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사나이픽처스는 어떻게 충무로에서 가장 잘나가는 제작사가 됐을까.
요즘 서울 한남동 모처에는 영화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바로 '신세계'부터 '아수라'까지 다수의 흥행작을 만들어낸 영화 제작사 사나이픽처스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 그 중심엔 충무로 의리의 사나이 한재덕 대표가 있다.
최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인터뷰를 가진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는 영화 제작 기준으로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꼽았다. 스스로 관객 입장에서 재밌을 것 같은 영화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한재덕 대표는 "때론 돈도 벌어야 하니까 흥행이 될 것 같은 작품을 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장 첫 번째는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는 극장을 나온 뒤, 담배도 피우고 소주도 한잔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영화다. 가슴 따뜻한 영화도 좋아하고, 신나는 영화도 좋아하지만, 그중 제일 좋은 건 보고 나서 소주한잔 하고 싶은 영화다. 인생이 되게 뻔하잖나. 태어나서 울다가 크면 학교에 가고, 학교서 두들겨 맞고, 좋아하는 놈 생기면 노심초사하고. 그러다 늙고 병들어 죽으면 끝이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을 할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더라. 인생은 다 소용없다고, 어차피 다 죽으니까 하는 영화랄까. '아수라'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부터 '어차피 사람은 다 죽으니까'라는 생각을 했었다"는 한재덕 대표는 "그런 것들이 지금의 나를 이렇게 만든 것도 있다. 그래도 당장 내일 죽을 수 있단 가능성을 두고 사는 게 마음이 편하다. 그러면 덜 추접스럽게 살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평생 살 것처럼 살잖나. 나도 가끔 그러긴 하지만, 어차피 30년 뒤 혹은 당장 내일 죽을 지도 모르는데, 이런 생각은 적당히 필요한 것 같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거나 돈을 버는 사람이거나,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고 사는 게 좋다고 본다. 물론 과하게 하면 좋지 않지만. 난 언젠가 소멸한다는 생각을 갖고 산다"고 말했다.
"오락적인 건 '신세계'에서 찾아야지. 낭만이라고나 해야 할까? '아수라'는 그런 걸 뺐다. 다 가질 수 없잖나. 얼굴도 예쁘고 돈 많고 요리 잘하고 이해심 넓은 여자가 어디 있겠나. 잘생겼는데 젠틀하고 나만 바라보고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먹는 그런 남자가 있겠나? 한 가지는 포기하든가, 아니면 다 포기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하나를 가진 사람을 찾는 건데, 그것도 힘들다. 수박을 들고 있는데 사과가 먹고 싶잖나. 그럼 수박을 내려놔야지. 모든 걸 가지겠다는 건 욕심이다. '아수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 것도 마찬가지다. 한도경(정우성)이 박성배(황정민)를 끌고 지옥으로 떨어져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오락적인 걸 가미하자는 이야기는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어떻게 '아수라' 같은 영화를 만들 결심을 했느냐고 묻자 한재덕 대표는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며 "위대한 지도자 김성수. 악의 지휘자 김성수 감독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충무로 의리맨이란 수식어에 대해서도 한재덕 대표는 "의리? 내 입장에선 정말 고맙죠. 그들이 일하고 연기하는 걸 보면, 내가 저 사람들만큼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그건 모든 배우가 마찬가지다. 황정민도 '아수라'에서 바지 벗으란 말도 안했는데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서 바지까지 벗고 열심히들 해주는데, 내가 대충 한다는 게 말이 되겠나. 있을 수 없는 일이지"라고 오히려 배우들의 열연과 제작진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내가 저 사람이라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매 작품마다 후회 없이 해야 겠다고 말이다. 물론 작품이 망하면 저들이 날 안보겠지만.(웃음) 일에 있어서는 조금이라도 후지게 하지 말자는 주의다. 그들에게 누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현장에선 되게 예민해진다. 작은 일인데도 화를 내게 되고 말이다. '난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나' 이게 아니라 작은 게 모이면 커지니까 스태프들에게도 예민하게 대하는 편이다. 작은 걸 그냥 두는 습관이 되면 나중엔 '그래 그냥 넘어가지'라는 식이 된다. 그렇게 되면 내 삶의 경험으로 봤을 땐 프로가 될 수 없다." 한재덕 대표는 "난 대학에서 영화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집에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무식한데다 호감을 주는 외모도 아니다. 상스럽고 술 마시면 매번 필름도 끊기는데 그나마 영화 제작자로 먹고 살 수 있는 건 그런 것 때문이라 생각한다. 내 우산 밑에 있을 땐 니들이 잘해서 라고 말해준다. 그래서 나와 함께 있던 사람들이 따로 우산을 펼칠 땐 힘들지 않도록 돕고 싶다. 그러니까 아마도 배우들도 감독님들도 날 예뻐해 주는 게 아닐까 싶다. 아니면 얻어걸려서? 하하. 그들에게 잘 묻어갔다"고 끝까지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무조건 의리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닌, 치열한 고민과 현장 경험 그리고 겸손함이 지금의 한재덕 대표와 사나이픽처스를 만들었단 걸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동안 진한 남자 이야기를 만든 데 이어 강렬한 여성의 이야기도 준비 중이라는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는 "여성 캐릭터 중심의 영화를 준비 중이다. 캐스팅이 돼서 꼭 찍었으면 좋겠다. 대본은 있는데, 조금 신파이긴 하다. 아직 캐스팅 중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멋진 여성이 나오는 그런 영화를 찍고 싶긴 한데 쉽지 않다. 하필 회사 이름을 잘못지어가지고 피곤하다. 가끔은 영화 시작 전에 '사나이픽처스' 로고가 뜰 때마다 숨고 싶고 창피하다. 하하 빨리 떴다가 사라졌으면 좋겠고. 그래도 이미 지어놓은 걸 어떻게 바꾸겠나. 그냥 사나이픽처스로 앞으로도 가는 거죠"라고 너스레를 떠는 한재덕 대표였다.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 인터뷰★☆★☆ [팝인터뷰①]한재덕 대표 "'아수라' 호불호? 슈퍼히어로보단 현실적"
[팝인터뷰②]사나이픽처스는 어떻게 충무로 대세가 됐을까 [팝인터뷰③]'아수라' 제작자 "정우성, 이대로 죽어도 좋다더라"

