도 함께 먹고, 서로 친밀해졌다. 서로 편하게 현장이 진행됐는데, 류승범이 먼저 다가와줘서 고마웠다. 정말 멋진 분이다. 닮고 싶은 점이 많다. 스크린에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면 정말 정말 멋있다”고 동경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해 10월 부산영화제에서 류승범을 보고 함께 작업을 하면 좋겠다 싶어서 작업을 시작했다”는 김기덕 감독은 “우리나라가 분단된지 60년이 넘었다. 위기상황에 왔고, 앞으로 남북관계가 좋게 해결될 거란 생각이 드는데 이 시점에서 우리를 한번 돌아보자 싶었다. 남북 스스로가 얼마나 안타까운 모습을 서로 보여주는지, ‘그물’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 스스로 진단하고 스스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영화를 만들었다. 강대국 사이에서 많은 문제가 있는데 진정한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기덕 감독은 “내가 만든 ‘수취인불명’이 유일하게 자전적인 이야기다. 우리 아버지가 6.25전쟁에 참전해서 실탄 4발을 맞았고 후유증으로 평생 병상에 누워있다가 돌아가셨다”며 “그런 것 때문에 해병대에 지원했고, 공격적인 감정으로 훈련도 받았다. 그렇게 살다가 개인적 분노로만 남북관계가 해결되지 않는단 걸 느꼈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기덕 감독은 “‘풍산개’ ‘붉은 가족’ 등을 보면, 외세에 의해 서로 무기를 적대적으로 경쟁하고 남한의 자본주의 가족과 북한의 이데올로기에 물든 가족을 대비적으로 보여주곤 했다. 그게 아버지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내겐 남북관계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이산가족도 모두 돌아가실 것이고, 남북문제가 개인이 아닌 국가간 문제가 될 것 같더라. 또 열강들 사이에서 그들의 대리전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김기덕 감독은 “스스로 우리 문제를 직시해보자는 생각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다행히 15세관람가가 나와서 미래의 청소년들도 이 영활 보고 많은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싶다”고 말했다.
앞서 자신의 영화를 앞으로 국내 개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김기덕 감독은 다시 마음을 바꿔 ‘그물’을 국내 관객에게 선보이게 됐다. 이에 김기덕 감독은 “극장 배급 문제는 지칠 대로 지쳐서 더 이상 할 말도 없다. ‘일대일’을 개인적으로 개봉해본 적이 있는데, 극장이 많다고 흥행이 되는 것도 아니더라. 무조건 극장만 차지한다고 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모든 상호작용이 필요하다”고 한탄했다.
이어 김기덕 감독은 “관객들이 ‘그물’이든 다른 영화든 그 영화를 보고싶다는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기업독과점에 대해서는 말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오늘은 말을 아끼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물’은 김기덕 감독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15세이상관람가 등급을 받았으며 앞서 제7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제41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오는 10월6일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